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 경쟁 1강-2중-1약 구도 고착화 가능성
元 "진전 없는 상태서 단일화 거론할 필요 없어"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나경원 의원의 연대설에 힘을 잃고 있다. 사진은 윤상현 의원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나 의원, 원 전 장관(왼쪽부터)이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공부 모임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7월 23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쟁쟁한 당내외 당권주자 간 대립 양상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당권 유력 주자인 한동훈 후보를 향한 집중 견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변수로 떠올랐던 원희룡·나경원 후보의 연대설이 힘을 잃고 있다. 이에 따라 1강(한동훈), 2중(원희룡, 나경원), 1약(윤상현) 구도가 고착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한동훈 대세론'에 맞서 연대 가능성을 열어온 원 후보는 돌연 태도를 바꿨다. 그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면서 "나 후보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원 후보와 연대설을 거듭 일축했다.
전날(28일)까지만 하더라도 원 후보는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나 의원과 연대 가능성에 관한 물음에 "상대방이 있는 이야기이고 사람은 감정이 있기에 직접 얘기하는 건 매우 조심스럽다"라면서도 "우리 당을 걱정하는 마음과 방향이 같다면 언제든지 협력은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더는 연대설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계파 정치 청산을 과제로 내세운 나 후보는 줄곧 연대에 선을 그어왔다. 지난달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떤 후보는 대통령과 각을 세우다, 뒤늦게 수습하느라 바쁘고 어떤 후보는 대통령을 전대에 끌어들여 팔기에 바쁘다"며 한 후보와 원 후보를 동시에 비판하면서 "당연히 그런 후보들과 연대할 생각도 없고 가능성도 없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한 이후 나 후보가 원 후보와 연대설에 대조적인 반응을 보인 것을 두고, 전대 이후 당내 지형을 고려했을 때 반(反) 한동훈 연대의 선봉에 서는 것이 부담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나 후보는 당권 경쟁에 뛰어들기 전후 '윤심'을 비판하는 등 무계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당 안팎에선 나 후보가 비윤에 가깝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지난해 1월 당시 나 후보는 불출마를 선언하며 "전당대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이 없다"며 어떤 후보도 돕지 않겠다는 취지로 언급했으나 약 보름 만에 태도를 바꿔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김기현 의원과 손을 잡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의 갈등과 친윤 진영의 연판장 등 압박으로 인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는 지난달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원희룡 후보와 연대설에 관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거듭 일축했다. /이새롬 기자 |
원 후보와 나 후보의 단일화가 불투명해진 상황이지만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야당 원외 인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치는 생물이고 선거의 궁극적 목표는 이기는 것"이라며 "레이스 막판에는 물밑에서 어떠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도 "아직은 후보들이 각자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여론 추이를 지켜보면서 판세가 불리하다고 싶을 때 추격 후보들의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후보가 끝까지 당대표 선거를 완주할 것이라는 게 캠프 측의 설명이다. 나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나 후보가 출마한 선거에서 항상 다 이긴 것은 아니지만 결과들이 꼭 나쁘지만은 않았고 이번 총선 힘든 지역으로 분류됐던 서울 동작을에서도 살아남았다"면서 "나 후보가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등 너무나 치열하게 열심히 하고 있다. 자신감이 있다.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 후보의 대세론 속에 중위권인 원 후보와 나 후보가 추격하고 있다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권주자 3명이 한 후보를 포위해 집중 공격하는 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공세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다만 당권 레이스가 초반인 데다 국민의힘의 핵심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현재의 구도가 굳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 전 위원장이 단연 앞서고 있다.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달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이라고 밝힌 39%의 후보별 적합도에서 한 전 위원장은 59.3%로 조사됐다. 원 전 장관 15.5%, 나 의원 12.6%, 윤 의원은 5.9%였다. 전체 응답자 후보별 적합도에서는 한 전 위원장 37.9%, 나 의원은 13.5%, 원 전 장관 9.4%, 윤 의원은 8.5%로 나타났다(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무작위 추출한 자동응답 방식 조사,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5%).
한국갤럽이 지난달 25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대표 경선 후보 4인 중 누가 당대표가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보는가'를 물은 결과, 국민의힘 지지자 308명(신뢰수준 95%, 표본오차 ±5.6%포인트)는 55%가 한 전 위원장을 당 대표로 꼽았다. 이어 원 전 장관 19%, 나 의원 14%, 윤 의원 3%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 518명(표본오차 ±4.3%포인트)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 전 위원장은 38%, 원 전 장관·나 의원 15%, 윤 의원은 4%를 얻었다(무작위 추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 응답률 11.8%). 인용된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