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 중 중폭 개각 전망
'보수층 결집' 겨냥 인선 주목
'안보' 이슈 빼앗기며 지지층 이탈 심화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중 중폭 개각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첫 국정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22대 총선 이후 두 달째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국정운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맞물려 '안보' 의제를 야권에 넘겨주면서 전통 지지층까지 등을 돌린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말 중폭 개각을 단행해 반등을 꾀할 전망이다. 참신한 인사와 함께 보수층을 결집할 수 있는 섬세한 메시지 관리와 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6개 안팎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구상 중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정부 출범 후 2년간 장관직을 맡은 분들이 있고, 각 부처 분위기도 바꿔 더욱 소통하고 민생에 다가가기 위해서"라며 개각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후 대통령실은 새 인물을 찾는 스크린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적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초부터 함께한 원년 멤버의 교체가 전망된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이주호(교육부), 조규홍(보건복지부), 이종호(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정식(고용노동부), 한화진(환경부) 장관 등이다.
일부 부처 차관도 교체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맡았던 '친윤(친윤석열)계' 이용 전 의원이 장미란 2차관 후임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 박민수 2치관 등 2년 가까이 일한 '장수 차관'들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사청문회 부담으로 장관 교체 폭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개각은 지지층 이탈 국면에서 전환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지난 4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
한덕수 국무총리는 당분간 유임되는 기류다. 국무총리는 국회 인준을 얻어야 해 야권 동의가 필수적이다. 지난 4·10 총선 패배 직후 야권 인사까지 넓게 후보군을 물색했지만 여의치 않자, 적합한 인물을 찾기 위해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각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국면을 전환할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를 이어가며 20~30% 초반에 머물러 있다. 윤 대통령을 굳건히 뒷받침해 온 TK(대구·경북)와 60대 이상, 보수층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총선 이후 '인적 쇄신'을 준비하면서 야권 인사 기용설이 흘러나왔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추진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불편한 인사는 비서실장 인선에서 빼겠다'는 대통령의 발언 등이 수면 위로 떠오면서 보수층이 등 돌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여기에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대통령실 관여 정황이 짙어지면서 지난 대선에서 핵심 지지 기반이였던 2030 남성층이 떠난 점도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
낮은 지지율은 남은 임기 3년 국정운영 동력 상실로 이어지면서 조기 레임덕을 초래할 수 있어 대통령실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참신한 인물을 내세운 개각 카드는 보수층 결집을 노릴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지지율 반등을 위해선 근본적으로 메시지와 행보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제69회 현충일을 맞아 국가유공자 의료서비스 개선과 재활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보수층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최근 군기훈련 도중 사망한 육군 훈련병 영결식 날 여당 의원 워크숍에서 술을 돌렸다. 정부·여당은 지난 2일에서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군 안전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며 수습에 나섰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최근 대통령 지지율의 문제는 보수층에서 이탈이 심하다는 것"이라며 "보수층에게도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통령 지지율이 굉장히 심각한데 (대통령실은)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당의 원심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결국은 인사와 메시지가 중요하다. 감동을 주는 신선함이 필요하고, 행보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지난 육군 훈련병 순직 때 여당 워크숍에 갈 게 아니라 영결식에 갔어야 했다"면서 일관되고 세심한 행보와 메시지 전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