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선 앞두고…민주당 vs 혁신당, '잘하기 경쟁' 본격화
입력: 2024.09.24 00:00 / 수정: 2024.09.24 00:00

野, 재보선 '尹정권 심판' 규정…李 "새 지도부에 기회를"
曺 "호남은 새 선택지 원해"…양당 정책 경쟁 이어질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3일 오전 전남 영광군터미널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3일 오전 전남 영광군터미널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10·1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호남에서 '잘하기 경쟁'에 돌입했다. 혁신당의 재보선 등판 자체에 부정적이었던 민주당이 "완전히 다른 지방자치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다. 두 당은 자신의 승리가 현 정부에 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모습이다. 양당 지도부 일각에서 과열 양상을 보였던 '장외 비방전'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3일 전남 영광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민주당이 장기집권하는 특정 지역 정치가 보수정당이 영구지배하는 지역 정치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 있다"며 "맞는 지적이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지방자치 문제에서 새로운 민주당 (지도부) 체제는 아직 한 번도 어떤 정치적 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라며 "저희가 선택해 내보낸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 조상래 곡성군수 후보를 통해 영광과 곡성에서 완전히 다른 지방자치를 한번 보여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한 번 정신 차리게 할 겸 다른 선택을 한번 해볼까 생각하시는 심정은 이해한다"면서도 "이 선거는 규모도 작고 국지적이지만 윤석열 정권에 주는 엄중한 2차 경고의 성격을 갖고 있으니 확실하게, 압도적으로 승리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조국혁신당도 10·16 재보궐선거가 윤석열 정권 심판 성격을 띄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호남에서 진보진영 간 경쟁은 호남 유권자들과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을 향해 "혁신당에 대해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고 비방하는 분이 있는데 과하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김 수석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혁신당 일부 의원이 호남 지역 방문 일정으로 김건희, 채해병 특검법 등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불참했다고 비판하며 "고인 물을 넘어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조 대표는 "호남에서 정치 혁신의 새 선택지를 희망하는 분들이 매우 많은데 그 열망에 부응하는 것이 어떻게 상하기 시작하는 것이냐"며 "이러한 열망을 외면하고 경쟁을 억압하는 것이 바로 상하기 시작하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혁신당과 민주당은 죽기 살기로 전쟁을 벌이는 적이나 멸절의 대상이 아니라 우당이고 누가 국민을 더 잘 섬길지 경쟁 벌이는 상대"라며 "호남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 당 지지층을 서로 싸우도록 부추기는 언동을 하지 말자"며 "분노의 화살은 서로를 향해서가 아니라 윤석열·김건희 공동 정권으로 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을 겨냥해 혁신당을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고 비방하는 분이 있는데 과하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 국회=남윤호 기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을 겨냥해 "혁신당을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고 비방하는 분이 있는데 과하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 국회=남윤호 기자

민주당이 호남 재선거에 적극 뛰어든 데는 텃밭 사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재보선은 현 정권 뿐 아니라 사실상 '호남 집권당'인 민주당 심판 심리도 작용해 최근 전남 영광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혁신당, 진보당이 '2강 1중'으로 나타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남도일보·리얼미터 등이 지난 10~11일 진행한 여론조사결과(506명, 무선 ARS,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장현 혁신당 후보 30.3%, 장세일 민주당 후보 29.8%, 이석하 진보당 후보 19.0%, 양재휘 무소속 후보 순이었다. kbc광주방송·리서치뷰가 실시한 여론조사(11~12일. 500명. 무선 ARS)에선 혁신당 후보 36.3%, 민주당 후보 30.1%, 진보당 후보 19.8%다. 두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영광 예비후보들이 별다른 잡음 없이 원팀을 결성한 것, 지역 조직을 확장해나가고 있다는 점 등도 혁신당에 유리한 흐름이다. 양 후보는 이날 혁신당에 입당하고 장현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혁신당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무소속 후보 중 가장 지지세가 높은 후보가 민주당이 아닌 혁신당에 합류한 것"이라며 "바닥 민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이미 지난 지선 때 영광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서 민주당을 향한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표출됐다"며 "그렇다고 여당을 찍을 순 없는 호남 유권자로선 혁신당을 대안으로 여기는 정서가 있고, 상승 흐름을 탔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최수영 평론가도 통화에서 "민주당 입장에선 압도적으로 이겨도 큰 의미가 없고 5대4 구도로만 이겨도 호남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 대표의 '가을 리스크'와 맞물려 리더십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민감한 반응이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가을 리스크'는 11월로 예고된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를 의미한다.

최 평론가는 "민주당이 경쟁자 출현에 날을 세울수록 '호남 홀대론'이 더욱 부각된다는 점에서 김 수석최고위원 발언은 전략적 패착"이라며 "민주당도 재보선 이후 혁신당과 연대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관계의 회복탄력성을 고려해야 한다"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혁신당은 지역 맞춤 공약으로 승부수로 띄울 계획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전남 영광·곡성 같은 군단위 어려운 지역에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도입해 동네가 살아나고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혁신당은 24일 전남도의회에서 전남 곡성·영광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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