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방산·인프라·원전 협력 약속
20억달러 규모 인프라사업에 우리 기업 진출
바탄 원전 재개 MOU도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말라카냥 궁에서 열린 한-필리핀 해양협력 양해각서(MOU) 교환식에 임석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을 만나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방산·인프라 사업 등의 한국 기업 진출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동남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말라카냥궁에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런 내용의 공동언론 발표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해 한국과 필리핀의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지난 1949년 동남아 국가 중 한국과 최초로 외교관계를 수립한 나라다. 이후 양국이 공식적으로 관계를 설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먼저 양국은 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필리핀 방산분야 군 현대화 3단계 사업에 한국이 적극 참여하는 한편 이날 체결한 해양협력 업무협약(MOU)을 바탕으로 해상 초국가 범죄 대응, 정보 교환, 수색구조 등 해양안보 협력도 강화한다.
경제분야에서는 현지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에 대한 MOU를 맺고, 이 사업들을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추진하기로 했다. 두 사업은 지원 규모 각각 10억달러 상당의 EDCF 사업 기준 역대 1·2위로, 우리 기업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밖에도 필리핀이 추진 중인 여러 인프라 사업에 세계적인 경험과 역량을 갖춘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농업 분야 협력을 확대해 식량안보를 함께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필리핀에 한국 농기계 생산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말라카냥 궁에서 열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의 한-필리핀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무탄소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중요성에 주목, 이날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MOU를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양국 간 원전 협력 기반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또 한국이 공공행정 부문 디지털화를 비롯한 필리핀의 디지털 전환도 적극 지원한다.
안정적인 인적교류를 위해 지원을 확대한다. 지난해 필리핀을 찾은 외국인 중 한국인이 145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2004년부터 현재까지 9만7000명의 필리핀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근무했다. 이런 인적교류 확대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한편 국민들의 권익과 안전을 강화한다.
또한 양 정상은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북한의 핵개발과 무모한 도발, 불법적인 러북 군사협력을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북한 비핵화와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날 윤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에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자유, 평화, 번영의 통일 한반도가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리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역내 핵심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의 평화, 안정, 안전의 중요성도 논의했다. 이를 위해 남중국해상 규칙에 기반한 해양질서 확립과 국제법 원칙에 따른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를 위해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수립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공동 비전을 바탕으로 긴밀한 협력과 연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