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혁신당, 8˙15 기점으로 다수 법안 발의
'친일 논란' 지속 전망…법안 논의 지연 우려도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은 지난 6일 임명됐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지목해 국가보훈부에 후보 철회를 요구했던 인물이라 논란이 예상됐다. /임영무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사도광산 협상,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등을 둘러싸고 윤석열 정부의 친일 논란이 거세지자 야권은 이에 대응하는 법안을 쏟아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공직수행방지법, 경술국치일 국가기념일 추념 촉구 결의안 등이 대표적이다. 발의에 나선 야당 의원들은 헌법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밝히는 만큼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행태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권은 향후 국정감사, 10월 재보궐선거까지 현 정부의 친일 역사관 논란이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8·15 기점으로…야권, 친일·역사왜곡 방지 법안 다수 발의
1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김 관장이 임명된 6일과 광복절 등을 기점으로 친일 행위나 역사왜곡을 방지하는 법안을 다수 발의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13일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위안부할머니 명예훼손 처벌법)을 민주당·진보당 국회의원 64명과 공동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위안부 피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등 명예훼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같은당 김준혁 의원은 독립기념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독립기념관장 혹은 관장 후보자가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 및 식민사관을 정당화 또는 미화했을 경우 이사회는 임명 후라도 해당 인사의 해임 또는 지명 철회를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 관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용갑 의원은 14일 대표 발의한 독립기념관법 개정안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역사적 사실을 부인·왜곡·날조한 자는 독립기념관 임원이 될 수 없도록 자격을 규정했다. 이건태 의원은 친일반민족행위를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한 사람, 법인, 단체, 기관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공무원, 임원, 직원, 자문위원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친일반민족행위자 공직수행방지법을 대표발의했다.
김선민 혁신당 의원은 김 관장이 임명된 6일 '위안부 피해자법'을 발의했다. 위안부 피해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선 서 의원이 발의한 내용과 같지만 더 센 처벌규정이 담겼다. 김 의원 법안에 따르면 위안부 피해를 기억하기 위한 조형물인 평화의 소녀상을 손상, 제거한 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19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부터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라인야후 사태 무대응, 일본 개황에 일본 측 망언 삭제, 사도광산 부실 협상, 친일 인사 요직 기용 등에서 친일 논란을 야기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친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윤호 기자 |
같은 당 김준형 의원은 14일 '경술국치일 국가추념일 지정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경술국치는 1910년 8월 22일에 조인돼 8월 29일 발효된 한일합병조약에 따라 국권을 상실한 일을 말한다. 결의안은 정부가 경술국치일인 8월 29일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할 것과 경술국치일을 추념하는 각급 학교, 시민단체의 행사 등을 지원할 것을 촉구하고 일본 정부를 향해 올바른 역사 성찰과 동북아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은 입장을 전달하도록 국회가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야권은 현 정부의 친일 역사관 논란은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현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부터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라인야후 사태 무대응, 일본 개황에 일본 측 망언 삭제, 사도광산 부실 협상, 친일 인사 요직 기용 등에서 친일 논란을 야기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친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김준형 의원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가까이는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정부여당이 가장 뼈아프게 심판 받을 핵심 아젠다가 될 수 있다"며 "특히 내년 신한일공동선언이 다가올수록 과거사를 어떻게 규정하는가와 미래 한일관계의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친일행각이 심각해질수록 경술국치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시민사회와 협력해 공동행동을 기획하고 원내에선 최선을 다해 결의안 통과 필요성을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준혁 의원실 관계자도 통화에서 "정부 산하 국내 3대 역사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국사편찬위원회·한국학중앙연구원의 수장을 모두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교체한 것,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사도광산 협상 등에 대한 문제는 국정감사 때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이라며 "당 차원에서는 역사쿠데타저지 태스크포스(TF) 구성해 법안 추진 등 구체적인 행동을 계획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1대 국회에서 위안부 명예훼손 방지, 역사왜곡 방지 등 지금과 비슷한 성격의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결국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더팩트 DB |
◆ 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 발의됐지만…
반면 법안의 논의와 처리가 밀릴 것이란 우려도 있다. 대통령실은 김 관장 관련 뉴라이트·우편향 논란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는 만큼 광복회 등의 임명 철회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김 관장 역시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채해병 특검법 등을 두고 국회 입법권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이 맞붙는 대결정국이 계속되면 '친일 논란'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고 입법 논의도 지연될 수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일제강점기 전쟁범죄, 5·18민주화운동 및 4·16세월호참사 등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왜곡하고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역사왜곡금지법안(2020년 6월 1일 양향자 의원 발의), 서 의원 법안과 유사한 내용의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2022년 7월 6일 이해식 의원 발의), 3.1운동, 4.19민주화운동, 일본제국주의의 우리나라에 대한 폭력적·자의적 지배 또는 그 지배 하에서 범하여진 폭력, 학살, 인권유린 및 이에 저항한 독립운동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역사왜곡방지법(2021년 5월 13일 김용민 의원 발의) 모두 임기만료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