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대 '거절'당한 한동훈…리더십 타격 불가피
입력: 2024.09.24 00:00 / 수정: 2024.09.24 00:00

추후 '尹 주도' 독대 마련 가능성도
한동훈 "조속한 시일 내 이뤄져야"
여권 의견 분분…"사전 공개 이례적" vs "독대 필요"


두 달 만에 함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만찬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체코 순방길에 오르는 김건희 여사에게 목례하는 한 대표. /이새롬 기자
두 달 만에 함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만찬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체코 순방길에 오르는 김건희 여사에게 목례하는 한 대표.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두 달 만에 함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만찬에 이목이 쏠린다. 둘 사이 독대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당정갈등이 더욱 악화하는 모양새가 돼 한 대표의 당 장악력과 정치력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만찬 이후 둘 사이 독대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당정갈등 해결의 불씨는 아직 살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 "추후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혔다. 이에 한 대표는 이날 대통령실의 입장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따로 직접 전달받은 것은 없다. 이번이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중요한 사안들이 있고 그 사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한 대표의 입장이다.

앞서 한 대표는 24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전후 독대를 요청했다. 가장 시급한 사안인 의료 개혁과 의정갈등을 비롯한 국정 현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선 대통령과 따로 만남을 가져야 한다는 게 이유이다.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윤 대통령과의 독대 성사 여부가 한 대표의 리더십 시험대로 떠올랐다. 취임 이후 줄곧 의심 받아온 자신의 정치적 리더십을 증명하고 당정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기회로 삼으려고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한 대표는 독대를 통해 대통령에게 직접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한 정부의 협조를 요청해 장기화한 의정갈등 '중재자' 역할을 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 주도로 통과시킨 법안들과 공천개입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등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관련한 향후 대응 방안도 언급하고자 했을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실이 사실상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거부하면서 그의 리더십에 손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로서 리더십에 심각한 손상을 입는 순간으로 정치적 위기"라며 "대통령과 대화가 전혀 안 되는 모습을 보였으니 당의 중진이라든지 지도부에서 '당 대표나 나나 똑같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둘 사이 독대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당정갈등이 더욱 악화하는 모양새가 돼 한 대표의 당 장악력과 정치력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둘 사이 독대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당정갈등이 더욱 악화하는 모양새가 돼 한 대표의 당 장악력과 정치력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다만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갈등 해결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 만찬 이후 조만간 둘 사이 독대가 따로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수영 평론가는 "한 대표의 리더십에 타격은 일부 있겠지만 (이후 독대가 이뤄질) 여지는 있다고 본다"며 "대통령실도 지금 독대 요청을 받아주면 마치 한 대표에 밀려서 받는 것처럼 되니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도 남은 임기 2년 반 동안 여당의 협조 없이 국정운영을 하기는 어려우니까 주도권을 놓지 않는 선에서 독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대통령실은 '이번엔 그냥 오고 다음에 우리가 연락할게'라며 독대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가져가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야당 대표도 아니고 여당 대표를 왜 안 만나겠나"고 말했다.

여권에서도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두고 의견차를 보였다.

먼저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왔는데,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사전에 공개가 되는 것은 약간 좀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는 것 아닌가"라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잘 조화롭게 대화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이야기인데 이것이 사전에 공개가 됨으로써 양쪽 다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은 좀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독대가 아니라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독대는 그렇게 미리 떠벌리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당 장악력이 있어야 믿고 독대하지, 당 장악력도 없으면서 독대해서 주가나 올리려고 하는 시도는 측은하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반면 김미애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 인터뷰에서 "당정 간의 건강한 소통을 위해서도 저는 독대는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라며 "공개적으로 말하기 껄끄러운 것 등 모든 것을 열어두고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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