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환 민주당 의원 "지금 원전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
입력: 2024.10.07 00:00 / 수정: 2024.10.07 00:00

'원전 vs 재생에너지'…'기후위기 대응'을 묻다
고준위법·재생에너지 3법 대표발의
"'문명의 전환' 말해야 할 시점"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원전이 총 26개다. 26개 원전에서 사용후핵연료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영구폐기장이 아직 없다.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윤호 기자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원전이 총 26개다. 26개 원전에서 사용후핵연료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영구폐기장이 아직 없다.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기후위기가 전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 여야는 '원자력발전 대 재생에너지' 싸움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원전이 '그동안 해온 일'이라면 재생에너지는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 앞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지금의 원전은 괜찮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법)'은 그런 질문에서 시작한 법이다. 22대 국회에서 이를 대표발의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의 원전 생태계를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 비유했다. 원전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영구폐기장이 없기 때문이다. '부지 내 저장시설'이라 불리는 임시저장소에 대한 규정도 없는 실정이다. 고준위법은 저장소부터, 저장소를 지을 지역에 대한 보상 문제까지 담고 있다.

김 의원이 원전 이용에 관한 법을 내놓았다는 게 의아할 수 있다. 그는 국회의 대표적인 기후전문가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기후경제포럼)'의 대표의원이기도 하다.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재생에너지 3법'도 발의했다. 기후위기와 원전, 재생에너지. <더팩트>가 2일 김 의원을 만나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에 관해 이야기했다.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법과 관련해 설명하는 김 의원. /남윤호 기자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법과 관련해 설명하는 김 의원. /남윤호 기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법)은 어떤 법인가?

원자력발전은 필연적으로 사용후핵연료가 나온다. 사용후핵연료는 짧게는 1만 년에서 길게는 10만 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을 해야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계까지 간다. 고준위법은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보관하는 장소를 지정하는 절차, 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 등의 내용에 관한 법이다.

지금 대한민국 원전이 총 26개다. 26개 원전에서 사용후핵연료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영구폐기장이 아직 없다.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안에 있는 수조에 보관하고 있지만 용량이 꽉 차가고 있다. 영구폐기장을 만드는 데만 30년은 걸린다. 그때까지 보관해야 할 임시저장소도 있어야 한다. 이를 소위 '부지 내 저장시설'이라고 하는데 지금 월성1호기에 딱 하나 있다. 현재 부지 내 저장시설에 대한 관련 규정조차 없는 실정이다. 고준위법은 부지 내 저장시설에 관한 규정과 영구폐기장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를 이룬 법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왜 아직 제정이 안 됐나?

당시 여야 원내대표들 간에 합의가 있었다. 민주당이 관심 있는 해상풍력법과 국민의힘이 관심 있는 고준위법을 함께 합의 처리 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그런데 당시 채상병 특검법이 문제가 됐다.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문제 삼아 모든 상임위원회를 '올스톱' 시켰다. 산자위는 물론 법사위도 열리지 않아 아쉽게도 처리되지 못했다.

-저장 용량에 아직 이견이 있는 것 같다.

법안 소위를 해봐야 안다. 일단 국민의힘에서는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전제로 저장용량을 늘리자고 하고 있다. 우리 당은 원자력발전소 수명 연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 당은 원자력발전소의 설계수명까지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고 이를 영구폐기장을 만들어 옮기자는 입장이다. 원전을 더 늘리게 되면 해당 지역에 위험성이 계속 커진다. 지금 있는 것도 감당이 어려운 실정이다.

김 의원은 대부분 국가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가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 에너지 전환의 브리지 성격으로 원전을 검토하는 정도다. 그런데 유독 대한민국은 원전을 주 에너지원으로 가져가려 한다. 바람직하지 않다. 윤석열정부의 정책이 그런 방향이라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남윤호 기자
김 의원은 "대부분 국가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가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 에너지 전환의 '브리지' 성격으로 원전을 검토하는 정도다. 그런데 유독 대한민국은 원전을 주 에너지원으로 가져가려 한다. 바람직하지 않다. 윤석열정부의 정책이 그런 방향이라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남윤호 기자

-원전 확대냐, 재생에너지 확대냐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현재 세계적으로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나라가 대략 한 30여 개국 정도 된다. 전반적인 추세는 원전이 그 자체로 이산화탄소를 발생하지는 않지만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나면 매우 치명적이라는 것.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의 사례가 있다.

