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희룡 "'尹 20년 지기'와 난 달라"
입력: 2024.07.12 00:00 / 수정: 2024.07.12 00:00

김 여사 문자 논란 "천군만마를 얻은 것…나라면 한 방에 홈런 쳤다"‘
네거티브 전대 "마당에 들어온 돌멩이 치울 뿐"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10일 부산역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원 후보는 이날 한동훈 당대표 후보를 둘러싼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에 대해 윤 정부를 향한 따가운 민심을 한 방의 홈런으로 경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캠프 제공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10일 부산역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원 후보는 이날 한동훈 당대표 후보를 둘러싼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에 대해 "윤 정부를 향한 따가운 민심을 한 방의 홈런으로 경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캠프 제공

[더팩트ㅣ부산=설상미 기자] "제가 비대위원장이었다면, 김건희 여사 문자를 보고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었다는 생각을 했을 거다. 사과를 성사시킬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도 반대하는 상황이라 앞이 캄캄한 상황인데, 한 줄기 빛이 들어온 거 아닌가. 윤 정부를 향한 따가운 민심을 한 방의 홈런으로 경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저라면 그 문자를 통해 윤 정부 국면 자체를 완전히 180도 뒤집어놨을 것이다."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여사가 지난 1월 한동훈 당대표 후보에게 보낸 후 ‘읽씹(읽고 씹힘)’ 당한 문자 전문(全文)이 공개되면서 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총선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 명품 수수 의혹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민심 이반에 따른 윤 정부 심판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와 관련해 원 후보는 10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결과적으로 총선에서 한 후보가 김 여사의 사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 당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원 후보는 "고뇌와 자책에 빠진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반대와 염려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 후보께서 당과 의논과 검토 후에 지침을 주시면 따르겠다고 말한 것"이라며 한 후보의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 후보 측은 김 여사에게 사과 의중이 없었다는 점을 대통령실을 비롯해 여러 통로로 확인했고, 사적 채널로 여사와 소통하는 건 옳지 않다는 판단 하에 문자에 답장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백 명의 공적 통로와 한 명의 당사자 중에 누가 더 중요하느냐. 만약 대통령과 당이 여사를 설득하려고 해도 여사가 버티면 불가능한 것인데, 당사자 의향이 있는 거면 그야말로 천군만마 아닌가. 사과 수위와 이후 여론에 대해서는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당사자가 하겠다는데 (한 후보는) 왜 겁을 먹었나."

원 후보는 "승리가 절박한 상황에서 고의로 패배를 이끈 것 아니느냐"라며 한 후보의 '총선 고의 패배론'까지 들고나왔다. 그는 "‘중재하다가 괜히 나만 곤란하지 않을까’ 하면서, 윤 정부를 향한 따가운 민심을 한 방의 홈런으로 경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라며 "자신이 없거나 엄두가 안 나거나, 의논할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밖에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당 선관위는 전당대회 과열로 인해 당권 주자들의 갈등이 점점 더 깊어지자 지난 8일 제재에 나섰다. 전당대회가 끝나면 함께 거야(巨野)에 맞서야 하는 '원팀'인 만큼 서로를 향한 지나친 네거티브를 지양하라는 취지에서다.

원 후보는 지난 9일 1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선관위에서 당원들과 국민들이 전당대회 다툼을 일단 중단하고 정책과 비전 경쟁을 시작해 달라고 했기 때문에 언급을 중단하겠다"며 한 후보의 사천 논란 질문에 즉답을 피한 바 있다. 그러나 다음 날 곧바로 원 후보는 한 후보의 김 여사 문자 논란을 포함해 사천 의혹, 댓글팀, 김경율 금감원장 추천 의혹 등을 두고 맹공에 나섰다.

한 후보 측은 원 후보를 향해 ‘이중인격’ ‘마타도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지만, 원 후보는 이를 두고 '방어 전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9일 첫 티비토론회에서도 저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모두 정치 공방을 했다. 제가 원하지 않아도 저희 마당 안에 돌멩이가 날아 들어오면 그건 치워야 한다"고 했다. 후보 간 공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방어전을 이어가는 동시에, 후보 검증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국민들께서 전당대회를 보기 민망해하실 정도로 다툼이 너무 많다. 그러한 질책에 저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9일 토론회에 네거티브와 공세를 다 내려놓고 비전만 들고나갔다. 그런데 저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모두 정치 공방을 하더라. 당내 현안인 문제에 대해 빠져나갈 방법이 있나. 다만 대야 공세, 당정 관계, 비전 등 균형 있게 제시해 당원들에게 다가가겠다."

원 후보는 박성민 의원 및 이용 전 의원 등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인사들의 물밑 지원을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원 후보에게도 당정 관계 정립에 관한 불안한 시선이 존재한다. 김기현 전임 당대표 체제 시절과 마찬가지로 수직적 당정관계 한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해 원 후보는 "제 정치 경력을 모르는 얘기"라며 "저는 윤 대통령과 시작부터 수평적 관계였고, 경력 있는 '쓴소리 전문가'로, 누구보다 직언을 많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10일 부산역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원 후보는 이날 저는 윤 대통령과 시작부터 수평적 관계였고, 경력 있는 쓴소리 전문가로, 누구보다 직언을 많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희룡 캠프 제공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10일 부산역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원 후보는 이날 "저는 윤 대통령과 시작부터 수평적 관계였고, 경력 있는 '쓴소리 전문가'로, 누구보다 직언을 많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희룡 캠프 제공

원 후보는 한나라당 원조 개혁소장파 ‘남원정’의 일원으로 당에서 25년 간 입지를 다져왔다. 도지사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터득한 정무 감각과 행정력도 그의 경쟁력이다. 원 후보는 "제게는 영부인의 사과 의사 문자를 가지고 전국 대반전의 계기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경륜과 정무 능력, 당정의 조율 능력이 있다"고 했다. 동시에 윤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에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는 윤 대통령과 인적 관계가 없었지만, 함께 일하기 시작한 이후로 공적 신뢰가 점점 쌓여온 관계다. 신뢰, 정치적 능력과 정무적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자신을 불러냈다고 생각한다."

원 후보는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기 위해서는 당과 정부가 삶을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강한 신뢰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 후보가 △수도권 원패스 △주3일 출근제 △단통법 및 책통법(도서정가제) 폐지 등 민생과 가까운 정책에 주력하는 이유다.

동시에 원 후보는 자신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상대할 수 있는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원 후보는 "저는 민주당과 이 전 대표를 잘 알고 상대할 줄 안다"며 "국민 삶이 어려운데 거야 민주당에게 민생은 뒷전이고, 오로지 이재명 사법리스크 돌파를 위한 탄핵을 밀어붙이고 있다. 무도한 민주당의 탄핵 공세를 막아내고 국민의 삶이 더 나아지게 하겠다"고 했다.

원 후보는 윤 정부를 완성을 통한 우파 정당 100년 집권이라는 꿈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윤 대통령과 신뢰 관계가 없는 정치 신인 후보는 부적격하다고 주장한다. 원 후보는 "거대 야당에 맞서는 지피지기 경험과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들어온 지 6개월 밖에 안 되는 분만 지금 혼자 (채상병 특검법 등) 여러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는 원래 대통령과 아무런 인적 관계가 없었지만, 일하기 시작한 이후로 공적 신뢰가 점점 쌓인 관계"라며 "20년 관계에도 닥쳐진 일을 처리를 못하고 책임론을 갖고 하루아침에 등 돌린 그런 관계랑은 다르다"라고 한 후보를 직격했다.


snow@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