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러시아, 벨라루스...드러나는 '신(新) 냉전 구도' 윤곽?
입력: 2024.07.25 00:00 / 수정: 2024.07.25 00:00

北-벨라루스, 차관급 이어 장관급 회동
그간 교류 없었는데...러시아 역할 결정적
반(反) 서방연대 구축 움직임 '우려' 시각


러시아를 연결고리로 한 북한과 벨라루스의 교류 협력이 시작되면서 미국 등 반(反) 서방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뉴시스
러시아를 연결고리로 한 북한과 벨라루스의 교류 협력이 시작되면서 미국 등 반(反) 서방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전방위적 협력을 공식화한 가운데 '러시아 맹방' 벨라루스가 북한에 외교사절단을 파견, 3국 간 공고한 관계 구축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러시아가 미국을 비롯한 '반(反)서방 전선 형성'을 천명하며 북한과 손을 맞잡은 상황이라, 단순한 3국 간 교류 협력을 넘어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新)냉전 구도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막심 리젠코프 벨라루스 외교장관을 비롯한 사절단은 23일 평양 국제 비행장에 도착했다. 북한에서는 '실세' 최선희 외무상이 이들을 맞이해 평양 고려호텔에서 성대한 연회를 개최했다고 한다. 최 외무상은 "공동의 이상과 목적을 지향하는 벨라루스와 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리젠코프 외교장관은 "관계를 심화 발전시키자"며 화답했다.

양국의 외교 실무자 간 만남은 약 3개월 만에 격상한 것으로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갈 전망이다. 지난 4월 19일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은 방북한 예브게니 셰스타코프 벨라루스 외교차관과 회담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고위급 접촉, 경제·문화 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며 지역·국제 문제들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에는 양국 외교 사령탑의 회동으로 협력 사안들을 구체화할 공산이 크다.

북한과 벨라루스가 그간 특별한 교류를 이어오지 않은 점을 미뤄보면 양국의 협력 강화는 러시아를 연결고리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전통적 우방국으로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키이우 진격로를 열어준 바 있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의 갈등이 깊어지자 벨라루스는 러시아 전술핵무기 일부를 자국에 배치하도록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만 하더라도 벨라루스 수출 40%는 러시아로 향할 만큼 양국 관계는 끈끈하다.

북한 역시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와 군사 동맹에 준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며 사실상 냉전 시대 관계를 회복했다. 이후 북한 군사교육 담당 간부들이 러시아를 방문했고, 러시아 국방차관과 군사대표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등 양국은 군사적 협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 파병과 해외 노동자 파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즉 러시아를 중심으로 3국 간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북한과 벨라루스가 '전면적 관계 확대 강화'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과 벨라루스의 교류는 지난해 9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제안한 '러시아·벨라루스·북한 3국 협력'의 후속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큰 틀에서 놓고 보자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미국 등 서방의 각종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러시아의 전략적 행보에 북한과 벨라루스가 동참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북한을 24년 만에 방북하기 전 이례적으로 노동신문에 기고문을 게재하며 미국 등 서방과 분명한 대척점에 서는 동시에 우방국들과 독자적인 경제·안보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뉴시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북한을 24년 만에 방북하기 전 이례적으로 노동신문에 기고문을 게재하며 미국 등 서방과 분명한 대척점에 서는 동시에 우방국들과 독자적인 경제·안보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뉴시스

일례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북한을 24년 만에 방북하기 전 이례적으로 노동신문에 기고문을 게재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비난을 시작으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결제 체계'와 '불가분리적인 안보 구조 건설'을 주장했다. 종합해 보면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과 분명한 대척점에 서는 동시에 우방국들을 끌어모아 독자적인 경제·안보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전문가인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북한과 벨라루스는 그전까지 서로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가진 나라는 아니었기 때문에 양자 관계라기 보다는 러시아의 '유라시아 안보 연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푸틴 대통령이 방북 전 언급한 상호 결제시스템, 불가분리적인 안보 구조 건설과 같은 맥락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소련 시대 코메콘(COMECON·소련 주도 동유럽 경제 상호 원조 회의)과 같은 체제가 부상할 조심을 보여주는 것이고,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오히려 공동 연대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벨라루스 등 러시아와 가까운 국가들은 국제사회에서 불량 국가 취급을 받지만 한 데 모아놓으면 무서운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방은 대(對) 러시아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비판하고 북러 밀착에 대한 우려를 담은 워싱턴 정상회의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에는 총 38개 항이 수록됐는데 이 중에는 '벨라루스, 북한, 이란 등의 러시아 전쟁 지원'과 관련한 내용도 담겼다.

미국 정부는 북한과 벨라루스의 만남 자체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24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잔인하고 끊임없는 침략 전쟁에 가담하고 있다"며 "이번 방문은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의 정당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원하지 않는 정권들에 동조하고 있다는 또 다른 사례"라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벨라루스 외교장관의 방북 배경에 대해 "관련한 배경, 구체 경위에 대해서는 확인해 보고 공유할 사항이 있게 되면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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