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vs 18:0 與 상임위 배분 놓고 강경파 실리파 갈렸다
與 15개 자체 특위 활동으로 상임위 거부, 거부권 카드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결연하고 강하게 맞서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지금으로서는 출구전략 같은 건 있을 수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를 주겠느냐. 안 주지만 국민들에게 민주당 독주 메시지가 먹힌다."
더불어민주당이 18개 상임위 독식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당 내 강경 대여 투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핵심 상임위로 꼽히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받지 못할 경우 상임위를 모두 다 주고 국회 보이콧에 나서겠다는 기류다. 반면 민주당은 곧바로 상임위 가동 절차를 밟고, 13일까지 국민의힘이 남은 7석 상임위를 가져가지 않을 경우 전체 상임위 독식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여당 내 출구 전략이 전무한 가운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카드로 강대강 맞불을 놓겠다는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11일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에 대응할 방안을 논의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우리가 결연하고 강하게 맞서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상임위 배분에 대한 전권을 위임 받고, 매일 의총을 열어 조만간 원구성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행위를 '입법 독주'라고 규정하고, 전날 본회의를 강행한 우원식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의결해 의안과에 제출했다.
반면 민주당은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강행한 지 하루 만에 곧바로 상임위를 가동했다. 오는 13일까지 국민의힘이 상임위를 받지 않을 경우,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선출까지 단독으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상임위 출석을 거부할 경우, 각 정부 부처에 업무보고를 요구하고 불응시에는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대로면 기존에 당론으로 정했던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같은 쟁점 법안을 6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강행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이날 과방위는 야당 간사 선임의 건을 채택한 후 산회를 선포했다. /남윤호 기자 |
이 때문에 여당 내부에서는 남은 7개라도 받아야 한다는 실리파와 18개를 모두 내어주고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는 강경론이 맞선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이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둔 상임위는 7곳(정무위·기획재정위·외교통일위·국방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정보위·여성가족위)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대북 송금 이슈가 있지 않느냐. 지금 상임위 중에서 제일 중요한 상임위는 외통위로 볼 수 있다"며 "다 포기할 게 아니라, 남아있는 상임위에서 제대로 된 이슈 파이팅을 해주면, 그게 오히려 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의총에서는 18개 상임위를 모두 내어주고 민주당이 책임지게 해야한다는 강경론이 더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야당의 상임위 회의를 비롯한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거나, 모든 법안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를 건의하자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여당이 법사위 하나라도 받으려고 하는데, 민주당은 절대 주지 않을 거다"라며 "지금 출구 전략을 짤 때가 아니라 국민에게 호소할 때"라고 말했다.
일단 국민의힘은 상임위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당 정책위원회 산하 15개 특별위원회로 상임위 활동을 대체하기로 했다. 상임위를 보이콧하고 특위에서 당정협의로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이 공세를 펼치고 있는 '일 안하는 여당' 이미지를 탈피하고, 민주당의 정책에 맞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에너지특별위원회를 시작으로 12일 노동·외교안보·재난·교육특위까지 15개 위원회를 줄이어 가동한다.
문제는 이대로면 지난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도 '거부권 정국'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당 내 뚜렷한 출구 전략이 보이지 않자, 거부권 행사 건의로 민주당에 맞불을 놓겠다는 강경론이 더 거세지고 있어서다. '야당 주도 법 통과→대통령 거부권 행사→국회 재표결'의 평행선이 계속되면서 여야 간 강대강 대치만 격화되는 셈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카드는 거부권"이라며 "야당에서는 14건 거부권으로 정쟁화하는데, 미국은 이미 200건 이상의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거부권 정국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