또 지금 나오는 것처럼 영구폐기장을 만드는 문제다. 원전을 가동한다면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누구도 내 집 앞에 두려고 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원전이 많은 나라가 미국인데 미국도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 만들려고 했다가 그 해당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취소했다. 프랑스도 원전이 많은데 아직 정하지 못했다. 원전 6기 정도 있는 핀란드가 이제 겨우 영구폐기장을 만든 정도다. 매우 어려운 문제다.

세계적인 에너지 투자 비중을 보면 재생에너지가 100이라면 원전은 1 정도다. 용량으로도 마찬가지다. 원전을 가동하는 국가들이 있지만 그것이 주 에너지원이라 보기는 어렵다. 대부분 국가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가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 에너지 전환의 '브리지' 성격으로 원전을 검토하는 정도다. 그런데 유독 대한민국은 원전을 주 에너지원으로 가져가려 한다. 바람직하지 않다. 윤석열정부의 정책이 그런 방향이라 매우 우려스럽다.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이 되고 있다면 우리나라도 그 방향으로 산업을 키워야 한다. 원전은 보조 수단으로 가야 한다. 그게 세계적인 추세에 맞다. 재생에너지 시장이 훨씬 크다. 그런데도 여전히 원전을 중심으로, 소위 '저가 출혈 수출'까지 감내한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체코 원전 2기에 24조 원이다. 결정적인 문제는 우리가 미국과의 지적재산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석열정부가 바이든행정부와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해 버렸다. 키를 쥔 건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사다. 지난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에는 기술 자문료를 주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다르다. 미국과 웨스팅하우스사가 지적재산권을 무기로 한국을 하청화하려는 흐름이 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딴 사람이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거기에 최근에 확인된 바로는 우리나라는 정부와 은행에서 체코 원전에 자금을 대줄 것으로 보인다. 이게 트랙레코드(사업실적)를 쌓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24조 원이 큰 이익인 것 같지만 사실상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건 체코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정부가 왜 그렇게까지 한다고 보나?

윤석열 대통령이 '1호 영업사원'을 자처했는데 아직 성과가 없지 않나. 이거라도 해서 성과로 포장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 여러모로 우려스럽다. 특히 문제는 지금 정부가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체코는 아직 협상이 마무리 안 됐다 치더라도 2009년에 한 바라카 원전은 이미 꽤 됐는데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거기서 이익을 보고 있는지, 이런 내용을 전혀 공개하고 있지 않다. 뭔가 감출 게 있다는 뜻 아니겠나.

김 의원은 원전은 당장은 싼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결코 싼 에너지가 아니다. 그런데 높은 안전기준을 맞추고 사용후핵연료를 10만 년간 보관해야 하는 비용까지 계산한다면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남윤호 기자
김 의원은 "원전은 당장은 싼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결코 싼 에너지가 아니다. 그런데 높은 안전기준을 맞추고 사용후핵연료를 10만 년간 보관해야 하는 비용까지 계산한다면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남윤호 기자

-다시 재생에너지로 돌아가면,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두 가지 질문이 끊임없이 나온다. 우선은 '재생에너지로 현재 에너지 총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가'와 '원전도 기후위기 대응에 적합하다'는 주장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1억5000만km 떨어진 태양에서 지구로 보내는 태양에너지, 이 태양에너지 1시간 분량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바꾸면 우리 인류가 1년 치 쓸 수 있는 양이 나온다. 거의 무한한 에너지다. 에너지 단가에 대한 문제도 지적이 되는데, 우리보다 먼저 투자를 시작한 유럽 등은 이미 원전이나 석탄발전소보다 태양력과 풍력이 더 저렴해졌다. 우리도 빨리 그 단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종의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야 한다. 못 할 게 없다. 우리보다 훨씬 위도가 높은 나라도 하고 있다.

