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국민의힘 전대, 압도적 당원 지지로 돌아온 韓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 제3자 채상병 특검법…당정 갈등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한동훈 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당정이 원팀이 돼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일할 때 국민께서도 더 큰 힘을 우리에게 실어줄 것"이라고 했다. /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한동훈 신임 국민의힘 당대표가 23일 집권 여당 수장으로 복귀하면서, 당분간 신임 지도부와 대통령실의 '불안한 동거'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 대표는 지난 22대 총선 패배 책임으로 물러난 후 104일 만에 당대표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설이 부각됐지만, 당심은 한 대표를 향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권력(대통령)과 미래 권력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오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는 62.8%(32만702표)를 득표했다. 경쟁 후보였던 원희룡 후보는 18.85%(9만6177표), 나경원 후보는 14.58%(7만4419표), 윤상현 후보는 3.73%(1만9051표)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남은 세 후보 득표율을 합치더라도, 한 대표 득표율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한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당원들과 국민 여러분은 국민의힘의 변화를 선택했다"며 "새로 선출된 지도부와 함께 스스로 폭풍이 돼 여러분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한 대표는 당선 이후 당 화합 도모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한 대표는 "앞으로 친한(친한동훈)이니 친윤이니 하는 정치 계파는 없을 거란 약속드린다"며 "전당대회 기간 동안 있었던 갈등에 대해선 묻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는 과거대로 두고, 미래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대에서 불거진 당 내홍을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내에서는 한동훈 당대표 체제로 인한 계파 갈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전대는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 사천(私薦) 의혹, 댓글팀 운영 의혹 등 각종 폭로와 난타전으로 얼룩지면서, '최악의 자폭 전당대회'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특히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나경원 의원으로부터 패스트트랙 공소 취하 요청을 받았다고 폭로한 직후 당내에서는 비토 분위기가 쏟아졌다. 당시 한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당대표가 되더라도 사석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느냐"며 "당 내분이 극에 달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동훈 신임 당대표가 23일 전당대회에서 발표직후 나경원 후보와 포옹을 하고 있다. 한 대표는 "과거는 과거대로 두고, 미래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배정한 기자 |
윤 대통령과의 갈등설 역시 한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 대표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과 의견 차이로 여러 차례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거취와 의대 증원 규모 등을 놓고도 의견이 갈렸다고 한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 선거 과정에서 명품백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 전문이 공개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도 나왔다.
채상병 특검법, 김 여사 검찰 수사 등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뇌관도 곳곳에 남아 있다. 한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여사의 제3의 장소 비공개 검찰 조사에 대해 "검찰이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있어서 국민의 눈높이를 더 고려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22대 총선 당시 당정관계 갈등의 시초가 된 '국민 눈높이' 발언을 다시 꺼냈다. 한 대표 발언은 대통령실이 "현직 영부인이 검찰에 소환돼 대면조사를 받은 건 전례가 없었던 첫 대면조사"라는 인식과 큰 차이를 보인다.
아울러 한 대표 공약인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대안도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수사를 먼저 지켜봐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 대표로서는 대통령실 입장과 달리 그의 리더십을 검증할 수 있는 시험대인 만큼, 뜻을 굽히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만큼, 윤 대통령이 '강대강' 대치 선택지를 택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 정부로서도 국정운영 추진 동력을 위해서는 공생 관계를 택하는 게 낫다는 판단하에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은 저와 함께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지는 집권 여당으로, 우리는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라며 "당정이 원팀이 돼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일할 때 국민께서도 더 큰 힘을 우리에게 실어줄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도 JTBC와의 인터뷰에서 당선 직후 윤 대통령과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고 "앞으로는 당정이 화합해서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고생 많았다. 잘해 달라"는 취지로 격려했다고 한 대표는 전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24일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그리고 전당대회에 참여했던 낙선 후보들과 만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