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출 효율성 높여야…내년 예산안 건정재정 대원칙"
"어르신 등 취약계층 지원 강화…필수의료체계 꼭 구축"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용산=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문재인 정부가 국가부채를 대폭 늘려 재정 부담이 늘어났다고 지적하면서 재정의 효율성을 강화해 건전 재정 운용 기반을 마련하고,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기 위한 제37차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지난 정부는 5년 동안 400조 원 이상의 국가채무를 늘렸다"며 "1948년 정부 출범 이후 2017년까지 69년간 누적 국가채무가 660조 원이었는데, 지난 정부 단 5년 만에 1076조 원이 됐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는) 재정 부담이 크게 늘면서 정부가 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면서 "더욱이 앞으로 고령화로 인해 건강보험과 연금 지출을 중심으로 재정 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서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줄이고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건전재정은 우리 정부가 세 번의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켜온 재정의 대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정사업 전반의 타당성과 효과를 재검증해 총 24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면서 절감한 재원은 민생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여러 부처가 함께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협업예산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건전 재정과 협업의 기반 위에 △맞춤형 약자복지의 확충 △경제 활력의 확산 △미래를 대비하는 경제 체질 개선 △안전한 사회 및 글로벌 중추 외교 4대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게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우선 약자복지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모든 복지사업의 주춧돌이 되는 내년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인 6.42% 올렸고, 생계급여는 역대 최대인 연평균 8.3%로 대폭 인상했다"고 했다. 또 "우리 정부 3년 동안 늘어난 생계급여가 4인 가구 기준 월 41만5000 원으로, 지난 정부 5년간 인상한 19만6000 원의 두 배가 넘는다"라고도 했다.
아울러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양육비 국가 선(先)지급제'를 도입하고, 역대 최대 규모인 110만 개의 어르신 일자리를 공급하는 등 한부모 가정과 어르신을 비롯한 취약계층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소상공인 등을 위한 예산 지출 구상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정책자금 상환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하고, 영세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연간 30만 원의 배달비를 지원해 경영 비용을 덜어주겠다고 했다. 또한 소상공인의 채무 조정에 쓰이는 새출발기금을 30조 원에서 40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단계별 특화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폐업 소상공인의 재도전도 지원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경제 활력을 뒷받침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에도 더욱 힘을 쏟겠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R&D(연구개발) 투자를 선도형으로 전면 개편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 등 전략기술을 중심으로 R&D 재정투자를 3조2000억 원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도 강화한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저리 대출 4조3000억 원을 제공하고, 도로와 용수 등 관련 기반 시설을 적기에 확충하겠다"고 했다. 이어 "1000억 원 규모의 '원전 성장펀드'를 조성하고, 소형원자로(SMR) 기술개발, 투자 등에 힘쓰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재출생과 관련해선 "단순한 현금성 지원은 지양하고, 실제 육아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일·가정 양립, 자녀의 양육, 주거의 3대 핵심 분야를 중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우자 출산휴가 20일로 확대 △육아휴직 급여 대폭 인상 △긴급돌봄서비스 신규 제공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 상향 △주거 부담 경감 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8000억 원 수준인 재정 지원을 내년에 2조 원으로 대폭 확대해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고, 미래 의료 수요에 철저하게 대비하겠다"고 했다. 특히 "향후 5년간 재정투자 10조 원을 포함해 총 20조 원 이상을 투자해서 지역 필수의료 체계를 반드시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군 장병 처우를 개선하고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내년 병장 기준 봉급을 205만 원으로 높이고, 위관급 장교와 부사관의 봉급도 인상하는 한편, 수당과 장려금 등 각종 처우도 개선한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선 초기 정착지원금을 50% 인상하고, 탈북민 자녀들의 교육과 취업 등도 지원한다.
윤 대통령은 "예산안은 내년도 국정 운영의 방향과 철학이 담긴 지도와 같은 것"이라며 "국무위원 등 정부 관계자들은 예산안에 어떤 고민이 담겨 있고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국민과 국회에 잘 설명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확정한 예산안은 세법 개정안과 함께 다음 달 초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