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에도 인선 더뎌…1년 넘게 공석도
'대통령 임명' 알짜배기 자리만 26곳…與 전대 영향 가능성
4월 총선 이후에도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이 더딘 모습이다. 대통령실이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인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숙현 기자 |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공공기관 전체 327곳 중 66곳 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개월 이상 리더십 공백이 있는 곳도 13곳에 달한다. 기관장 인선 작업 속도가 더딘 배경 중 하나로, 대통령실이 공공기관장 인사에 대한 기대감을 활용해 여권과 부처에 대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팩트>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전수분석한 결과, 기획재정부가 올 1월 지정한 공공기관 327곳 중 6월 30일 기준 기관장 임기가 끝난 곳은 41곳, 기관장이 물러나 공석인 곳은 25곳으로 파악됐다. 올해 하반기 임기가 만료되는 55개 기관장을 포함하면 연내 총 공공기관 121곳(37%)에서 기관장 교체 수요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주무부처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규모가 큰(총수입액 1000억 원 이상이거나 직원 정원 500명 이상) 기관장 자리는 26곳이 비어 있다.
우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 중 한국동서발전·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한전KDN㈜ 등 6곳에서 사장 임기가 지난 4월 25일자로 일제히 만료됐다. 또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7곳도 기관장 임기가 끝났거나 기관장이 물러나면서 공석 상태다.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 중에선 한국투자공사와 ㈜강원랜드 등 알짜배기 기관의 장 자리가 비어있다. 특히 강원랜드는 지난해 12월 이삼걸 전 대표이사가 돌연사퇴한 후 6개월이 넘도록 후임자를 인선하지 않고 있다.
이 외에 △한국공항공사 △한국부동산원 △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관광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해양환경공단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승강기안전공단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도로교통공단 등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기관장 교체를 기다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관장 선임은 '기관 내 임원 후보추천 위원회(임추위) 구성->후보자 공모→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이사회 의결→주무부처 장관 제청→대통령 임명' 등의 절차를 밟는데, 규모가 크지 않은 곳은 주무부처 장관 임명으로 절차가 마무리된다.
임추위 구성부터 선임까지 약 2~3개월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기관장 인선은 더디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66곳 중 기관장 임기가 끝났거나 기관장이 사퇴한 지 6개월 이상인 곳은 13곳(㈜강원랜드 대한석탄공사,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태권도진흥재단, 재단법인 한국에너지재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국립암센터,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이고, 3개월 이상인 곳도 26곳이다. 태권도진흥재단은 오응환 전 이사장이 지난해 6월 돌연 사임한 이후 1년 넘게 수장 자리가 공석이다. 이들 기관은 현재까지 직무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기관장 공석' 기관 중 상당수는 임추위만 꾸린 상태다. 최근에는 해양환경공단, 한국방송공고진흥공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공항공사 등 일부 기관이 후보자 공개모집에 나서며 기관장 교체에 시동을 걸었다.
공공기관장 인선이 늦어진 배경으로는 문재인 정부 말 임명된 공공기관 수장들이 올해 상반기 대거 임기 만료되면서 교체 수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점, 4·10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연말부터 공공기관장 인사가 멈췄던 점 등이 꼽힌다.
대통령실은 총선 이후 대대적인 기관장 인사 검증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공기관 인선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됐지만 장기간 비워둔 자리는 채워지지 않고 있다. 4월 총선 이후 임명된 기관장은 이건완 국방과학연구소, 서국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 이철수 한국폴리텍 이사장, 정운현 한국문화정보원장, 김태정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국제방송) 사장, 최현호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김현준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 등에 불과하다.
공공기관장 공백이 6개월 이상 장기 지속되고 있는 곳은 13곳에 달했다. 올해 하반기 보은성 인사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2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불출마·낙천·낙선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 격려 오찬에서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
정치권에선 알짜 공공기관 인선 다수가 하반기 보은성 인사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공기관 인사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데는 대통령실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당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 인사들의 자발적인 '줄 서기'를 유인할 수 있다는 해석도 안팎에서 나온다.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기관장 후보군으로 정치인 출신들이 벌써 물망에 올라와 있다. 울산 소재의 한국동서발전 사장 후보로는 울산을 지역구로 뒀던 이채익·권명호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에는 KIDA 출신 전문가로 충남 천안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에는 김천 경선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출신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 등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