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한계 드러난 한 달…당내 장악력 부족
관건은 채상병 특검법…내부 설득 어려울 전망
23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취임한 지 한 달을 맞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민생 정치'를 강조해 왔다. 한 대표가 23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 국가 청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수료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23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취임한 지 한 달을 맞았다. '국민 눈높이' 민생 정책을 내세우며 큰 기대감을 받은 게 무색하게 아쉬운 당내 장악력과 당정 갈등으로 한 대표의 리더십 한계가 드러나는 한 달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민생 정치'를 강조해 왔다. 여름철 저소득층 전기료 감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자금 지원, 난임 지원 사각지대 해소 등이 그 예이다. 이 같은 행보는 민생과 밀접한 이슈들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정치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정쟁이 아닌 민생에 집중하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 대표가 이슈를 띄운 후 당론 추진 또는 정부 대책 발표로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한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더불어민주당에 명확한 입장을 내라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적어도 내년 1월 1일 금투세가 시행되는 일이 없다는 것에 합의하고, 그 결정을 공표하는 게 국민들과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최소한 유예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생 정책을 내세우며 큰 기대감을 받은 게 무색하게 아쉬운 당내 장악력과 당정 갈등으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의 리더십 한계가 드러나는 한 달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한 대표의 행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혼자 판단하고 결정해서 통보하는 독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당내 장악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 지지율도 정체돼 있는 상태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5%(7월23~25일 조사)에서 32%(8월20~22일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조사, 통신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방식, 응답률은 11.7%, 표본오차는 ±3.1%p, 신뢰수준은 9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로 3%포인트 줄어드는 등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로서 뭘 했을까' 의문이 드는 한 달"이라며 "여권 내 화합을 도모한 것도 아니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판단과 결정을 한 것도 아닌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아직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갈피를 잡지 못한 한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낸 것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자신만의 목소리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무혐의 종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 등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결국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한 대표의 결정이 그의 리더십을 증명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한 대표가 주장하는 제3자 추천 방식에 대한 친윤계의 반대 여론이 여전하기 때문에 내부 설득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대표가 23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 국가 청년 지도자 양성 프로그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장 소장은 "'국민 앞에 약속했으니 그냥 추진하겠다'는 식의 판단은 아마추어적"이라며 "대통령실, 친윤석열계 의원 등과 논의하고 설득해 처리해야 한다. 무작정 추진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당 대표로서의 자리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채상병 특검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한 대표의 정치력을 테스트하는 전부가 될 것"이라며 "취임 한 달 동안 크게 돋보이지 않았지만 야당 그리고 용산과의 국면에서 한동훈이 정치인으로서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시험대에 섰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의 평가와 달리 한 대표는 스스로에게 후한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청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수료식에서 취임 한 달 소회와 관련해 "최대한 정치 공방을 자제했다.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지지자들이 보기에 제가 잘 싸운다는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며 "저는 잘 안 참는다. 그런데 지난 한 달간 많이 참았다"고 했다.
이어 "여러 가지 생각을 했기 때문인데, 그렇게 그때그때 어떤 정치 공방에 불씨를 계속 살려가서 그 온도를 높여 가는 것보다 금투세 폐지 논의 같은 민생을 여야정치에 전장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정치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당내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당이 움직이는 체제가 더불어민주당처럼 한 명이 얘기하는 대로 무조건 따라야 되는 그게 익숙하실지 몰라도 그게 정상적인 건 아니다" 라며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을 투명하게 좁혀가는 과정이 진짜 정치고, 그 과정을 겪어가고 있다. 저는 이견을 존중할 것이고 제 답이 맞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상대의 말이 옳다면 얼마든지 설득 당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