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선장" "끌어내려야"…재보선 앞두고 매서워진 李
입력: 2024.10.15 00:00 / 수정: 2024.10.15 00:00

총선·전당대회보다 발언수위↑
'탄핵 암시' 논란엔 "돼지 눈엔 돼지만" 선 그어
11월 사법리스크 고조 위기의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강해지고 있다.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고 대의 정치라며 탄핵을 암시하거나 매일 술 먹는 선장에게 항해를 맡길 수 있는가라며 윤석열 정권을 연일 날카롭게 겨냥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강해지고 있다.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고 대의 정치"라며 탄핵을 암시하거나 "매일 술 먹는 선장에게 항해를 맡길 수 있는가"라며 윤석열 정권을 연일 날카롭게 겨냥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강해지고 있다.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고 대의 정치"라며 탄핵을 암시하거나 "매일 술 먹는 선장에게 항해를 맡길 수 있는가"라며 윤석열 정권을 연일 날카롭게 겨냥하고 있다. 10·1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 정서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사법 리스크에 따른 '11월 위기설'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재보선 유세에 참석해 윤석열 정권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12일 김경지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는 "마치 권력이란 먼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같아서 선장이 맨날 술 먹고 '아이고 네 마음대로 해', '나 어딘지도 몰라'라고 하면 항해가 되겠나"라며 "리더의 몫과 역할이란 사회의 운명을 좌우한다"라고 말했다. 평소 술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을 '술 마신 선장'에 빗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일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 지원유세에선 "지금 윤석열 정권이 어디로 가고 있나. 완전히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정상으로 보이는 것을 찾기 어렵다"며 "세계에 자랑하던 모범적 민주국가가 이제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9일엔 "이렇게 (국정운영을) 망치고 있으면, 무능하면 유능한 사람을 써야 할 것 아닌가. 실력이 없으면 노력이라도 하고 신경이라도 써야지 않겠나"라며 "그런데 국민 삶에 신경을 안 쓰지 않나. 노력하지 않지 않나"라고 물었다. "살림을 이렇게 한단 말인가. 제대로 하는 살림인가"라며 "한심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 5일 한연희 인천 강화군수 후보 유세 현장에서 이 대표는 "정치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일을 제대로 못 해서 더 나은 사람이 우리 삶을 더 낫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믿어지면 선거에서 바꾸고,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다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 이게 바로 민주주의고 대의정치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도중에라도 끌어내린다'는 표현은 자칫 대통령의 탄핵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에 여당에선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구호를 앞장세워 선거판을 정쟁의 장으로 물들이고 있다"라며 "여기서 중앙정치의 문제, 민주당과 이 대표의 막 나가는 행태를 마구 비판할 순 있으나 이 선거는 그런 선거가 아니다. 여러분의 현재와 미래의 삶을 결정하는 선거"라고 직격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탄핵을 명백히 시사한 것"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전했다.

여당에서 비판이 이어지자 이 대표는 9일 "임기 안에도 영 못 견디겠다 그러면 도중에라도 바꾸는 게 대의민주주의다. 당연한 이야기를 했더니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라고 탄핵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는 거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머릿속에 딴생각이 가득 들어있으면 다른 사람이 멀쩡한 얘기를 해도 딴 생각으로 해석한다. 저는 탄핵 이야기를 한 적 없다"라고 반박했다.

지난 5일 한연희 인천 강화군수 후보 유세 현장에서 이 대표는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다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 이게 바로 민주주의고 대의정치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지난 5일 한연희 인천 강화군수 후보 유세 현장에서 이 대표는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다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 이게 바로 민주주의고 대의정치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이 대표의 수습에도 불구하고 발언의 여파는 쉽게 진화되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야권 내 일부 의원들의 탄핵 추진 움직임과 맞물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임기 조기 종료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총선과 전당대회 압승을 거치며 이 대표는 다소 절제되거나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발언 강도가 세진 배경에는 재보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론을 자극하기 위한 전략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당 관계자는 <더팩트>에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강한 발언으로) 부채질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단체장을 선출하는 소규모지만 총선 이후 처음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가 갖는 무게감은 특별하다고도 전했다.

11월 예정된 1심 선고를 앞두고 위기의식이 작동한 것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 그간 당내 일부 급진 인사들이 탄핵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더라도 지도부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 왔는데 1심 재판부 판단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이 대표의 '사법 시계' 역시 빨라졌다는 것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 전까지 대법원 판결을 미뤄야 하는 이 대표 입장으로선 '조기 대선' 카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강한 발언 이면에는 이같은 위기의식이 자리 잡은 셈이다. 또한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해진 상황이기에 강성 발언을 해도 역풍이 없다는 분석도 일부 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현재 국민들의 심정을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 대표 본인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불안함과 불안정성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짜 사법적 절차의 탄핵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레토릭이라고 본다. 다만 다수당의 대표인데 지도층이 적나라하게 감정을 담아 이야기하는 것은 선동의 효과가 있어 좋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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