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임공관장 논란 <하>] '자격심사 강화' 요구 꾸준…22대 국회는
입력: 2024.06.28 10:20 / 수정: 2024.06.28 10:20

尹정부 임명 38명 중 군 출신 8명, 9명은 외시
정치적 임명 자체보단 물의 일으켜 논란 발생


특임공관장 제도는 외무고시 순혈주의 문화를 극복하고 조직 내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역대 정권에서 주로 대선 캠프 출신 인사나 대통령 측근을 배치하다 보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현 정부임기 내 역량을 보유한 외부인사의 공관장 보임 비율을 최대 30%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비외시 출신의 핵심보직 발탁인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더팩트DB
특임공관장 제도는 외무고시 순혈주의 문화를 극복하고 조직 내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역대 정권에서 주로 대선 캠프 출신 인사나 대통령 측근을 배치하다 보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현 정부임기 내 역량을 보유한 외부인사의 공관장 보임 비율을 최대 30%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비외시 출신의 핵심보직 발탁인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더팩트DB

[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가 될 수 있었던 건 '특임공관장 제도' 때문이다. 특임공관장 제도란 외무고시 출신의 직업 외교관이 아니더라도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대통령이 특별히 재외공관의 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말한다. 외무고시 순혈주의 문화를 극복하고 조직 내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역대 정권에서 주로 대선 캠프 출신 인사나 대통령 측근을 배치하다 보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尹 정부 특임공관장 38명…군 출신 8명, 11명은 '외교관 경력자'

외교부가 국회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현 정부에서 올해 5월까지 임명한 특임공관장은 38명이었다. 그 중 외무고시 출신은 9명, 군 출신은 8명, 외부 전문가는 21명으로 집계됐다.

현 정부에서는 외무고시 출신의 특임공관장 임명이 두드러진다. 시기 순으로 살펴보면 조태용 전 주미국대사(2022.6~2023.3), 황준국 주유엔대사(2022.7), 장호진 전 주러시아대사(2022.8~2023.4), 김홍균 전 주독일대사(2022.10~2024.1), 윤여철 주영국대사(2022.10), 최재철 주프랑스대사(2022.12), 이상덕 주인도네시아대사(2022.12), 조현동 주미국대사(2023.4), 이도훈 주러시아대사(2023.7)가 있다. 윤, 최 대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윤 대통령 경선 또는 대선 캠프 출신으로 정책자문 등의 역할을 했다.

'외부 전문가'로 분류되는 하성주 주우한총영사 김진한 주이스라엘 대사도 20년 이상 재외공관 근무 경력자다. 검증된 관료 출신을 등용하면 전문성이나 자질 우려를 불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재외공관장의 다양성 확대나 순혈주의 문화 타파를 위한 인사로 보긴 어렵다.

지난 21일 주호주대사를 역임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지난 21일 주호주대사를 역임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문재인 정부 70명 중 외교관 출신은 15명, 군 출신 5명, 외부 전문가는 50명이었다. 현 정부에선 군 출신 특임공관장 비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K-방산'이 부각되는 시대 흐름을 반영해 군사외교를 중시하는 흐름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재외공관장에 임명된 군 장성 출신 대부분은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물이어서 '보은 인사' 지적도 나왔다. 대선 캠프 또는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던 인사를 임명 시기 순으로 살펴보면 류제승 주UAE대사 (2022.10), 이왕근 주콜롬비아대사 (2022.12), 최병혁 주사우디대사 (2023.12),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2024.3~2024.3), 김판규 주나이지리아대사 (2024.3)가 있다.

특임공관장 수의 많고 적음, 출신이 어디냐가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공관 운영 능력만 충분하다면 직업 외교관들보다 상대국에서 더 신뢰받을 수 있고, 폐쇄적인 외교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장점도 있어서다. 김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5월 현재 기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명의 대사를 임명했다. 이 중 고위 외무공무원 출신 대사가 126명(62.1)%이고, 정치적 임명이 77명(37.9%)이었다.

김 의원은 26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특임공관장 제도에 대해 '낙하산' 비판이 나오는 것은 자질·역량이 부족한 특임공관장이 비위를 저지른 사례 때문"이라며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의 주일본대사, 주호주대사 임명 사례처럼 정치적 임명 비율 확대는 일종의 세계적 추세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격요건 강화' 법안 21대 국회선 2건…22대는?

21대 국회에서는 특임공무원 인사 제도 개선을 위한 법안이 두 건 발의됐다. 주로 해당 국가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외교관으로서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정치적인 이유로 특임공관장에 임명되는 경우를 방지하고자 하는 조치다.

21대 국회에서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외무공무원법 제4조(특임공관장)에 해당하는 개정안 2건이 있었다. 모두 특임공관장에 대한 자격심사 강화 목적이다. 2020년 10월 발의된 정 의원 안의 특임공관장으로 임명될 사람의 외국어능력과 교섭능력 등을 고려하고 자격심사위에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추천한 사람을 포함하자는 것 등이다. 기존의 공관장 자격심사위는 외무공무원 5인 이상, 관계부처 공무원 3인 등으로 구성돼있다.

21대 국회에서는 특임공무원 인사 제도 개선을 위한 법안이 두 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더팩트DB
21대 국회에서는 특임공무원 인사 제도 개선을 위한 법안이 두 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더팩트DB

2023년 8월 발의된 조 의원 안은 특임공관장으로 임명될 사람에 대해 자격심사를 할 수 있는 '특임공관장 자격심사위원회' 신설이다. 자격심사 결과 부적격 결정을 받은 사람은 특임공관장이 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조 의원 안에 따르면 자격심사위는 9명 이상 15명 이하로 구성되는데 이들 중 국회 소관 상임위 추천하는 사람 3명 이상, 외교 및 영사 업무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대학이나 연구기관 5년 이상 근무자 등이 포함돼있다.

22대 국회에서는 김 의원의 '런종섭 방지법' 외에도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안을 준비 중이다. 위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수사나 기소 중인 자, 출국금지 상태인 자를 임명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은 '이종섭 사태'를 겨냥해 재발 방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위 의원 법안은 전반적인 특임공관장 자질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당 국가에 임명하고자 하는 목적 등을 명확하게 하고 절차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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