두 번째로 원전은 당장은 싼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결코 싼 에너지가 아니다. 당장 우라늄을 수입해 발전하는 비용만 계산하면 원전은 비싼 에너지가 아니다. 그런데 높은 안전기준을 맞추고 사용후핵연료를 10만 년간 보관해야 하는 비용까지 계산한다면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 사고 위험까지 있다. 도쿄전력이 후쿠시마에 원전을 세울 때 '절대 사고 안 난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됐나. 더욱이 우리나라는 남북이 대치상태에 있다. 북한이 우리의 원전을 때린다면 어떻게 되겠나. 원전을 두고 '100%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최근 한국전력이 9월부터 호남과 동해안, 제주 등에 사실상 신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제한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진 지역에 2032년까지 신규 발전 사업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송전망 제약을 이유로 들었는데, 호사스러운 얘기다. 대한민국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꼴찌다. 그런 나라에서 송전망 제약 때문에 그나마 햇빛 많고 바람 많은 지역에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허가를 하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송전망이 부족한 게 문제라면 어떻게든 송전망 제약을 빨리 해소하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늘려 재생에너지의 총량을 더 늘려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특성상 분산에너지자원이다. 해당 지역부터 석탄발전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줄이면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24시간 365일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빨리 설계해야 한다. 그런데 송전망을 이유로 7년간 허가하지 않겠다는 건 세계적인 추세와도 완전히 거꾸로 가는 것이다.

게다가 송전망 부족 문제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많아져서가 아니다. 당초 영광의 한빛원전이 설계수명이 다 되면 중단하겠다는 게 문재인정부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를 다시 가동한다고 한다. 원전이 중단되면서 그 송전망을 재생에너지가 활용했는데 원전을 재가동하니 송전망이 모자라게 된 것이다.

물론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송전망을 늘려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많은 지역이 있고 에너지 수요가 많은 지역이 있다. 수도권이 에너지 수요가 많은데 수도권 에너지 공급을 그동안 인천과 충남 서천까지 연결하는 서해안의 석탄발전소에서 해왔다. 그런데 석탄발전소는 기후위기에 직접적이라 폐쇄하거나 LNG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어서 수도권 일대의 에너지 공급이 부족해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가 많은 서남해안에서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데 전력망을 늘리긴 해야 한다. 다만 송전망 문제를 이유로 재생에너지 산업을 제한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쪽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소위 '재생에너지 3법'도 발의했다. 어떤 내용인가?

먼저 '신-재생에너지 분리법'은 그동안 법적으로 묶여있던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분리해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 집중하자는 의미다. 현행법에서는 '신재생에너지'라는 용어를 쓴다. 그런데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는 다르다. 신에너지는 대체에너지 개념인데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개발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석탄을 석유화하는 IGCC, 수소발전 등이 신에너지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와는 다른 개념이다. '신-재생에너지 분리법'은 신에너지를 삭제하고 수소에너지에 대한 내용은 수소법으로 이관하도록 한다.

'그린수소 지원법'으로 불리는 수소법 개정안은 그린수소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근거를 마련한 법안이다. 재생에너지가 남아돈다면 이를 그린수소로 저장했다가, 그린수소를 직접 발전하거나 자동차의 연료 등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린수소(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얻어지는 수소)는 그레이수소(화석연료로부터 생산하는 수소)보다 생산 비용이 비싸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주요 국가에서는 그린수소 산업 생태계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현재 그린수소 생산 시 그 차액을 지원해 준다. 우리도 이런 시도를 해보자는 것이다.

마지막은 '전기차 양방향충전 의무화법'이다. 전기차의 '이동형 ESS' 시대를 만들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재생에너지가 많을 때는 ESS에 저장을 해야 하는데 설치비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 전기자동차는 움직이는 ESS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쌀 때 전기차에 충전해놨다가 비쌀 때 방출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 현대자동차도 EV9부터 양방향으로 쓸 수 있는 시스템을 장착했다. 양방향 충전, 신-재생에너지 분리에 대해서는 정부도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그린수소 지원법에 대해서는 돈이 들어가는 문제다 보니 소극적이다.

