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사도광산 '강제성' 포기 안 해…전시물 차이는 인정"
입력: 2024.08.13 20:05 / 수정: 2024.08.13 20:05

"2015년 합의서 '후퇴 없다' 분명히 해"
"NSC→한일 협력사업? 근거 없어"
"발언문-전시물 내용 '갭'...인정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3일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일본 측) 발언문과 전시물의 내용 차이에 갭이 있다는 걸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3일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일본 측) 발언문과 전시물의 내용 차이에 갭이 있다는 걸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3일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강제성을 포기하지 않았다면서도 일본 측 발언문과 전시물 내용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제성을 포기했다고 비판하는데 강제성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협상 초기부터 2015년에 우리가 얻어낸 합의 결과를 최저선으로 하고, 후퇴한다면 협상을 진전시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서 일본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이 언급한 '2015년'은 군함도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강제성과 관련된 표현을 일본으로부터 얻어낸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이번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모든 결정과 약속들을 '명심할 것'(bearing in mind)"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강제성을 인정한 일본의 입장이 오늘날 사도광산에서도 계승된 것이라는 게 조 장관의 주장이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사도광산의 세계문화 유산 등재에 동의해 주면서도 전시물 등에 '강제'라는 표현이 빠진 것은 외교 참사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노동 문제를 '미래지향적 한일 협력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한국일보 보도를 인용, 사도광산 관련 협상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반대가 아닌 한일협력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발상의 전환에 맞춰졌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조 장관에게 사실 관계를 따져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은 "제가 참석하지 않은 회의가 없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며 "사실확인을 해 드리겠다. 근거 없는 기사"라고 일축했다.

윤 의원은 "외교부 협상팀이 제대로 협상했는데 NSC에서 이것을 한일 협력사업으로 전환해라, 그런 지침이 있었던 것 아니냐"라고 물었지만 조 장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그렇게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은 조선인 노동자를 기리는 전시 자료가 사도광산에서 2㎞ 떨어진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설치된 점을 언급하며 "사도광산 현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외교부는 '사도광산 현장'에 전시물을 설치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거리상으로 볼 때 현장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한국 측 협상 대표를 맡았던 외교부 담당자가 사도광산 현장에 한 번도 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사진은 전시 시설이 설치된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외교부 제공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한국 측 협상 대표를 맡았던 외교부 담당자가 사도광산 현장에 한 번도 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사진은 전시 시설이 설치된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외교부 제공

조 장관은 "아이카와 박물관은 사도광산에 일했던 한국인 노동자 기숙사 터"라며 "현장이라고 해서 사도광산 갱도에 (설치) 하라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외교부 보도자료 중 일본이 '모든 노동자'라고 밝힌 것을 '한국인 노동자'라고 바꾼 데 대해 "일본 측 발언 첫 부분부터 보면 한국인 노동자를 강조하는 단어라는 걸 금방 알게 돼 있는데, 다 빼고 뒷부분만 보니 그렇게 읽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한국 측 협상 대표를 맡았던 외교부 담당자가 사도광산 현장에 한 번도 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교부는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을 'Aikawa History Museum'이라고 밝혔는데, 일본과 유네스코에서는 'Aikawa Folk Museum'이라고 표기한 사실을 꼬집었다. 또한 외교부가 전시 장소로 검토했던 사도광산 전시자료관, 키라리움 사도는 등재 범위에 포함되지만 정작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비판했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조 장관은 일본 측 발언문과 실제 전시물의 내용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내 '강제'(forced to work)라는 표현이 어디 있느냐'는 김영배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발언문과 전시물의 내용 차이에 갭이 있다는 걸 인정하겠다"며 "(다만) 총체적으로 강제성이 드러나는 식으로 전시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조 장관의 발언은 우리 정부가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했던 이유 중 하나인 일본의 전시물 설치에 대해 만족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일부 동의한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도 "등재 반대가 우리 목표가 돼선 안 된다고 본다"며 "9년 전 협상을 교훈 삼아 진전을 이뤘듯이, 기록을 남겨 축적시키는 게 등재 반대로 자폭하듯 하는 것 보다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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