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후 104일만 與 대표로…'이재명 vs 한동훈' 재현되나
입력: 2024.07.25 00:00 / 수정: 2024.07.25 00:00

이재명, 91.7% 누적득표율로 연임 가시화
총선 이전 대립 구도 다시 형성될 듯
민주, 韓 선출에 안도·경계 공존


4·10 총선 이후 104일 만에 국민의힘 한동훈호(號)가 다시 출범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후보도 91.7%의 누적 득표율을 기록하며 연임이 확실시돼 총선 이전의 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가 또다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4·10 총선 이후 104일 만에 국민의힘 한동훈호(號)가 다시 출범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후보도 91.7%의 누적 득표율을 기록하며 연임이 확실시돼 총선 이전의 '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가 또다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4·10 총선 이후 104일 만에 국민의힘 한동훈호(號)가 다시 출범하게 되면서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가 주목된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도 전국당원대회에서 91.7%의 누적 득표율을 기록하며 연임이 확실시돼 총선 이전의 '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가 또다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채상병 특검법부터 김건희 특검법 그리고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까지 곳곳에 뇌관이 있어 양당의 전당대회 이후에도 여야는 평행선을 달릴 전망이다.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는 62.8%(32만702표)를 득표했다. 원희룡 후보는 18.85%(9만6177표), 나경원 후보는 14.58%(7만4419표), 윤상현 후보는 3.73%(1만9051표)를 각각 기록해 세 후보의 표를 합치더라도 한 대표의 득표율에 못 미친다. 한 대표가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서 결선투표도 치러지지 않았다.

수락연설에서 한 대표는 "100일 동안에 도약과 추락의 시간을 동시에 겪어봤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항해서 이기는 정치를 하겠다"며 "저를 선택한 당원 동지들이 후회하지 않을 정치, 저를 선택하지 않은 당원 동지들도 존중하는 정치, 더 나아가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분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정치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선 이재명 후보가 첫 주 누적득표율 91.7%를 기록하면서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굳혔다. 추세대로라면 지난 2022년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얻었던 77.77%의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가 재현되는 것은 확정적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 대표와 이 후보가 당분간은 서로 탐색전을 하면서 수위 조절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23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수락 연설을 하는 한 대표. /배정한 기자
전문가들은 한 대표와 이 후보가 당분간은 서로 탐색전을 하면서 수위 조절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23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수락 연설을 하는 한 대표. /배정한 기자

정치권의 관심은 여야의 유력 대권주자인 한 대표와 이 후보가 상대방을 향해 어떤 전략을 취할지로도 쏠리는 모습이다. 총선 이전에는 한 대표가 일방적으로 이 후보를 공격하는 장면이 많았다. "만약 검사독재가 있었다면 이재명 대표는 지금 감옥에 있을 것"이라거나 "공금 법카(법인카드)로 1000만 원치 과일을 사 먹은 게 사실이냐. 명절 제사상도 법카로 했다는 의혹이 사실인지도 묻겠다"고 말하면서 이 후보에게 날을 세웠던 게 대표적이다. 선거 후반부에는 이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심판하자는 '이·조 심판론'을 꺼내 들기도 했다. 반면 이 후보는 이같은 공세에 좀처럼 대응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한 대표와 이 후보가 당분간은 서로 탐색전을 하면서 수위 조절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대표의 날 선 표현이 총선 패배의 하나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고, 또 이조 심판이 중도층에게 소구력이 없었던 점을 미뤄 이번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소수 여당을 이끌며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 첨예한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이상 한 대표가 공격적 태도를 계속 취한다면 야당과의 협상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또 총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한 대표의 운신의 폭이 줄어든 점도 그 이유 중 하나다. 당내에서도 비토 세력을 일부 만든 데다 공소 취소 의혹이나 댓글팀 등 각종 논란이 불거져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해야 할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당장 민주당은 댓글팀 의혹에 대해 당내 TF를 구성한다고 했고, 조국혁신당이 1호 당론 법안으로 처리한 '한동훈 특검법'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자신의 공격 포인트가 노출된 상태에서 마냥 상대방만 공격하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반면 이 후보는 선거 압승을 통해 이미 한 대표에게 기선제압을 한 이상 총선 이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대선 도전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여야의 대치에 휘말리기보단 진중한 모습으로 민생이슈에 집중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법리스크 수위가 높아졌기에 한발 물러서서 어느 정도 몸을 사릴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에선 한동훈호의 출범을 대체로 반기지만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해 12월 29일 한 대표와 만난 이 후보의 모습. /배정한 기자
민주당에선 한동훈호의 출범을 대체로 반기지만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해 12월 29일 한 대표와 만난 이 후보의 모습. /배정한 기자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총선 이전에는 한 대표가 이 후보를 공격하면서 정치적인 입지나 성과를 강조했다면 지금은 일종의 파트너로 만났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 두 사람이 전략적 관계로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고, 한 대표의 리스크도 현실화돼 서로 간 과도한 공격을 하다간 공멸의 길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 9월에 정기국회가 시작되는데 이 후보 입장에서는 먼저 공격했다간 협치를 깼다는 빌미를 줄 수 있다. 한 대표도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강조하다 보면 자신의 여러 문제가 부각될 수 있어서 전략적인 휴지기를 가지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한동훈호의 출범을 대체로 반기지만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수도권 한 의원은 "총선에서 한 대표에 대한 평가는 다 끝나지 않았냐"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의원은 "(한 대표가) 용산과 계속 각을 세운다면 (민주당으로서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적대적 공생관계가 될 것 같다. 유승민 전 의원이나 최소 나경원 의원이라도 됐다면 긴장이 많이 됐겠지만 그런 지도부가 나오지 않은 것 아니냐"라며 "김건희 특검법이나 채상병 특검법 문제에서 국민의힘의 내분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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