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기부·모금 등 스스로 행동하는 수밖에"
與 김미애 의원, 명절 상여금 기부 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들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을 찾아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보좌진들도 의원들의 추석 상여금에 대한 국민 정서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규정으로 정해진 수당을 받는 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받을만한 자격이 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실에서 근무 중인 A씨는 "일반 기업에서는 성과를 기반으로 보너스를 지급한다. 만약 국회의원도 입법 또는 정책 성과를 냈다면 국민들도 충분히 상여금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라며 "다만 지난 3개월간 여야간 공방과 상임위 내 다툼이 많았기 때문에 상여금 지급이 국민 눈높이에서 벗어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0년 넘게 국회에서 일한 보좌관 B씨는 "국민들의 지적과 의견에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규정에 따라 지급되는 돈이다 보니 비난하기보다는 '그만큼의 값, 즉 그 역할을 해내라'고 채찍질하는 방향으로 비판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쟁의 모습만 보여서 그렇지 사실 입법, 견제, 예산 심의 등 해야 할 역할이 많은 직업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20대 비서관 C씨도 "사실 일반 직장인들은 식용유 세트 대신 스팸 세트만 받아도 기분 좋다"라고 웃으며 "국회의원 스스로 자기 자신을 돌아 봐야 한다. 기부를 하는 등 알아서 잘 처신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권위에는 그에 따른 책임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하며 특권만 챙기는 모습이 아닌 국민의 어려움에 동참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받은 돈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엔 정치가 사회에서 갖는 의미 또는 비중이 매우 크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의료체계 붕괴가 우려되는 응급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게 기부를 한다거나 모금을 해 어려운 분들에게 전달하는 등 국민 고통에 동참하거나 사회의 한 축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이 매번 강조하는 게 국민과 민생이다. 상여금을 지급하는 회사 수도 급감한 상황에서 자신들이 스스로 상여금을 반납해 필요한 사람들한테 쓰도록 먼저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현직 국회의원이 자신에게 지급된 명절 상여금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내며 기부를 예고한 것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절휴가비가 들어왔다"며 "국회의원이라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여러 명목의 소중한 혈세가 날짜 되면 또박또박 들어오는데, 참 마음이 무겁다"고 글을 적었다. 이어 "조금이라도 어려운 분들과 나누겠다"며 "입으로는 민생을 외치지만 진심으로 실천하는지 반성하며 오늘도 무겁게 하루를 시작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