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응급체계 원활"…윤 대통령과 국민 눈높이의 '괴리'
입력: 2024.08.30 00:00 / 수정: 2024.08.30 06:29

이재명 영수회담 유보적…野 협력에 미온적인 태도
김여사 '출장 조사' 특혜 반박·채 해병 특검 부정적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뉴시스

[더팩트ㅣ용산=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면서 개혁 과제를 완수할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의료대란에 대해선 국민의 걱정과 괴리가 있는 답변으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선 원론적인 견해를 내놓는 등 새로울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금·의료·교육·노동개혁과 저출생 대응 구상을 밝힌 국정브리핑을 마친 뒤 취임 후 세 번째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이후 110일 만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130여 분간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분야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즉석에서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에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연금개혁과 의료개혁 등의 국정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개혁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따르는 반발과 진통도 감수하며 역대 정부에서 해내지 못한 개혁을 이루어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의회 권력을 장악한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데도 야당과 협력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 수용 여부에 관한 질문에 "참모들과 많이 논의하고 있다.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사실상 거부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면서 "국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해야 할 본연의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국회가 입법부의 기능을 못 하는 것은 과반 의석을 가진 야당의 책임이라는 것으로 읽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발표한 4대 개혁 과제의 마무리는 입법"이라며 "법으로 만들지 않으면 그건 개혁이 아니라 선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야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면서 "여야 간 대화보다도 대통령과 야당의 대화가 중요한데, 왜 윤 대통령은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지역의료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의료대란의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의료계와 갈등을 해소할 방안도 없었다. 특히 대통령실과 실제 의료 현장의 극명한 인식 차이를 알 수 있는 대목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의료 현장을 한번 가보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특히 지역의 종합병원들 가보라.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비상진료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등이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소위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현상이 일어나는 등 갈수록 커지는 국민의 걱정과 동떨어진 인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언근 전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의료개혁을 의료농단에 가깝다고 보는 환자나 국민이 많을 것"이라면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데 상당 부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하더라도,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음에도 대통령실과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 도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미흡하면 먼저 특검 도입을 제안하겠다는 견해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수사의 미흡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기준이 불분명하다.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의 평가가 나올 수 있다며 자기방어에 불과하다고 야당은 지적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윤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에서 (수사에 대한) 외압 실체가 없는 게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 수사를 둘러싼 검찰의 출장 조사 논란에도 선을 그은 대목도 국민 눈높이와 괴리가 있다. 윤 대통령은 "저도 검사 시절에 전직 대통령 부인의 자택까지 직접 찾아가서 조사한 일이 있다"며 반박했다. "박절하지 못해 아쉽다"(2월 신년 대담), "현명하지 못한 처신"(5월 기자회견)이라고 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말을 아꼈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결론지은 것에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4%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동의한다'는 응답은 29.9%에 그쳤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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