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회담 '초읽기'…무기 거래 시 '북핵 기술' 고도화 우려
입력: 2024.06.13 10:00 / 수정: 2024.06.13 10:00

이르면 다음 주 초, 푸틴 방북 예정
러, 우크라 전쟁 무기 부족 상황 직면
추가 거래 성사? 北 보상 요구 커질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주 초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시절 이후 24년 만이다.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주 초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시절 이후 24년 만이다. /AP.뉴시스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주 초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군사·경제·정치·외교 등 전 분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겪고 있는 무기 부족 문제를 북한과의 거래로 해결한다면,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를 위한 기술을 러시아에 요청할 입지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일본 NHK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다음 주 초로 조율되고 있다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베도모스티의 '푸틴 대통령은 이르면 6월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고, 북한을 방문한 직후에 갈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에 비해 시점이 보다 선명해진 셈이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첫 북러정상회담은 지난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뤄졌다. 두 번째 회담이 4년 5개월 만인 지난해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점을 미뤄보면, 세 번째 정상회담까지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양국은 이번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군사적 교류를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북한에 추가로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북한은 보유하고 있는 무기들은 러시아 '수출용'이 아닌 '대남(對南)용'이라고 밝혔지만 양국 간 무기 거래 정황은 일찍이 포착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북한이 러시아에 1000개 이상 군수물품을 실은 컨테이너를 제공했다며 관련된 위성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4월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우크라이나 내에서 발견된 미사일 잔해가 북한산 탄도미사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 국방공업기업소의 생산활동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 제2경제위원회는 북한의 군수경제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국방공업기업소는 북한이 새로 밝힌 군수품 제조공장이다. /뉴시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 국방공업기업소의 생산활동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 제2경제위원회는 북한의 군수경제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국방공업기업소는 북한이 새로 밝힌 군수품 제조공장이다. /뉴시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무기 거래가 추가로 이뤄진다면 북한으로서는 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핵 관련 기술을 요구할 입지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하고, 러시아는 전문가 패널을 없애주는 선물을 북한에 줬지만, 사실 북한이 원하는 건 핵 관련 기술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제재 위반 의혹을 조사했던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안은 지난 3월 28일 안보리에서 표결됐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된 바 있다.

박 교수는 "현재 (북한이 받은 것으로) 알려진 건 위성 관련 수준이기에 김정은 위원장은 '플러스알파'를 원할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김정은 위원장에겐 하나의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러 양국은 군사적 협력 외에도 정치, 외교, 경제 등 전 분야에 걸쳐 협력 수준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까지 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리충길 북한 과학기술위원장은 대표단을 이끌고 러시아에 방문했고, 같은 달 24일에는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연방평의회(상원) 대표단이 북한 최고인민회의의 간부들과 만나 의회 차원의 교류 등을 논의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더팩트>에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방문에 대한 일종의 답방 형식이 있다"면서도 "양국이 정치, 외교, 군사 안보, 경제 등 전방위적 협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미·중 갈등과 미·러 간의 불편한 관계, 특히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러 간 밀착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경제적 협력에 대해 나름대로 그 목적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나아간다면 한반도 문제에 있어 한미일 대 북러, 그 속에서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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