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치료제 부족…부랴부랴 코로나 대응 나선 尹정부
입력: 2024.08.16 00:00 / 수정: 2024.08.16 00:00

코로나19 입원환자 6월 말부터 증가…느슨해진 대응체계
용산 "팬데믹 가능성 안 커"…의료계 "치료제 공급 부족"


여름철 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재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장윤석 기자
여름철 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재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인다. 이동이 많은 휴가철과 방학 기간이 끝나면 코로나19 유행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대거 현장을 이탈한 상황이라 의료체계도 헐거워진 상황이다. 코로나19 재유행 문제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부의 발 빠른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1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6월 말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으며, 8월 2주차 입원환자수는 1357명(잠정)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7월 3주차 226명→7월 4주차 475명→8월 1주차 861명으로 꾸준히 느는 추세다. 이는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 220곳의 표본 결과다. 코로나19 병원체 검출률도 증가하는 추세이며, 8월 1주 기준 검출률이 39.2%로 4주 연속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위험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4일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19는 전파력이나 중증도 면에서 팬데믹 상황까지 재현될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 내 대응 조직을 확대·강화해 코로나19 변이를 감시하고 입원 환자 발생 국외 동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도 지난 12일 "현재 변이 비중이 가장 높은 KP.3에 대한 국내외 기관 분석 결과 중증도와 치명률이 이전 오미크론 변이와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미크론 유행 이후인 2022~2023년 코로나19 치명률은 0.1% 수준"이라면서 이번 여름철 유행에 지나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이유는 오미크론 세부계통인 KP.3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여러 지자체는 코로나19 확산세에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최근 전기차 화재와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대책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감염 대응 체계가 많이 느슨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는 지난해 8월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인플루엔자와 같은 4급으로 두 계단 낮췄다. 코로나19 치명률 감소 등 질병 위험도가 크게 하락하고 감염 확산세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였다. 다만,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 집단·시설 보호와 정부의 유기적 대응을 위하 위기 경보 수준은 '경계' 단계를 유지했다.

일선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치료제 공급 부족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만 60세 이상 확진자에게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이새롬 기자
일선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치료제 공급 부족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만 60세 이상 확진자에게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이새롬 기자

이후 지난 5월부터 코로나19의 위기 단계를 가장 낮은 단계인 '관심'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확진 시 격리해야 하는 등 방역 조치 법적 의무가 해제됐다. 이 때문에 현재 코로나19에 확진되더라도 격리 의무가 없다. 일부 유지됐던 마스크 착용과 감염취약시설 입소자에 대한 선제검사 등이 '권고'로 전환됐다. 또 확진자는 증상이 호전된 후 하루 정도 경과를 살펴본 뒤 이상이 없다면 일상생활로 복귀하도록 했다.

지난 1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직장인 김모 씨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자가 검사에 이어 병원에서 최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따로 격리되지 않았다. 감염 증세가 있어도 검사를 안 받거나 확진자가 야외활동을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될 것 같다. 한창 코로나가 유행했을 때와 지금은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검사비 및 치료비도 축소됐다. 무증상자에 대한 검사비 지원은 없어졌고, 유증상자 중 60세 이상과 의료취약지역소재 요양기관, 응급실 내원환자, 중환자실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신속항원검사(RAT) 지원을 유지했다. 일부 중증환자에 대해 지원하던 국비 지원도 종료됐다. 검사비 등의 지원이 끊기면서 제때 검사를 받지 않는 시민이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과 위급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지 못해 소위 '뺑뺑이'를 도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유증상자가 빠르게 확산한다면 근근이 버티는 의료체계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치료제 수급 등 발 빠른 조치가 부족했다며 지적이 나온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당국이 감염력이나 중증도에서 예전보다 사회적 파장이 적다고 판단했다더라도, 마스크 착용이나 손 씻기 이런 지침들만 있고 특별한 지침은 없다"고 짚었다. 특히 코로나19 치료제 공급 부족을 지적하면서 "치료제 수급 문제는 60대 이상 고령자나 면역 저하자들이 중증이나 폐렴 등 심각한 상황으로 갈 수 있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는 지금 치료제 사용에 부족이 없도록 이달 안에 치료제를 추가로 확보해서 공급할 예정이고, 중증 입원 환자 진료 체계도 지속적으로 점검 중"이라며 "정부 내 대응 조직을 확대·강화해서 코로나19 변이를 감시하고, 입원 환자 발생, 국외 동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코로나19 치료제의 사용량이 지난해 여름철의 사용량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어, 일시적으로 치료제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번 주부터 순차적으로 추가 확보한 치료제를 공급하고, 코로나19 확산이 절정에 이를 수 있다는 8월 마지막 주까지는 충분한 치료제 물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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