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균형·박스권 갇힌 尹…국힘, 22대 국회 초반부터 험로
입력: 2024.06.11 00:00 / 수정: 2024.06.11 00:00

與, 법사위·운영위 확보 실패…野 강공에 무력화
尹 지지율 정체 현상 장기화…당 안팎 고충 가중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 앞에서 열린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 강행 시도 규탄 연좌시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 앞에서 열린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 강행 시도 규탄' 연좌시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이 의회 권력을 잡은 거대 야당의 벽에 가로막혔다. 관례를 앞세워 요구해온 핵심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모두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그동안 평행선을 달려온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부터 본회의 단독 표결까지 국회 운영의 주도권 다툼에서 야당에 밀리는 모습이다. 이에 더해 빨간불이 들어온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마저 박스권에 갇히면서 여당은 22대 국회 초반 이중고를 겪고 있다.

171석의 원내 1당인 민주당을 비롯해 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 등 야권이 10일 밤 본회의를 열어 민주당 몫으로 정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법사위 정청래 △운영위 박찬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최민희 △행정안전위 신정훈 △문화체육관광위 전재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어기구 △교육위 김영호 △보건복지위 박주민 △환경노동위 안호영 △국토교통위 맹성규 △예산결산특별위 박정 의원이 당선됐다.

국민의힘은 일방적인 원 구성과 본회의 의사 일정에 반발해 표결하지 않았다. 본회의에 앞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막판 원 구성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타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국민의힘은 국회법에 따라 원 구성 시한을 준수해야 한다며 속전속결로 표결을 마친 민주당을 저지하지 못했다. 여당으로서는 원 구성 협상의 최대 쟁점인 운영·법사위원장을 내주는 최악의 결과가 현실화됐다.

추 원내대표는 막판 협상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고심 끝에 법사위를 여당에 준다면 운영위와 과방위를 포기하겠다고 협상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이 단칼에 거절했다"며 "협상안을 제안했음에도 민주당은 초지일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 법사위·운영위·과방위를 강탈하겠다는 주장을 견지해 협상이 완전히 결렬됐다.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 의장을 향해서도 "일관되게 민주당 편을 들어 심심한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국회 들어 의장단에 이어 상임위원장까지 번번이 야당의 강공에 무력화하는 여당이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과반이 넘는 의석을 가진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협상력과 관계없이 어쩔 도리가 없다"며 "의회민주주의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데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섭단체 간 합의 없이 모든 걸 입맛대로 해결해버리는 야당이다. 앞으로도 우리와 협치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 아니겠나. 이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원내교섭단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막판 원 구성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사진은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이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22대 국회 원구성 관련 논의를 위해 추경호(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박찬대(왼쪽 네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논의 전 기념촬영하는 모습. /뉴시스
원내교섭단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막판 원 구성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사진은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이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22대 국회 원구성 관련 논의를 위해 추경호(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박찬대(왼쪽 네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논의 전 기념촬영하는 모습. /뉴시스

민주당이 관례대로 의장을 배출하고 운영·법사위원장을 모두 가져가면서 의회 균형이 쏠리게 됐고, 지나친 일방 독주라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역설적으로 국민의힘은 실속을 잃었다. 법사위는 소관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안에 대해 본회의 상정 전 반드시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야 하는 알짜배기 상임위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뒀다. 따라서 여당으로서는 불가피하게 쟁점 법안 저지와 용산에 대한 방어에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의 지지율 정체 현상이 길어지는 점도 여당의 고심을 깊게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동해안 유전 가능성을 발표하고 최근 북한의 오물풍선에 대한 맞대응 차원의 대북 확성기 재가동 등으로 접경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날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순방에 나선 윤 대통령이 어떤 성과를 올리냐가 변수로 꼽힌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3일부터 나흘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003명을 대상으로 한 자동응답 조사 결과(응답률 2.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1.5%, '부정 평가'는 65.1%로 나타났다. 총선 이후 9주 연속 30%대 초반대다. 특히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70대 이상에서 지난주보다 3.8%포인트 떨어졌고, 보수층에서도 2.5%포인트 하락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국회를 장악한 야당이 채 상병·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를 벼르고 있는 데다 물가 상승과 민생 경제의 어려움으로 정부에 부정적인 여러 사안이 복합적으로 누적돼 있다.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 대통령이 포스트 총선 이후 첫 세일즈 외교와 국정의 전력투구로 국정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여러모로 당 안팎의 고충이 가중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민생현안특위, 의료개혁특위 등 특위 활동을 중심으로 당면한 현안 해법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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