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전략기획부' 신설…예산 사전심의권 부여
육아휴직 사용률 목표치 상향
출산 가구 주택 우선 분양 기회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아산홀에서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정책들을 발표했다. /뉴시스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우리 사회의 초저출생 위기에 우려를 표하고 "오늘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한다"며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한 범국가적 총력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HD현대 아산홀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저출생 문제의 복합적인 원인 진단과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인 윤 대통령이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가장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문제는 바로 초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위기다. 급격한 인구 감소와 경제와 안보를 비롯해서 우리 사회 전반에 매우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급기야는 대한민국의 존망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며 "이제 국가 총력전을 벌여서 암울한 미래를 희망차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선 지난달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신설하겠다고 밝힌 저출생 문제 컨트롤타워 부처의 명칭을 '인구전략기획부'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 대책과 함께 고령 사회와 이민 정책까지 포함하는 인구 정책을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인구에 관한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을 수립하도록 하겠다"며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교육, 노동 복지를 비롯한 사회 정책을 아우르면서 저출생 문제 해결에 매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인구전략기획부에 저출생 예산에 대한 사전심의권, 지자체 사업에 대한 사전협의권을 부여해 예산 편성 자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대통령실에는 저출생 대응 수석실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 제공 |
구체적인 저출생 대책으로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의 3대 핵심 분야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먼저 윤 대통령은 "기업 규모나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누구나 일을 하면서 필요한 시기에 출산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현재 6.8%에 불과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임기 내에 50% 수준,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80%까지 끌어올리고 육아휴직 급여도 첫 3개월은 월 250만 원으로 대폭 인상해 휴직 초기 지원을 강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남성의 출산휴가를 10일에서 20일로 늘리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엄마와 아빠가 함께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이 가능한 자녀 연령을 8세에서 12세까지 확대하고, 2주씩 단기간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제도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부모님들에게 아이를 돌볼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가 부모님들께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필요한 시간에, 특히 아이가 아플 때 아이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육아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 동료들과 사업주의 부담을 국가가 함께 나눠지겠다"며 사업주에 육아휴직 근로자 대체인력 지원금으로 월 120만 원을 지급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양육 분야에선 국가가 양육을 책임지는 '퍼블릭 케어' 전환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에 0세부터 11세까지 양육에 관한 국가 책임주의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공립 직장 어린이집 확대 등을 통해 임기 내에 3세부터 5세까지 아이들에 대한 무상 교육·돌봄을 실현하고, '늘봄프로그램'을 2026년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 전학년으로 운영이 확대돼 이용할 수 있도록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단계적으로 무상 운영을 확대하고, 지자체와 돌봄 연계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자녀 세액 공제도 확대한다.
또한 윤 대통령은 "돌봐줄 부모나 가족이 없는 아이들에 대한 국가의 돌봄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입양 체계를 전면 개편해서 새로운 가정에 보다 안전하고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동안 민간 중심으로 운영하던 입양 과정을 국가와 지자체가 직접 수행토록 하겠다"고 했다. 입양이 어려울 경우에는 가정 위탁을 확대하고 사회 진출시 자립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주거 부담 완화와 관련해선 "앞으로 출산 가구는 원하는 주택을 우선적으로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결혼 전 당첨 이력을 배제하여 추가 청약 기회를 확대하고, 신생아 특별 공급 비율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혼부부에게 저리로 주택 매입과 전세 자금을 대출하고, 자녀를 출산할 때마다 추가 우대 금리를 확대해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청년들의 결혼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결혼비용에 대한 결혼세액공제도 추가한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은 이런 양립, 양육, 주거 3대 핵심 분야 이외에도 수도권 집중과 같은 사회 구조적 요인과 경쟁 압력, 높은 불안과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며 "특히 우리 사회의 과도하고 불필요한 경쟁 문화를 바꿔서 더 여유 있고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를 여는 데 최선을 다하고 고용, 연금, 교육, 의료 개혁을 포함한 구조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며 "또한 경제, 종교, 언론 등 각계각층과 협력하여 사회 전반의 인식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한 정부의 저출생 정책 이행을 꼼꼼히 점검하기 위해 인구전략기획부 출범 전까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인구 비상대책회의'를 매월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시라도 빨리 인구전략기획부가 출범해서 국가 총력 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국회의 협조도 당부했다.
대통령 모두발언 이후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각각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 △일·육아 양립 활성화 방안 △국가책임 교육·보육체계 완결을 통한 양육 부담 획기적 해소 방안 △저출생 대응을 위한 출산 가구 주거지원 강화 방안을 연달아 발표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은 참석자들로부터 결혼·출산·육아 과정에서 겪는 고충과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답했다.
이날 회의에는 맞벌이 워킹맘, 다둥이 아빠, 청년, 학부모, 기업 대표 등 정책수요자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촉직 민간위원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주 부위원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국회에서는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정재 국민의힘 저출생대응특위 위원장 등이, 대통령실에서는 장상윤 사회수석 등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