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도 꺼낸 권한쟁의 심판 카드, 3년 만에 각하 선고
원구성 출구 없는 與…"전략 없단 방증" VS "역사적 기록"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두고 국민의힘이 18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제22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렸던 지난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민주당의 의회독주를 외쳤다. /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국민의힘이 18일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은 '무효'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민주당이 의사일정 합의 없이 법사위·운영위·과방위 등 핵심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본회의를 강행해 심의 표결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다. 21대 국회 권한쟁의 심판 선례를 비추어봤을 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원 구성 협상을 위해 당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내놓은 고육책으로 보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지난 6월 5일 우 의장과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의사일정 합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국회의장 및 부의장 선출에 이어 상임위원장 선거를 강행했고, 이어 상임위원까지 인위적으로 강제 배정했다"며 "국민과 헌법이 부여한 국민대표권, 국회의장 및 부의장 선출 절차에 대한 참여권, 상임위원장 및 위원 선임 절차에 대한 참여권에 이어 국회 안건에 대한 심의 표결권을 심대하게 침해함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우 의장의 권한 침해 확인과 각 행위의 무효 확인을 청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의결했다. 우 의장은 '상임위원장은 해당 상임위원 중에서 선출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들을 해당 11개 상임위에 배정했다. 이번 권한쟁의심판 청구인은 추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108명 전원으로, 피청구인은 우 의장과 백재현 국회 사무총장이다.
국민의힘은 자체 특위를 꾸려 활동하고 있지만, 당내 '무용론'이 지배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의 좌석이 비어있다. /배정한 기자 |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지난 21대 국회 전반기 당시인 2020년 7월 원 구성을 두고 민주당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이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국회 16개 상임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모두 가져간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권한쟁의 심판은 그로부터 3년 후인 2023년 9월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결정문에 따르면 △일부 의원들의 국회의원직 상실(윤희숙·곽상도 등) △주호영 전 원내대표의 청구인 적격 없음 △2022년 7월 22일 상임위 임기 종료로 인한 권한침해 상태 종료 등을 이유로 설명했다. 2021년 8월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을 11대 7로 결정하면서 여야 간 협의가 이뤄졌다.
권한쟁의 심판의 성격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당내에서는 '정치력의 부재'라는 비판도 나온다. 원 구성을 두고 여야 간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여당의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 원구성은 의회의 자율권에 속한 문제고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심판 대상이 아니다"라며 "모든 문제를 사법부로 끌고가는 것은 그만큼 정치력이 부재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권한쟁의 심판 카드는 그만큼 전략이 없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액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마땅한 출구 전략이 없는 데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22대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소수당이 돼버렸다. 지금 상황에서 상임위를 들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조차 민주당이 만들어주지 않고 있다"며 "권한쟁의심판이 결국에 실질적 효력이 없게 되더라도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실효성은 떨어지지만, 민주당의 행태를 역사적으로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