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신들린 하이에나"라 文 비판했던 이언주의 어색한 미소?
추석 연휴 맞아 서울·용산역으로 모인 여야 지도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0일 열린 대정부질문에 앞서 국회 측에 불출석 승인을 받았지만 야당은 "국회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이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하지만 정작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본회의장에는 빈자리가 더 많았다. /배정한 기자 |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민주당, 원내대표 직인까지 찍어놓고…"실무진 실수"
-국회 대정부질문이 외교·국방부 장관의 불출석 문제로 5시간이나 미뤄졌다며?
-지난 10일 있었던 일인데 더불어민주당은 외교·국방부 장관이 대정부질문 불참 의사를 밝히자 "국회 능멸을 멈추라"며 발끈했어. 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있던 야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하루 전 두 장관의 불출석을 알게 됐다며 "국회와 헌법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지.
-하지만 외교부와 국방부가 곧장 반박 자료를 제시하면서 상황은 뒤집어졌어. 알고 보니 외교·국방부 장관이 사전에 대리참석 양해 확인서를 국회 측에 제출했더라고. 확인서에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의 직인도 함께 찍혀있었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0일에 제출한 서류에 민주당 승인을 받았고,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6일 허가를 득했다고 해.
지난 10일 대정부질문이 시작된 본회의장 모습. 1시간 뒤 야당 의원석에는 40여 명이, 여당 의원석에는 20여 명만 자리를 지켰다. /배정한 기자 |
-민주당에서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긴데 왜 화를 낸 거지?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실무진 실수'라고 해명했어. 체면을 제대로 구긴 셈인데, 그러면서도 두 장관이 반드시 대정부질문에 참석해야 한다고 했지. 결국 이와 관련된 여야 간 합의에 따라 대정부질문은 오후 2시에서 오후 7시로 미뤄졌어. 조 장관과 김 장관은 9~10일 서울에서 개최된 '2024 인공지능(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 회의'(REAIM 고위급회의) 참석을 위해 불출석하게 된 것이었어. 결국 조 장관과 김 장관은 일정을 마치고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하게 됐지.
-정작 대정부질문에서는 국회의원 상당수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응. 대정부질문이 시작된 지 1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본회의장에는 빈자리가 더 많았어. 야당 의원석에는 40여 명이, 여당 의원석에는 20여 명만 보였지. 외교·국방부 장관을 다시 불러들여 진행한 대정부질문이었던 만큼 야당의 진심(?)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었는데 그렇진 않더라고. 외교·국방부 장관 입장에서도 텅 빈 의원석을 보며 적지 않은 자괴감(?)을 느꼈을 것 같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지난 8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언주 최고위원(오른쪽)의 굳은 표정이 눈길을 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
◆文 전 대통령 만난 이언주, '새출발'하기엔 너무 멀리 갔었나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도부와 함께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 그런데 공개된 사진에서 이언주 최고위원의 표정이 눈길을 끌었다고?
-응. 민주당 지도부와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응접실에서 만나는 모습이었어. 공개된 사진에서인데 이 최고위원은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아서 테이블만 내려다보고 있었어. 문 전 대통령을 바라보고 경청하는 다른 최고위원들과 사뭇 비교됐지.
-이 최고위원은 문재인정부를 앞장서서 비판해 온 사람 중 한 명이야. 2019년에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을 하기도 했지. 당시 정치권의 시각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 문 전 대통령을 향한 도 넘은 비난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지적도 많았어.
지난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항의하며 삭발한 이언주 당시 무소속 의원. /더팩트 DB |
-문 전 대통령을 내란선동죄로 고발한 건 어떻고. 민주당을 탈당하고 보수단체인 '행동하는 자유시민' 공동대표를 맡고서는 문 전 대통령에게 "'왕 놀이' 그만하고 본래 책무에 집중하라"고 쏘아붙였지. 경제정책을 비판하면서 "'경제자살'을 자행한다"는 말도 했고 말이야. 친문계 인사들을 향한 인신공격도 서슴없었어. "내로남불 구역질 난다"든가 "걸신들린 하이에나 같다"고도 했어.
-그 때문에 이 대표가 이 최고위원을 다시 영입한다 했을 때 당내에선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던 게 사실이야. 당내 통합은 물론이고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고 노동존중사회를 추구한다는 민주당 강령에도 어긋난다고 말이야.
-당적은 어떻고. 2017년 대선을 한 달쯤 남기고 안철수 의원 지지를 선언하면서 국민의당으로 옮겼잖아. 그 후로 문 전 대통령과 친문계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고. 이후에 바른미래당을 거쳐 다시 탈당하고, 당시 황교안 대표가 이끄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합당했지.
-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이 최고위원이 당에 상처를 많이 줬다"며 "최근에 늘어난 강성당원들은 이 최고위원의 행적을 잘 모르는 것 같지만 당에 오래 계신 분들은 이 최고위원을 불편해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의원들이 13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시민들을 만나 추석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치열한 경쟁", "정치 행복하게"…조국혁신당, 개혁신당 귀성인사
-추석을 하루 앞두고 여야 정당 지도부가 귀성 인사에 나섰지?
-맞아. 여야 지도부는 13일 오전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을 만났어. 원내 정당인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모두 서울역 또는 용산역으로 출동했지.
-22대 국회에서 새로 원내에 입성한 혁신당의 귀성인사는 어땠어?
-혁신당 의원들은 이날 9시 50분쯤 용산역에서 인사를 시작했어. 신장식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참석했지. 조 대표는 인사 전 용산역 회의실에 모인 의원들에게 "전남 곡성·영광 재선거 분위기가 너무 뜨겁다"며 "잘해보자, 흥미진진한 경쟁이 될 거 같다"고 각오를 다졌어. 조 대표와 황운하 원내대표 등은 귀성인사 후 곡성으로 내려가 곡성군수 재선에 출마한 박웅두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거든. 김선민 수석최고위원이 "대표님 오늘 한복 입고 오시는 줄 알았다"고 말하자 조 대표는 "왜 그러세요, 저 어제 한복 입고 영상 찍었습니다"라고 웃으며 답하기도 했지.
-앞장섰던 조 대표는 동선에 신경이 많이 쓰였던 모양이야. 전동휠체어를 탄 이숙윤 정책위부의장도 있었고 아무래도 사람들이 몰려다니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 혁신당 의원들은 "수고하십니다", "추석 잘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고 역 승강장에서 귀성하는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어. 앞장 선 조 대표가 안내하는 코레일 직원에게 "죄송하다, 저희가 민폐를 끼친다"고 거듭 사과하는 모습도 포착됐지.
개혁신당 지도부가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시민들을 만나 추석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허은아 대표, 천하람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배정한 기자 |
-개혁신당도 비슷한 시간에 용산역에서 귀성인사를 했다던데?
-개혁신당 지도부는 9시 10분쯤 서울역에서, 10시 10분쯤엔 용산역에서 귀성인사를 했어. 허은아 대표, 천하람 원내대표, 이기인·전성균·조대원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지. 허 대표는 서울역 귀성인사에서 "금요일에 출발하시는 귀성객들이라서 그런지 한결 밝은 표정이어서 지켜보는 저희도 너무 행복했다"며 "정치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저희 개혁신당이 용기 내 열심히 정상적인 정치 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어.
-혁신당과 비교했을 때 개혁신당은 의원들이 많이 오지 않았네?
정책위의장을 맡은 이주영 의원은 지난 10일 IPU 세계청년의원회의 일정으로 출국했다고 해. 사실 당의 간판인 이준석 의원이 참석하지 않은 게 의아했어. 개혁신당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오전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있어서"라고 이야기하더라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