명 씨, 김재원과 대립각…폭로 막기 쉽지 않아
"정부, 당 건의 받아들이는 게 가장 안전 방법"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가 15일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일부를 공개했다. 대통령실은 메시지에 등장하는 '오빠'는 김 여사의 '친오빠'라고 해명했다. /명 씨 페이스북 갈무리 |
[더팩트ㅣ국회=신진환·김수민 기자]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가 김 여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일부를 공개한 이후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여권 핵심 인사와 친분을 주장하는 명 씨가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여당 인사와도 각을 세우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국민의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명 씨가 김 여사와 나눈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정치권은 또 한 번 발칵 뒤집혔다. 명 씨가 캡처해 공개한 사진에는 김 여사가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 제가 난감(합니다).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사과드릴게요.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이다. 자기가 뭘 안다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통령실은 메시지에 등장하는 '오빠'는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이며 당시 문자는 윤 대통령이 입당하기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라고 해명했다. 김 여사가 명 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라는 점은 인정한 셈이다. 김 여사와 명 씨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저는 김 여사가 오빠라고 지칭하는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해명을 반박하는 의미로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유탄을 맞으며 곤란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김 여사를 둘러싼 대형 악재를 벗어날 돌파구를 찾기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공식 대응을 최소화하고 있고, 명 씨의 폭로를 막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명 씨가 김 여사와 나눈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여권에 타격을 줬는데도 국민의힘은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의 해명에 힘을 실어주거나 야권의 공세에 반박하는 논평 없이 침묵했다.
10·16 재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부산 금정구를 찾은 한동훈 대표만 "국민이 보시기에 안 좋은 일이 반복해서 생기고 있다"며 "제가 이미 말씀드린 조치를 신속히 반드시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와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재차 요구한 것이다. 이를 두고 당정에 대한 민심 이반과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전날(14일) '비선 조직'은 없다며 한 대표의 요구를 일축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당의 건의를 받아들여 정부를 고치는 게 당으로서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며 "하루하루 급변하고 있는데 상식적인 선에서 변화의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대표의 최근 행보를 두고 '분열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공멸할 수 있기에 어쩌면 갈등 양상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명태균 씨에 대해서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고 철저히 대응해서 응분의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
더 큰 문제는 명 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사진과 문자메시지, 녹취를 추가 폭로하겠다고 예고했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 과정과 2021년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김 여사가 공천에 개입하는 정황이 더욱 짙어진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내림세를 보이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더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명 씨는 문자메시지를 공개한 배경에 친윤계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있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최고위원이 저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전화 통화에서 협박하고,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내용을 다 공개하라고 하니 김 최고가 다 감당해"라고 글을 썼다. 자신을 자극하지 말고 궁지로도 몰아넣지 말라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은 "절대 물러서지 않고 응분의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명 씨의 폭로 수위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여권 내 우려도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통화에서 "명 씨가 김 여사와 했던 문자메시지를 공개한 것은 더 큰 무언가가 있다는 신호로 보였다"며 "폭로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겠다. (명태균 게이트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까지 치달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정을 겨냥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야권의 공세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말 친오빠면 더 치명적인 국정농단이 된다"라면서 "공적 지위도 없는 대통령 부인의 오빠가 왜 당대표 이준석을 만나는 일에 관여하고, 무슨 말을 떠들어 여사의 핀잔을 듣고 사과까지 하게 됐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당장 윤 대통령과 선을 긋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상황이 조금 바뀔 수 있지만 아직 당이 윤 대통령에게 탈당까지 요구할 가능성은 작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위기감이 증폭되거나 그때까지 김 여사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여권이 난맥 상황을 보일 경우엔 탈당론이 불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