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성지' DJ 동교동 사저...정치권 "국가유산 지정해야"
입력: 2024.08.12 00:00 / 수정: 2024.08.12 00:00

여권에서도 "역사적 의미 커...국가 관리해야"
민주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 언급 자제


지난 201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발인이 엄수된 날. 장례예배를 마친 동교동 사저에서 노제가 진행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지난 201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발인이 엄수된 날. 장례예배를 마친 동교동 사저에서 노제가 진행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동교동 사저' 매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유산으로 지정·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현행법상 국가유산 지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이미 한차례 신청이 반려된 만큼 국가유산 지정 가능성이 작다는 게 중론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당 차원에서 매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동교동 사저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다. 김 전 대통령 부부는 이곳에서 37년간 머무르며 50여 번의 가택연금을 당하는 등 한국 민주화운동 역사가 담긴 장소로 꼽힌다. 김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초 민간사업자에게 100억여 원에 매각했다.

9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동교동 사저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 심의 규정에 따르면 건축물의 경우 50년이 지나야 등록문화재 지정이 가능한데 동교동 사저는 2002년 리모델링돼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의 상속세 체납으로 인한 근저당권도 문제가 됐다. 공공매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20년 서울시 문화재위원회는 심의 끝에 문화재 지정을 부결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저의 문화재 지정을 위해 노력했으나 무산되어 민간 기념관처럼 쓸 수 있게 하겠다는 사람에게 매각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20억여 원의 상속세 부담과 생활고 등을 이유로 들며 "최악의 상황은 제가 돈을 계속 못 내서 국세 체납자가 되고, 사저가 경매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매각 사실이 알려지기 전 저에게 연락해서 어떤 말이라도 해 준 분은 단 한 분도 없었다"며 "정치권에서 전화 한 통 온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며 "국회 현안이 많아 이 문제를 논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인에게 팔렸고 매입한 사람이 팔지 않겠다고 하지 않느냐"며 "당사자가 안 팔겠다는데 당에서 입장을 내기는 어렵다"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동교동 사저가 가진 상징성이 큰 만큼 당이 매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또 다른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되찾을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채무를 인수한다면 당에서 충분히 매입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했다. 현재 등기부등본상 동교동 사저에는 96억 원의 은행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통상 대출금의 120%를 채권최고액으로 설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대출금은 8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 201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발인이 엄수된 날. 오전 장례예배를 마친 동교동 사저에서 노제가 진행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지난 201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발인이 엄수된 날. 오전 장례예배를 마친 동교동 사저에서 노제가 진행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민주당과 결을 같이하는 조국혁신당도 정부와 서울시가 매입해 기념관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왕진 혁신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많은 국민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상징적 장소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허탈함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정부와 서울시가 대승적 차원에서 사저 매입 후 기념관 조성 등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 정책위의장은 "매각된 사저가 일종의 추모공간으로 조성된다고 하지만 언제 어떻게 상업적 공간으로 바뀔지 알 수 없고, 그걸 막을 권리나 제도도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전직 대통령 사저 대부분 공과를 떠나 공공의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보전·관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201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당동 가옥을 재단장해 공개한 것은 야당·시민단체 출신이자 박 전 대통령과 정반대의 이념 성향과 삶의 지향을 가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라고 했다.

여권에서도 동교동 사저를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해는 김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자 서거 15주기"라며 "이희호 여사가 별세하며 기념관으로 사용할 것을 당부했지만 그 유지가 이어지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사저가 상업용으로 쓰일 것이라는 국민적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동교동 사저는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 투쟁과 투옥 등 인고의 시간을 보낸 현대 정치사의 살아있는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동교동 사저와 김대중 정신은 민주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여야가 함께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보존 방안을 모색해 국민 통합의 단초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는 9월 15일 발효되는 '근대·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의한 법률'에 따라 소유자가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문화유산을 국가가 특별 관리할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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