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없이 열린 국회 개원식...野 "尹이야 말로 비정상"
입력: 2024.09.02 18:07 / 수정: 2024.09.02 18:07

1987년 이후 대통령 불참 처음...대통령실 "국회 정상화가 먼저"
여야 대표, 협치 물꼬 텄지만...정기국회 '난망'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2일 제22대 국회 개원식이 윤석열 대통령의 불참 속에 열렸다. 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불참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헌정사 불명예"라고 반발했고 국민의힘은 "망언부터 사과하라"고 맞받았다. 대통령실은 "국회 정상화가 먼저"라고 사실상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국회는 이날 22대 국회 개원식 겸 정기국회 개회식을 열었다.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5월 30일 이후 95일 만이다. 이전까지 가장 늦은 개원식은 지난 21대 국회로, 임기 시작 48일 만인 7월 16일에 열렸다. 여야는 지난 7월 개원식을 열기로 했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의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개최 강행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히며 기약 없이 미뤄져 한때 '개원식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개원식 개최를 결단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원사에서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뒤늦은 개원식을 한다.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모처럼 여야 당대표 회담도 있었고 대통령도 참석했으면 국민들이 보기에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대통령의 반복된 거부권 행사를 겨냥한 듯 "어느 하나가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거나 권한이 집중되면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국민의 권리가 침해당한다"고 했다. 그는 "국회는 삼권분립의 한 축이지만 국민이 직접 구성한 기관이고 행정과 사법이 작동하는 근거인 법을 만드는 곳"이라며 "헌법이 정부와 법원에 앞서 국회를 먼저 명시한 것도 국회의 이러한 특별한 권한과 책임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국회를 존중하지 않고 국정운영에 성과를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 의장은 "22대 국회는 유례없는 여소야대 국회"라며 "다수당으로서의 부담감과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여야 정당 모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게도 책임 있는 자세, 진전된 자세를 보여 달라고 요청한다"고 했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방청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남윤호 기자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방청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남윤호 기자

민주당 등 야당은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은 국회 상황을 핑계 대는데 멈춰 선 것은 국회가 아니라 국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더욱이 여야 갈등이 아무리 극심할 때도 대통령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왔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이자, 국정 운영의 파트너이기 때문"이라며 "어떤 핑계도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는 헌정사의 불명예를 가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은 국민과는 담을 쌓고 오직 자신의 갈 길을 가겠다는 오만과 독선의 발로"라며 "거부왕 대통령의 국민 거부, 국회 거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은 각종 특검과 청문회 실시를 '비정상 국회'로 규정하는 모양"이라며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야말로 국회 본연의 기능이다. 국민적 의혹 앞에 국회가 눈을 감고 거수기 노릇만 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인식이야말로 비정상의 극치"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거부권을 남발하며 국회를 부정하는 행태는, 대통령을 성안에 갇힌 군주로 만들 뿐"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특검,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시키고 초대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국회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비정상적 국회"라며 "탄핵과 청문회를 남발하고 대통령 가족에게 '살인자'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에 이어 계속 계엄설이 난무하고 대통령을 향한 언어폭력과 피켓시위가 예상되는 상황에 개원식 참석은 쉽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다양한 탄핵 시위에서 (대통령에게) 조기에 자진 사퇴하라고 주장했고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건희 살인마'를 다짜고짜 외쳤다"며 "행정부로부터 존중받고 싶다면 존중받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자신들의 망언은 사과하지 않은 채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을 꼬투리 잡고, 실현도 불가능한 계엄령 선동으로 또다시 국회를 정쟁의 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오는 12월 10일까지 예정된 정기국회에서는 정부 예산안 심사과 쟁점 법안으로 여야의 치열한 대립이 예상된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야당은 '부자감세'로 규정하는 한편 정부의 특수활동비 등을 집중 들여다볼 계획이다. 민생회복지원금법, 노란봉투법, 방송4법 등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의 재표결도 예정돼 있다. 야당은 채상병 특검법과 함께 '4국조'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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