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구성 '감정골'... 전세사기 피해자 청문회 '반쪽 국회'
박상우 국토부 장관, "덜렁덜렁 전세계약" 발언 사과
더불어민주당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맹성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오른쪽은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의 빈자리. /국회=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관련 청문회가 25일 끝내 국민의힘 불참 속에 열렸다. 국민의힘의 상임위원장 7개 수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 갈등 양상이 그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청문회가 사전에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정 연기를 요청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그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이날 국회에서 예정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청문회는 반쪽으로 진행됐다. 국토위 회의는 이날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1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국민의힘은 상임위에 복귀한 만큼 여야 간 의사일정 협의를 거쳐 일주일을 연기하자는 입장을 낸 반면, 야당은 국회법에 따라 협의됐기 때문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양당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국토위 회의장 밖 복도에서 여야 간사의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국토위 간사인 권영진 의원은 "의사일정을 일방적으로 정해놓고 거기에 여당만 들어오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라며 "야당만 하는 청문회를 강행하려고 하지 말고, 조금만 양보를 해달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청문회를 연기한다고 하면 거기에 맞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라며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생업이 있는 분들인데, 매번 오겠느냐. 국민들 사정을 고민해서 피해자 진술을 들을 때지. 명분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이어 문 의원이 "간사 선임하고 (회의를) 나가시던가. 같이 청문회를 하시던가"라고 하자, 권 의원은 "간사 선임에도 응할 수가 없다"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끝내 민주당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국민의힘은 청문회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권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여야 간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다시 협의해서 상임위를 정상화 시키자 제안했음에도, 야당에서 일방적으로 정했다"라며 "이대로 청문회에 들어오라는 건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이날 회의는 야당 단독으로 11시 54분쯤 열렸다. 민주당 소속 맹성규 국토위원장은 청문회 시작에 앞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어렵게 마련된 오늘 자리는 일단 진행돼야 한다"며 "이번 회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관련 피해 지원 논의 과정을 듣고 한 번 더 오늘 같은 자리 마련하는 것으로 양당 협의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실언을 일제히 지적했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달 13일 국토교통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라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다.
문 의원은 "전세 사기는 개인의 실수라기보다는 법과 제도의 미비로 인한 사회적 재난의 성격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박 장관이) 피해자들의 가슴에 상처를 줬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덜렁덜렁 발언이) 개인적인 잘못에 근거 둔 말은 아니다"면서 "제 말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