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특검법 거부 명분 약해질 우려
尹대통령 수백억 원대 예비비 해명도 걸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 5일(현지시간)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면담장으로 향하는 모습. 여당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이 연일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에 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정숙 여사에 대한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야당을 압박하는 정공법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당 일각에선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특검법과 맞물려 오히려 위기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8년 11월 대통령 배우자 자격으로 김정숙 여사가 인도를 단독 방문한 것을 두고 '호화 혈세 외유'라는 게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의혹의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인도 측에 김정숙 여사의 초청을 요청했다는 셀프 초청 △기존 예산의 15배가 넘는 소요 예산 △6000만 원대 기내식 등을 거론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외유성 외교에 대한 특검법까지 발의했다.
국가기록물 훼손과 무단 방출 의혹도 제기됐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정숙 여사가 2018년 7월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인도를 방문했을 당시 인도 대통령 부인으로부터 받았던 인도 전통 의상을 조각 내 블라우스로 만들어 입고 다녔고, 이는 대통령 기록물 무단 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문제의 블라우스는 현재 대통령 기록관에 보관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무단 반출 의혹도 주장했다.
김정숙 여사가 법적 조치에 나서기로 한 데 이어 문 전 대통령도 직접 반박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순방 시 제공되는 전용기 기내식은 일반 여객기 기내식과 비용의 차이는 있어도 구성은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초호화 기내식이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셀프 초청' 의혹에 대해서도 인도 측에서 대통령 방문을 희망했지만 갈 수 있는 형편이 못 됐고 결국 배우자를 설득해 보내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정숙 특검법을 당 차원에서 논의할지 여부를 두고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당 차원에서 김정숙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추진한다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반대 명분이 약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남용희 기자 |
당 차원의 '김정숙 특검법' 추진에 신중한 분위기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러 의혹이 증폭되는 게 사실이지만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의 반박 글에 대한 논평에서 "선후관계가 잘못되고 사실관계가 잘못되었다면 차라리 당당하게 감사, 조사 등을 통해 엄정하게 진상을 소상히 밝힐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낫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자가당착을 경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김정숙 여사의 특검법을 당 차원에서 추진한다면 야당의 특검법 공세를 반대할 명분이 약해지면서 방어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검찰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고속도로 특혜,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에 대해 소환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미진한 검찰 수사'를 특검법 명분으로 내세워왔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윤 의원이 김정숙 여사의 의혹과 관련해 생각하는 점과 국민적 관심이 높고 수사·조사해 보자는 의견이 많다는 점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어떤 특검에 맞불을 놓는 형식으로 보일 수 있고 같은 논리로 특검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또 정부·여당이 먼저 특검을 꺼내놓는 것 자체가 국민의 시각에서 봤을 때 조금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예비비 문제도 껄끄러운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순방 비용으로만 532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예비비로 썼다. 역대 최대 규모의 정상외교 예산 249억 원을 쓴 뒤 추가로 329억 원의 예비비를 편성해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부터 윤 대통령을 향해 순방 경비와 집무실 이전에 쓰인 496억 원을 왜 예비비에서 빼서 썼는지 해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도 YTN라디오에 출연해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에 소요된 예산을 문제 삼으려면 532억 원의 세부 내용부터 국회에 보고하고 진상을 규명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논란을 덮기 위해 국민의힘에서 결국 김정숙 여사에 대해 공세를 하는 방향으로 틀었지만 유효타는 아니라고 본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