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 고성에 삿대질하며 공방
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의 무제한 토론을 강제 중단시킨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물러나라!"
국회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채 상병 특검법' 통과를 막기 위한 국민의힘의 반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중단한 데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하며 벌어진 일이다.
우 의장은 이날 오후 3시 50분께 반대 토론 중인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해병대원 특검법 무제한 토론이 24시간이 경과됐다. 토론을 마무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오후 국회에 제출한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안'을 표결에 부치기 위함이었다.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는 시작한 지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180명) 찬성으로 강제 종료할 수 있다.
우 의장은 20분 뒤인 오후 4시 10분쯤 계속 발언을 이어가는 곽 의원을 제지하며 재차 토론 마무리를 요구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일제히 단상으로 몰려가 "의장에게 토론을 끊을 권한이 없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우 의장은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20분이나 드리면서 두 차례에 걸쳐 마무리할 것을 부탁드렸다"고 항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 의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를 지켜보는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보내는 동시에 여당 의원들을 향해 "국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서로 삿대질과 반말이 섞인 고성을 지르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40여 분간의 대치 끝에 우 의장은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안을 상정하려 하자, 의장석 바로 옆에 선 추 원내대표는 "의장님 이러시면 안 된다"며 거듭 만류했다. 자기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가운데 "발언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왜 의원의 권리를 제한하나. 의장은 발언을 종료할 권한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의원들의 강력한 항의 속에서 우 의장은 전날 채 상병 특검법안을 상정하면서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라며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명했다. 추 원내대표의 해명과 사과 요구에 따른 것이다.
우 의장은 "유가족과 국민이 바라는 대로 조속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점과 국회 입법권 존중이라는 일반적 원칙에 따른 말씀이었다"면서도 "의장의 의도와 다르게 오해가 생긴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이후에도 잘 살피겠다"면서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안을 상정했다. 여당 의원들은 불만을 터트리며 본회의장을 빠져나왔다.
무기명 표결 결과, 무제한 토론이 종료된 직후 채 상병 특검법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특검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법안은 정부로 넘겨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