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깔린 전당대회, 돌아오는 韓의 시간…소용돌이 빠진 與
입력: 2024.06.14 00:00 / 수정: 2024.06.14 00:00

국힘 대표 선출에 민심 20% 반영, 몸푸는 당권주자들
韓 내주 당 대표 출마 전망…산적한 韓의 과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당권주자들의 견제가 노골적여졌다. 한 전 위원장이 지난 3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당권주자들의 견제가 노골적여졌다. 한 전 위원장이 지난 3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국민의힘이 내달 열린 전당대회 룰을 확정하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당권주자들의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대룰과 지도체제 등 한 전 위원장에게 유리한 전당대회 판이 깔리면서, 당 안팎으로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13일 국민의힘이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규정(룰)을 '당원투표 80%, 여론조사 20%' 반영하는 안을 결정하면서, 당권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김민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전당대회 때 당원 100%를 반영했다가 이번에 크게 움직이면 제도의 안정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선거에서 패배하고 개혁에 몸부림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인데, 마치 당원 반영 비율이 높은 것이 문제인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국민의힘이 한 명의 대표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원톱' 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에 유리한 판이 깔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원내외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하는 등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몸풀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정성국 의원은 이날 "이제 곧 한동훈의 시간이 올 것 같다"며 "(출마 여부에 대한 시점이) 다음 주를 넘기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한 전 위원장의 당대표 출마 촉구 서명운동을 받기 위해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한 전 위원장의 당대표 출마 촉구 서명운동을 받기 위해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그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어대한' 분위기 속 전당대회 흥행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에 유력 당권 주자들이 출마를 머뭇거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당대회 입후보군을 넓히기 위해 기탁금 하향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당 대표 9000만 원, 최고위원 4000만 원인 기탁금을 받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전대룰이 8대2든, 7대3이든 당원들의 지지가 견고하기 때문에 한 전 위원장이 나오면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라며 "전당대회 흥행 요인이 따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봤다.

한 전 위원장 출마로 인해 당권주자들의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윤상현·나경원·안철수 의원과 초선인 김재섭 의원 그리고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 전 위원장의 총선 패배 책임론을 파고 들며, 실패한 패장이 나서는 건 안 된다는 입장으로 견제하고 있다. 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장의 중심이 국회인 만큼 원외 대표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윤 의원은 같은날 페이스북에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그러면 뭐 하러 사퇴했느냐"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도 변하지 않더니 총선에서 괴멸적 패배를 당하고도 정신 차리지 못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 위원장으로서도 그에게 남은 과제가 만만치 않다. 만약 한 전 위원장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선된다면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3∼4달 만에 다시 대표직에 복귀하는 셈이다. 참패 이후 당에 마땅한 쇄신 행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 속에서 총선 패장의 복귀가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전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관계 정립 역시 변수다. 한 전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이 적극 협력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게 건강한 정치'라고 측근들에게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무엇보다 대통령과의 관계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관계는 지금부터 '쇼윈도' 관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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