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자에 "추가 증거 제출하라" 통보
국민권익위원회가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수술 청탁 의혹' 사건에 대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신고인 측에 추가 증거를 요구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수술 청탁 의혹'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신고가 접수됐지만 권익위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신고인 측에 추가 입증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탁을 받았다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대상 기관이 어디인지 권익위 차원의 제대로 된 진상 규명 노력도 없이 신고자에게만 입증 자료를 요구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30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권익위는 신고자인 김지호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부실장에게 '신고사항의 보완 요구'라는 제목으로 "신고사항은 신고내용만으로는 법 위반사항 확인 및 신고의 처리가 어렵다"는 내용을 최근 통지했다.
앞서 지난 5일 인 최고위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부탁한 환자 지금 수술 중. 조금 늦었으면 죽을 뻔. 너무 위험해서 잘 살 수 있을지 걱정이야'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에 '감사감사'라고 답변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던 때여서 큰 논란이 일었다. 이에 김 전 부실장은 현역 국회의원인 인 최고위원의 청탁금지법 위반 행위를 조사해달라며 권익위에 신고한 바 있다.
권익위는 김 전 부실장에게 "귀하의 제출 자료는 언론 보도내용 외 새로운 증거가 없다. 피신고자(인 최고위원)가 부정청탁을 했는지 여부, 부정청탁 등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한 일시·장소 및 내용 등을 특정할 수 없어 피신고자의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건의 구체적 정황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사 개시조차 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이 사건 신고내용을 특정하는데 필요한 사항과 신고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참고인 또는 증거자료에 대한 설명 또는 그 자료'를 내달 10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또 "청탁을 받은 당사자 또는 청탁을 받은 당사자 소속 기관이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지 여부 확인을 위해 △해당 의료기관이 어디인지 △해당 청탁을 받은 당사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입증 자료"도 요구했다.
통상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위반행위 신고가 들어오면 사실 확인 또는 직접 조사 절차를 거친다. 감사 또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감사원 또는 검찰 등 수사기관에 이첩하고 신고자에게 결과를 통보한다.
지난 5일 국회 예결위 회의에 출석한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장철민 민주당 의원이 인 최고위원 사건을 언급하며 "청탁금지법 위반이냐"라고 묻자 "검토를 해봐야 될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허영 의원의 관련 입장 제출 요구에 대해선 "사실관계 확인을 조금 더 해야 된다"라고 했다. 다음날인 6일에 오기형 의원이 권익위가 제출한 답변이 부실하다고 지적하면서 "사실 확인이 안 됐으니 아직 모르겠다는 입장인 것이냐"라고 묻자 "그렇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선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는 권익위가 인 최고위원이나 여권과 연관된 사건에는 입증 요구를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게 김 전 부실장의 주장이다.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받은지 4주 가까이 지났음에도 조사 시도도 여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권익위는 지난 7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 흉기 피습 사건 관련 7개월 만에 헬기 이송 관련해 당시 대표 비서실장이었던 천준호 민주당 의원을 조사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을 조사하며 각종 자료를 요구하면서 사흘간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들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며칠에 걸친 현장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반면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신고에 대해서는 최재영 목사에 대한 조사 없이 종결처리해 논란이 일었다.
인 최고위원 측엔 연락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권익위로부터 어떤 연락도 없었다"고 <더팩트>에말했다.
김지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무조정부실장(가운데)의 모습. 김 전 정무부실장은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김세정 기자 |
김 전 부실장은 "수사기관도 아닌 개인에게 인 최고위원의 핸드폰을 압수수색 해야 알 수 있는 정보를 요구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신고 처리를 거부하겠다니 기가 막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가 테러암살시도를 당해서 헬기 이송된 건은 국회의원, 의사들을 권익위에서 잘도 조사하더니 인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모르쇠"라며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수사의 경우에도 관련 있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권익위가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경우와도 상반된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반부패를 관리해야 할 권익위가 야당 대표에게는 현미경 조사를 실시하고 여당 최고위원과 영부인 김건희 씨의 디올백 수수의혹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