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특검 추천 주체 변화 가능성 열려 있어"
민주당이 4일 특검 추천권을 제3자에게 부여하는 방식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해병 특검법)'이 3일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습. /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 내용 중 정부·여당이 문제 삼는 특검 추천권에 대해 "제3의 방안이 있다면 논의는 해볼 수 있다"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다만 이를 대법원장 등에 넘기는 방안을 두고는 "그런 특검이 훗날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노종면 민주당 대변인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추천 주체의 변화 가능성은 논의가 들어온다면 언제든지 열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노 대변인은 "사전에 관련 검토를 다 했다"며 "이전에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대법원장과 대한변호사협회의 추천 방식이 현실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대법원장과 변협이 추천한 특검이 유야무야됐었다고 지적하며 "성과를 낸 특검, 대표적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부터는 더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국회에서 고민했고 결과적으로 당사자 아닌 사람이 특검을 추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노 대변인은 내곡동 사건과 드루킹 사건 등 특검을 야당에서 추천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그런 사례들을 국민의힘도 알고 있다. 실효성이 있고, 특검제도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국회의 경험을 이어가자는 차원에서 당사자인 대통령이 속해있던 국민의힘을 제외한 다른 정당에서 추천하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3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채상병 사건 특검 추천권을 양보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본회의에 상정된 채상병 특검법은 교섭단체에서 1인, 비교섭단체에서 1인의 특검 후보를 각각 추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혁신당은 대통령실도 거부권 행사의 명분으로 특검 추천권을 들고 있기에 이러한 명분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특검 추천 권한 중 비교섭단체 몫을 제3자에게 넘겨 국민의힘이 수용할 수 있는 여지를 주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제3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법원장 추천의 경우 역대 특검에서 권력형 비리를 밝히는 데 다 실패했다는 우려 섞인 의견도 있다"면서도 "일단 꽉 막힌 이런 특검 정국, 여기에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협상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진행하면 되는데 거기에서 협상의 지렛대로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민주당에서는 특검 추천권을 문제 삼은 것이 여당인 만큼 여당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특검 추천권에 대해 "저희가 답변하기보단 국민의힘에서 먼저 답변이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의 원내대표든 이런 분들이 발의안을 내야지 그걸 우리가 받냐 마냐를 논의할 수가 있다"며 '그게 없는 상태에서 덜컥 수정했다가 국민의힘이 안 받아버리면 어떻게 하냐는 뜻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특검 제3자 추천 방식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 전 비대위원장이 처음 제안했다. 다만 국민의힘 안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고 최고위원은 "이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으로 시작된 것"이라며 "그러나 그분은 지금 국회에 있지도 않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냥 한 전 위원장이 권한도 없으면서 책임도 지지 못할 말을 그냥 멋있게 지른 것밖에 안 된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여론조사공정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채 상병 특검을 실시할 경우 특검 추천 방식'에 관해 물은 결과(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RDD방식 ARS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2.5%), 42.8%의 응답자가 '민주당과 혁신당이 추천하는 방식'을 꼽았다. 한 전 위원장이 제안한 '대법원장·대한변협 등 제3 기관이 추천하는 방식'은 31.5%로 집계됐다. '특검이 필요하지 않다'는 19.0%, '잘 모르겠다'는 6.7%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