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김경수 복권에 韓 "공감 어려워"…또 '당정' 갈등?
입력: 2024.08.14 00:00 / 수정: 2024.08.14 00:00

김경수 복권에 갈라진 與 투톱…한 "공감 어려워" 추 "존중해야"
계속되는 尹과 이견, 韓 여론 정치 친윤-친한 갈등 계속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대통령실의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을 두고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고 밝혔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대통령실의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을 두고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고 밝혔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반대 의견에도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결정하면서 봉합됐던 관계에 다시 금이 간 모양새다. 김 전 지사 복권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면서다. 친윤(친윤석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윤 대통령의 복권 결정에 힘을 실어주면서, 당 투톱 간 엇박자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의 '여론 정치'가 계속됨에 따라 당정 간 불안한 동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유죄를 확정받은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안을 재가했다. 전날(12일) 한 대표가 당 중진의원들과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혔음에도, 이를 그대로 단행한 것이다. 한 대표는 김 전 지사 사면이 유력해지자, 대통령실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한 대표는 이날도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며 "이미 결정된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김 전 지사 복권 여부를 두고 여진을 겪었다. 한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 반대 입장을 밝히자, 친윤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다. 법무부 장관 시절 '통합'을 이유로 사면을 단행했던 한 대표가 복권에 반대하는 건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MBN에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사면했던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을 반대하고 나서니까 조금 특이하고 의아한 상황은 사실"이라고 했다. 2022년 12월 당시 한 장관은 "이번 사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과거를 청산해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모두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김 전 지사 사면을 단행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복권된 후 사회에 보탬 될 역할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던 김 전 지사. /뉴시스
김 전 지사는 이날 복권된 후 "사회에 보탬 될 역할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던 김 전 지사. /뉴시스

한 대표의 김 전 지사 복권 반대는 윤 대통령과 정치적 차별화를 꾀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한 전통 지지층 비토 여론이 거센 만큼, 윤 대통령의 정치적 노선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김 전 지사 복권 재가에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대통령 탈당하라', '보수를 배신했다' 등 원색적인 비난 글도 다수 올랐다. 반면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을 반대한 한 대표에 대해선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한동훈 대표 힘내라' 등 응원 글이 쏟아졌다.

김수민 평론가는 <더팩트>에 한 대표의 행동을 두고 "다른 대상자에 대해선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으니 원칙적 반대라 보긴 어렵겠고, 지지층 의사를 대변하고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목적"이라며 "김 전 지사가 지지를 많이 받은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공학적으로 손해를 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한 대표가 이번 계기로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좌파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친문재인계 핵심인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하면서 보수 전통 지지층 공략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평론가는 통화에서 "한 대표로서는 현재 당을 장악할 수 있는 건 여론말고는 없다"라며 "당내 인사들과 차별화를 보여주면서 할 말 하는 이미지를 얻는 데에는 괜찮은 소득"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정 원팀을 강조하는 기류에도 불구하고 한 대표가 계속해서 윤 대통령과 이견을 보이는 건 리스크로 꼽힌다. 이같은 파열음이 친윤계의 감정선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만류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친한동훈(친한)계인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유튜브에서 "공식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사면·복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것도 맞고 이 사안의 성격상 굳이 갈등이나 충돌로 비춰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고,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추 원내대표 역시 "친한계보다 더 많이 한 대표와 소통하고 있고, 방향을 잡아가고 상의한다"며 "한동훈과 추경호는 이견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진화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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