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민주당 내 '금투세 유예론'…관건은 국민여론
입력: 2024.09.11 10:00 / 수정: 2024.09.11 10:00

민주당내 '유예론' 커져…여론조사는 '팽팽'

더불어민주당 내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유예를 언급한 지 두달 만이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대한상공회의소 민생경제 간담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맞아 인사말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유예를 언급한 지 두달 만이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대한상공회의소 민생경제 간담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맞아 인사말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금융투자소득세를 두고 갈피를 잡지 못하던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유예론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가장 큰 이유는 국민 여론이지만 실제 국민 여론은 팽팽하다. 국민의힘은 금투세를 '민주당세'라고 하며 폐지를 압박했다.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당의 입장을 정하기에 앞서 오는 24일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금투세에 대해 가장 강경하게 목소리를 내오던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금투세 관련 언급을 자제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간담회에서 관련질문에 "금투세 관련 원내 입장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 다양한 의견이 있고 예정돼 있는 정책 디베이트, 정책의총 등을 통해 당의 총의를 확인해 나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증권거래세와 관련해 "폐지가 바람직하다"며 "금투세를 도입하면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자는 방향에 합의가 돼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유예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기재위 소속 정일영 의원이 페이스북에 "금투세를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앞서 민주당 기재위원들은 '예정대로 시행하되 보완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 의원은 공식적으로 이견을 표출한 셈이다.

정 의원은 "자본의 공정한 분배와 조세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금투세의 입법 취지에 깊이 공감하지만 우리 주식시장이 담세 체력을 가졌는지, 세금을 매겨도 국민들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인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며 "금투세 도입은 우리 주식시장을 더욱 매력적인 시장으로 만든 뒤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투세 논쟁은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된 중요한 사안"이라며 "정책은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에서는 이언주 최고위원이 전날(9일) 최고위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유예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직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금투세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선진화시킨 다음에 시행해도 늦지 않다"며 "같은 생각을 가진 의원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과 국민의 전반적인 여론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용기·이소영·이연희 의원 등도 금투세 유예를 주장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4일 토론회를 거쳐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4일 토론회를 거쳐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러한 입장 변화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최고위원의 발언을 언급하며 "민주당 지도부 중 처음으로 금투세 유예 관련 공개 발언이 나온 점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오는 24일로 예정된 토론회에서 치열한 논쟁을 거쳐 보다 더 전향적으로, 차제에 소위 '민주당세'라고 불리는 금투세 폐지를 결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김보협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금투세는) 금융선진국에서는 대체로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고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금투세를 도입하면, 고액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떠날 것이라고 협박하는데 이는 2020년도 기획재정부 연구용역 결과, 일본 등의 사례에 비춰볼 때 사실과 다르다"며 "일본에서 2014년부터 경감세율 폐지로 주식양도세율이 10.147%에서 20.315%로 인상될 때도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2013년 말 1만 6291이던 닛케이지수는 2014년 말 1만 7450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자 감세'로 일관했던 윤석열 정권이, 예정된 과세마저 피하려는 꼼수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진보당도 지난 2일 홍성규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대전제는 금융투자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며 "금투세는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조금의 차질도 없이 시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금투세는) 적어도 5억 원가량을 운용하고 있는 2% 내외의 초고소득자, 즉 '슈퍼 개미'를 대상으로 한다"며 "지금 금투세를 흔드는 그 모든 행위는, 윤석열 정부 들어 끝 간 데 없이 강행하고 있는 '부자 감세'를 더욱 강화하는 데 부역하고 동참하는 행위"라고 했다.

국민 여론은 오리무중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2.1%)에서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39%, '시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41%로 팽팽하게 갈렸다. 20%는 의견을 유보했다. 다만 주식투자자(351명) 사이에서는 시행 찬성(42%)보다 반대(54%)에 무게가 실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1~22일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7%) 결과 금투세 시행에 대해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34.0%, '유예해야 한다'가 23.4%로 집계됐다. 폐지·유예가 57.4%인 셈이다.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27.3%에 그쳤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고)

반면 <한양경제>가 조원C&I에 의뢰해 지난달 10~12일 전국 유권자 30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8%포인트, 응답률 2.4%)에서 응답자의 52.5%가 '2025년 시행되는 금투세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37.7%에 그쳤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9.8%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경제학계에서는 금투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달 7~22일 학회 소속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35명(설문대상자 약 100명) 중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80%('수정 후 시행' 37%, '추가 유예 뒤 시행' 23%, '예정대로 시행' 11%, 기타 9%)에 달했다. 정부·여당의 기조인 '폐지'는 20%에 그쳤다. 특히 금투세 시행이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장기적 영향에 대해 응답자의 51%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한국경제학회가 진보·보수 성향의 경제학자를 망라하고 있는 국내 대표 경제학회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보수 성향 학자인 김정식 연세대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조세의 수평적 형평성과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를 필요가 있다"며 금투세 도입의 주요 목적과 기대효과를 밝혔다.

진보 성향의 최한수 경북대 교수는 "한국에서는 자본이득소득, 그중에서도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가 경제학적 근거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설계됐다. 이는 투자 및 자본배분의 비효율성을 낳을 뿐 아니라 불평등의 심화의 문제를 가져온다"며 보완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금투세가 폐지되면 "SNS 등을 통한 근거없는 주장의 확산으로 국가의 중요한 자본시장 정책이 좌초되었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질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합리적인 자본시장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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