그는 기후위기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우리를 위협할 것이라며 북극곰만을 멸종시키는 게 아니라 인류를, 취약한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부터 치명적으로 위협할 것이다. 2.0도가 넘으면 세계 경제를 붕괴시키고 3.0도를 넘으면 문명이 붕괴될 가능성이 커진다. 매우 절박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남윤호 기자
그는 "기후위기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우리를 위협할 것"이라며 "북극곰만을 멸종시키는 게 아니라 인류를, 취약한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부터 치명적으로 위협할 것이다. 2.0도가 넘으면 세계 경제를 붕괴시키고 3.0도를 넘으면 문명이 붕괴될 가능성이 커진다. 매우 절박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남윤호 기자

-윤석열정부의 에너지 전환, 나아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평가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이해하지 못해 망신을 산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소위 CF100(무탄소에너지 100%)으로 논의를 피해 가려는 하는 것 같다. RE100은 영국에서 시작한 비영리단체의 캠페인이다. 약 430여개의 다국적기업이 가입돼 있고 한국기업도 30여 개가 있다.

문제는 이게 자발적 캠페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구글이나 애플, BMW와 같은 기업들이 2030년까지 자신들에 납품하는 부품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물리겠다고 나오는 것이다.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기반이 너무 취약하다. 다국적 대기업에 납품하려면 한국의 공장을 재생에너지가 많은 다른 나라로 옮겨야 하는 게 현실이다.

또 유럽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지금은 시범 시행 단계다. 철강, 시멘트, 전기, 비료, 알루미늄, 수소 등 6개 품목에 대해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만큼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일종의 관세 제도다. 그러니까 포스코에서 생산된 철강이 유럽으로 넘어갈 때 탄소국경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석탄으로 생산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 대한민국은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문재인정부 때 세웠던 로드맵을 늦추고 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게 현실이다.

지구를 살리는 문제이지만, 새로운 산업의 전환이기 때문에 우리가 빨리 대응해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그와 관련된 일자리가 유지 보존된다. 윤석열정부는 원전에만 관심이 있고 이런 재생에너지 기반의 새로운 산업 확장에는 굉장히 더디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까 우려가 크다.

-그렇다면 국회는 어떤가?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2031년부터 2049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없는 탄소중립기본법의 제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26년까지 이에 대한 세부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한다'는 내용도 하마터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을 뻔했는데 헌법재판관 한 명 차이로 면했다. 2026년까지 세부내용을 보완해야 한다.

현재 탄소중립기본법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관으로 돼 있는데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권한을 갖는 형태로 상설화된다면 그 법안을 기후특위가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기획재정위원회가 가진 기후대응기금에 대한 예산 심의권도 기후특위가 가지게 된다면 세부적인 로드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기후위기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우리를 위협할 것이다. 지구가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라고 했는데 올해 이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년간의 평균을 내긴 하지만, 작년에 1.46도, 올해 1.68도 올라간다고 한다. 온도 상승은 한번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다. 북극곰만을 멸종시키는 게 아니라 인류를, 취약한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부터 치명적으로 위협할 것이다. 2.0도가 넘으면 세계 경제를 붕괴시키고 3.0도를 넘으면 문명이 붕괴될 가능성이 커진다. 매우 절박한 과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문명의 수단에서 석탄과 석유에너지를 빼야 한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이는 모든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에너지원으로 상품을 생산하고, 생산된 상품은 가급적 재사용·재활용하고, 그 과정에 들어가는 에너지원도 재생에너지로 사용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3억 년 전에 생산된 석탄·석유에너지를 무한정 캐서 사용했다면 이제는 지구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새로운 문명을 설계해야 한다.

단순히 에너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시점에 놓여있다. 대한민국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더 발전할 수도, 퇴보할 수도 있는 그런 과도기에 있다. 정부·여당이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우리 당이 국민들께 잘 설명하고 설득해서 새로운 문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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