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 조국 '호남대전'에 진보당 상승세
민주·진보당, 사전투표 이틀 앞두고 집중유세
10·16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 사전투표 이틀 전인 9일 한글날 영광 읍내가 들썩였다. 영광은 지금 그야말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백중세다. /영광=조채원 기자 |
[더팩트ㅣ영광=조채원·김세정 기자] "원래 이때쯤 한 쪽으로 기우는 흐름이 있었는데, 이번엔 진짜 까봐야 알겠어."
10·16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 사전투표 이틀 전인 9일 한글날 영광 읍내가 들썩였다. 영광종합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더불어민주당, 진보당의 집중 유세가 이뤄지면서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 등 국회의원들이 총출동해 장세일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강종만 전 군수(무소속)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치러지는 재선거인 만큼 조국혁신당은 장현 후보가 '유일하게 전과 없는 후보'임을 강조했다. '돈 대신 땀'이라며 농촌으로 파고들며 '3강'으로 올라선 이석하 진보당 후보의 기세가 매섭다. 10·16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일은 오는 11, 12일 이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남도일보 의뢰로 7일, 8일 이틀간 전남 영광군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2명 대상으로 실시)결과 진보당 후보 35.0%, 민주당 후보 33.4%, 혁신당 장현 후보 27.4%로,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내 격차를 보였다.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백중세. <더팩트>는 이날 영광읍 일대를 돌며 유권자들 민심을 들어봤다.
이석하 진보당 영광군수 후보는 9일 영광터미널종합시장 인근에서 집중유세를 진행했다. /진보당 제공 |
"우리 진보당 후보 잘 부탁드립니다."
오전 8시 40분. 영광 읍내에 도착하자마자 '줍깅(길거리 쓰레기 줍기)'하는 진보당원들이 눈에 띄었다. 길거리 쓰레기를 주우며 막 가게 문을 연 상인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고생하신다"고 화답하는 상인들은 이들의 등장이 낯설지 않은 듯 했다. 터미널종합시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 A씨(여·50대)는 "진보당에서 사람들이 엄청 내려와 일대일로 붙어 농촌에 일손 돕고 무거운 것 들어주며 고생 진짜 많이 했다"며 "민주당, 혁신당에 굉장히 위협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차례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를 3차례 선택했다.
진보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식당 주인 B씨(여·60대)는 "혁신당이야 새로 만들어졌으니 자기 식구 만드려고 출마했다더라도 민주당은 여기서 군수 몇십년을 했는데 영광이 발전한 게 별로 없다"며 "새로 갈아타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가 우리 활동을 활발하게 해 농민들 속을 제일 잘 안다"며 "공약도 가장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장세일 후보는 영광사랑지원금 100만 원 지급과 에너지 기본소득평생연금 추진, 장현 후보는 영광행복지원금 120만 원 지급과 주차타워 신설 등 도시 재정비, 이 후보는 지역소멸 대응 영광군민수당 지급과 365일 24시간 어린이 공공병원 개설 등을 공약했다.
'투표권이 없다'는 고등학생 C씨(여·10대)도 곳곳에서 이번 선거에서 진보당 선거운동이 특히 눈에 띄었다고 했다. '군수가 어떤 사람이면 좋겠냐'는 물음에 그는 "군민들에게 좀 더 친절하게 다가가고 영광 전체를 공평하게 잘 살게 해줬으면 좋겠다"며 "역대 군수들이 출신지에 따라 지원을 달리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장세일 민주당 영광군수 후보가 9일 영광터미널종합시장 앞 유세를 앞두고 군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영광=김세정 기자 |
"지역 일꾼 뽑는 선거에 왜 이렇게 국회의원들이 많이 오는거야."
민주당에 대해서는 '현 정부에 각을 제대로 세울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과 '인물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신상을 밝히기 원하지 않았던 상인 D씨(여·50대)는 "코로나 때만큼 장사도 잘 안 되고 물가도 너무 올랐다"며 "지금 정부는 잘 사는 사람들 세금 깎아주면서 더 잘 살게 하는 거 같고 아닌 사람들에겐 국물도 없다. 민주당이 제대로 맞서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당과 상관없이 군정을 잘 이끌고 공약을 진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민주당 의원 '대거 등장'을 다소 불편해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택시기사 E씨(남·60대)는 민주당을 겨냥한 듯 "국회에선 지금 싸우고 난리났는데 지역 일꾼 뽑는 선거에 왜 자꾸 몰려오냐"며 "이렇게 자꾸 몰려오는 건 능력 없는 후보라도 당 보고 지지해주라는 말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30년 여기 산 우리가 누가 지역 일을 잘 할 지 스스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하고 말은 안해도 다 마음 속에 있다"며 "이곳 사람들도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 했던 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 후보 찍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DJ 비서실장을 역임한 박지원 의원은 이번 재보선에서 전남도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는 9일 영광 읍면 곳곳을 돌며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조국혁신당 제공 |
호남에서 '잘하기 경쟁'에 불씨를 당긴 혁신당에 대해선 기대와 장현 후보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교차했다. 터미널에서 만난 F씨(남·70대) 는 "조국 혁신당 대표가 월세방까지 얻어가며 선거에 사활을 거는 걸 보니 장 후보 공약이 공수표 같진 않다"면서도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해왔지만 이번엔 좀 고민"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가 여러번 와 직접 군민들을 만나는 모습이 진정성 있어 보이고 특히 여성들 표를 끄는 것 같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오는 10일 장 후보 지원유세를 위해 또 영광을 찾는다.
당적을 바꿔 출마한 장 후보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있었다. 택시기사 G씨(남·60대)는 "장현은 영광사람이라고 하긴 어렵다"며 "광주에서 주로 활동한 것 같은데 고향이 영광이라고 선거철마다 나오는 철새라고 보면 된다"고 비판했다.
인용한 여론조사 조사방식은 무선전화 가상번호(95%)·유선전화 RDD(5%)를 이용한 자동응답(ARS) 방식, 응답률 18.8%다.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