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임기 예외규정' 당헌 개정 마무리 단계…굳어지는 '이재명 연임'
입력: 2024.06.17 12:08 / 수정: 2024.06.17 12:08

민주, 중앙위 열고 투표 돌입…李 '맞춤형' 논란 여전
"사법리스크 방어 위해서라도…" 연임설 확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당원권 강화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 마무리 절차에 들어갔다. 원내 선거에도 권리당원 의사를 반영하는 데 이어 당대표 사퇴 시한에도 예외 규정을 두기로 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차기 전당대회 출마가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인 가운데 이런 당헌·당규 개정이 이 대표의 대권 가도와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1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4차 중앙위원회를 열고 당헌 개정의 건에 관한 투표에 돌입했다. 투표는 중앙위원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이날 오후 3시까지 진행된다.

당헌 개정안은 '당대표의 사퇴 시한 예외 규정 신설'을 핵심으로 한다. 현행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당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1년 전에 사퇴해야 하는데 '특별 또는 상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엔 당무위 의결로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기 전까지만 사퇴하면 된다.

당의 귀책 사유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공천하지 않는다거나 당직자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됐을 경우, 기소와 동시에 직무를 정지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당원권 강화를 위해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이나 원내대표 투표에도 권리당원 의사를 20% 반영한다는 당무 개정안의 경우 지난 12일 당무위원회에서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날 중앙위 투표에서 의결이 된다면 당원권 강화를 기치로 내건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 작업은 매듭을 짓는 셈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이재명 대표 '맞춤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여기는 상황이다. 차기 전당대회는 오는 8월 18일 열릴 예정이고, 당대표의 임기는 2년이다.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조항이 만들어지면서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026년 6월 열릴 지방선거에까지 당대표로 영향력을 행사한 뒤 2027년 3월 대선 출마가 가능해진다.

당 지도부는 대통령 궐위 같은 비상상황에 대비해 이같은 조치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나 사실상 이 대표의 대선 준비를 위해 당헌·당규가 개정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김동연 경기지사나 김영진 의원 등이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는 취지로 공개 우려를 표명하긴 했으나, 친명계가 당권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에서 이같은 소수의견으로 제동을 직접적으로 걸기란 어려웠다.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당대표 대안도 없지 않냐. 대세를 꺾을 수 있겠나. 그냥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전문가들도 이번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통한 이 대표의 연임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예측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대북송금 의혹으로 1심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이 연임 도전을 굳히게 된 결정타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법리스크를 온몸으로 부딪히는 상황에서 거대 야당의 대표직이 일종의 방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소수의 당내 반대 의견은 있지만, 총선 압승을 통해 연임은 탄력을 받은 상태다. 사법리스크 방어하는 데는 당대표를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또 당대표는 대선 직전에 대선 경선의 룰을 최종 정비하는 역할도 한다. 어느 때보다 당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연임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과거 체포동의안과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서 (이 대표 입장에서의) 이탈표가 나왔다"며 "당을 충분히 장악했음에도 자신의 당 장악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이 대표 중심의 당 권력구도 재편 가속화에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도층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 또 대북송금 사건까지 기소되면서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게 돼 사법리스크가 더 커졌다. 장기적으로 민주당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논란을 의식하듯 이 대표는 이날 중앙위원회에서 "이번 당헌 개정에 참으로 많은 의견이 있을 것이다. 대표자 몇몇 사람의 힘이 아닌, 현장에서 힘써온 민초들, 구성원들의 힘으로 이 국가의 발전과 민주당의 발전을 끌어냈다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를 두고 상당한 간극이 있는 것을 느낀다. 어느 쪽 입장도 일방적으로 옳고, 어느 쪽도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 다 타당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름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권력이 있는 사람, 권력이 작은 사람도 차별 없이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있는 힘을 모아야 한다. 차별 없이 닥닥 긁어서 있는 힘을 모아 거대한 벽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힘을 모으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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