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 "거친 싸움 보다는 사퇴하는 게 낫지 않나" 元 압박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권주자(나경원·윤상현·원희룡·한동훈) 간 신경전이 거칠어지는 가운데 여전히 판세는 1강 2중 1약 구도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추격하는 '비한'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룰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1일 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를 시작하기 전 기념 촬영을 하는 나경원·원희룡·한동훈·윤상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왼쪽부터). /국회사진취재단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꼭 10일 앞두고 '단일화는 없다'던 나경원 후보가 단일화 카드를 먼저 꺼내들었다. 한동훈 후보가 비대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외면했다는 논란에도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세가 꺾이지 않자 원희룡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한 것이다. 추격하는 '비한'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룰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1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권 레이스는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온갖 폭로와 비방 탓에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특히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한 후보를 향한 경쟁 후보들의 파상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친윤' 후보로 알려진 원희룡 후보가 집중적으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그는 한 후보를 압박하려 김 여사 문자 논란을 파고들거나 '사천(사적 공천)'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표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도 오히려 나 후보가 원 후보에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11일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 응답률 18.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한 후보는 27%, 나 후보 10%, 원 후보 7%, 윤 후보 2%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후보가 55%로 과반이 넘었다. 이어 나 후보 12%, 원 후보 10%, 윤 후보 1%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12일 여론조사 회사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 한동훈 후보 36%, 나경원 후보 17%, 원희룡 후보 10%, 윤상현 후보 7% 순으로 나타났다. 29%는 의견을 유보했다. 응답자 중 국민의힘 지지자(347명) 중에서는 한 후보 57%, 나 후보 18%, 원 후보 15%, 윤 후보 3%로 조사됐다.(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1.2%.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어대한'의 기류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계파 청산을 강조하는 나 후보는 원 후보를 압박하며 단일화에 군불을 지폈다. 나 후보는 지난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전당대회 초반, 원 후보 측에서 흘러나왔던 연대설은 매우 무례하고 구태한 '세몰이 정치'의 전형이라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씀드렸다"면서 "만약, 지금도 연대설을 지지하는 분들이라면 이쯤에서 원 후보가 저를 지지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씀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불과 2주도 남지 않은 가운데 '1강' 한동훈 후보를 추격하는 3인의 후보가 단일화를 이룰지 관심이 쏠린다. /배정한 기자 |
이와 관련해 원 후보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원 후보 캠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후보가 "후보가 의견을 낼 수는 있겠으나 당원을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닌, 전혀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일반 여론조사를 가지고 단일화를 언급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일화는 전혀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 측은 "공식적으로 단일화나 연대를 이루려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두 후보는 '단일화는 없다'고 했지만 한 후보 지지세가 꺾이지 않자 태도를 바꿨다. 13일 나 후보는 "실질적으로 생각이 비슷하다면 거친 싸움을 하는 것보다는 사퇴하시는 게 낫지 않는가,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를 도와주시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입니다"라며 원 후보와 단일화를 언급했다. 원 후보도 "굳이 말하면 나 후보가 저를 돕게 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제는 당이 집안싸움에 제동을 걸 정도로 후보 간 비방전은 위험 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현재 논란이 되는 마타도어성 사안들은 각종 억측을 재생산하는 등 소모적인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의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면 당헌·당규상 명시된 제재 조치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당권 주자들은 이날 2차 방송 토론회에서 밀실공천·여론조성팀 등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당 안팎에선 당대표 경선에서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작게 점치고 있다. 국민의힘 한 원외 인사는 통화에서 "4명의 후보가 평행선을 달리는 구도가 전당대회 날까지 유지될 것으로 본다"면서 "한 후보가 1차에서 과반으로 이길 것으로 보이지만, 결선까지 간다면 한 후보와 맞붙는 후보에게 지원사격을 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상대를 공격하는 것도 적정선이 있지 않나. 지금은 대장동 일타강사 콘셉트와는 결이 다르다. (당내에서) 원 후보의 언사를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귀띔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현재 여론으로 봤을 때 후보 단일화를 하면 오히려 역풍이 불어 원 후보나 친윤계에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기대 효과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 후보직 사퇴나 단일화 가능성은 작다"라면서 "(3명의 후보는) 최선을 다해 한 후보의 과반 승리를 막아내는 게 과제인데, 만약 결선에 간다면 떨어진 후보가 지지를 선언하는 식으로 돕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