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협의기구' 만들자 했는데…실효성엔 '물음표'
입력: 2024.09.02 00:00 / 수정: 2024.09.02 00:00

'정책위 차원의 기구' 제안에 국민의힘 "원내대표단과 얘기해야"
채상병 특검법 합의 불발…민주당 공세 강화할 듯


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통공약 추진을 위한 협의기구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여야 대표 간 당내 입지 차이가 관건이다. 특히 의료대란에 대해 양당 대표가 국회 차원의 해법을 논의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추가적인 윤한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윤호 기자
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통공약 추진을 위한 협의기구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여야 대표 간 당내 입지 차이가 관건이다. 특히 의료대란에 대해 양당 대표가 국회 차원의 해법을 논의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추가적인 윤한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쟁점 현안에 대한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두 대표는 공통 공약 추진을 위한 협의기구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여야 대표 간 당내 입지 차이가 관건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회담이 미칠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의료대란에 대해 양당 대표가 국회 차원의 해법을 논의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추가적인 윤한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양당 대표는 여야 공통 공약을 함께 추진하기 위한 협의기구를 만드는 데 합의했다. 다만 구체적인 형태나 방식을 두고는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앞서 회담 실무협의 단계에서 양당은 정책위 차원의 기구를 구성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해 "원내대표단과 협의해 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친윤계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책은 결국 입법으로 정리되는 것이기 때문에 원내 의사일정과 무관치 않다. 정책위와 원내대표단의 2+2 형태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 소관 상임위 간사가 참여하는 형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구의 크기가 너무 커지면 협의가 겉돌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공식 의제에서 제외된 의료대란이 논의된 점도 눈길을 끈다. 의제화를 두고도 국민의힘이 갈등 논란을 의식해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 대표가 정부에 의대 증원 유예안을 제안했으나 대통령실이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거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윤한갈등'이 분출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당 연찬회에 불참하고 당 지도부와 만찬까지 연기하자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두 대표 모두 모두발언에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올랐다. 이날 회담이 끝난 뒤 양당은 공동발표문에서 "현재의 의료사태와 관련하여 추석 연휴 응급 의료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할 것을 정부에 당부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한 대표의 제안을 수용하겠다 밝힌 만큼 공세를 강화할 전망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담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제3자 추천 특검안에 대해) 한 대표 본인의 의지는 있다고 말씀은 하시는 것 같다"며 "그런데 당내 사정이 있고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지가 있다는 건 법안 제출이라는 구체적인 액션이 나와야 한다. 그런 걸 기대해 본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서 각자의 자리로 향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서 각자의 자리로 향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처음부터 합의할 수 없는 의제들이었기 때문에 성과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회담 자체가 아니라 당내 어떤 논의를 거쳤느냐가 문제"라며 "한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당내 의견을 모으지도 못한 반면 이 대표는 그 자리에서 제3자 추천과 제보 조작 의혹까지 다 받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금투세에 준비가 덜 됐지만 이 대표는 완화해서 시행하자는 얘기라도 한다. 당내 입지의 차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평론가는 "성과 도출에 있어서 한계가 생겼는데 어느 쪽이 책임이 더 크냐고 하면 국민의힘에 책임을 더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제 이 대표는 영수회담을 촉구할 만한 명분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의료대란이 의제가 아니었지만 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봤다. 그는 "여야 대표 모두 심각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 대표 입장에서는 사안에 따라 한 대표와도 전략적 연대 혹은 제휴가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채상병 특검법을 두고 '한 대표가 곤란한 건 알지만 결단하라'고 한 것이 앞으로 민주당의 기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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