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장서 '눈물'
이수진 전 의원 불참…장혜영 전 의원 복장도 눈길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대학 제자의 죽음에 대한 진실규명을 거부한 대통령이 보낸 축하난을 제가 어떻게 받겠느냐"고 말했다. /김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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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채해병 부모님 생각하면"…윤 대통령 축하난(蘭) 거부한 野 의원들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축하난 수령을 거부한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있다며?
-맞아. 지난달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혁신당 일부 의원들의 '난 시위'가 눈에 띄었어. 혁신당은 각종 특검법 발의로 대여 강경투쟁을 이어가고 있잖아. 당 소속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축하난을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으로 되돌려주는 모양새야.
-그래도 축하한다고 보낸 난인데. 어떤 이유로 거부했어?
-강경숙 의원은 의원실 밖에 내놓은 난에 '채해병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실규명을 방해한 당신의 난을 거부합니다'라는 팻말을 꽂았어. 채해병은 원광대학교 학생이었고 강 의원 역시 원광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 출신이라는 인연이 있지. 강 의원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채해병과 그 부모님을 생각하면 받을 수가 없다"며 "대학 제자의 죽음에 대한 진실규명을 거부한 대통령이 보낸 축하난을 제가 어떻게 받겠느냐"고 말했어.
-김준형 의원도 '버립니다' 쪽지를 붙여 난을 문밖에 내놨어. 김 의원의 거부 이유는 대통령의 '불통'이야. 김 의원은 SNS에 "난은 죄가 없지만 대통령의 불통은 죄"라며 "민생을 챙기고 야당과 협치할 준비가 되셨을 때 다시 보내주시면 기꺼이 받겠다"고 썼어.
-잘 키워서 돌려준다는 의원도 있었다는데?
-박은정 의원은 SNS를 통해 "난은 죄가 없다"며 "잘 키워서 윤 대통령이 물러날 때 축하난으로 대통령실에 돌려드리겠다"고 말했어. 박 의원은 "향후 제출할 법안들과 직무관련의 밀접성, 이해충돌 등이 있으니 이런 선물은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했어.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보낸 축하난에 물을 주는 사진을 공개했다. /천 원내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
-'난 거부 챌린지'로 번지는 모습이야. 진보당 등 일부 다른 야당 의원들도 난을 버렸다는 사진을 공개하더라고. 여러 의원들이 말한 대로 '죄 없는' 난들만 수난을 겪고 있네. 그러나 이렇게라도 민심을 전달하려는 의원들의 이유도 이해가 되는 건 사실이야. 축하난을 축하 메시지 그대로 받을 수 있는 여야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면 참 좋을 텐데. 22대 국회 시작부터 여야의 강경 대치가 예고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야.
-반대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보낸 난에 물을 주는 사진을 공개했어. 그러면서 "대통령님의 지지율도 쑥쑥 오르기를 바란다"고 밝혔어. 또 "(당선을) 축하해주셔서 감사하고, 야당과의 적극적인 협치 부탁드린다"고 했어. 하필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21%)를 기록했다는 한국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가 나와 비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어. 하지만 천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진심"이라며 이런 해석을 일축하더라고.
전세사기특별법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다. 사진은 지난달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표결 결과를 기다리는 모습. /배정한 기자 |
◆채해병 특검 부결되자 눈물 터진 전세 사기 피해자들…왜?
-지난달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재석 의원 294명 가운데 찬성 179명, 반대 111명, 무효 4명으로 부결됐지?
-맞아. 무기명 수기 투표라 결과가 나오기까지 30분가량 걸렸는데, 본회의장에서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였어.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티셔츠를 입은 해병대 예비역들은 본회의장 방청석에 앉아 숨죽인 채 결과를 기다렸어. 이들은 본회의 시작 전 국민의힘 의원들을 찾아가 특검법 찬성을 거듭 호소했거든. 부결되자 예비역들 사이에서 한숨과 고성이 터져 나왔지. "당신의 아들이 죽었다고 해도 이렇게 하겠느냐", "특검을 거부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권에 참수 작전을 할 것을 선포한다" 등 과격한 표현들이 이어졌어. 한 예비역은 "너희가 인간이냐"라고 격노하며 눈물을 흘리더라.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 재의결이 부결되자 퇴장하는 국회의원들에게 항의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예비역 해병들 옆에 있던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눈물을 흘렸다던데.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10명가량 앉아 있었거든.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은 채상병 특검법 표결 바로 다음 차례였는데, 잠시 정회 시간을 가질 당시였어. 한 피해자 여성이 "우린 어떡하느냐"라며 펑펑 우는데, 옆에서 한 남성이 "기다려 보자, 우린 될 거야"라고 하더라고. 범야권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할 수는 있어도 다시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에 똑같이 폐기될 수 있잖아. 바로 앞에서 벌어진 무산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렸던 거야. 슬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하잖아.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채로 진행된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이 통과됐지만, 다음 날 대통령은 곧바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어.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행사한 거부권만 14번째야. 피해자들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앞두고 용산에서 "제발 살려달라"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소용없었어. 21대 국회가 막을 내리면서 이 법안은 그대로 폐기됐네.
-범야권이 22대 국회에서 채상병특검법을 비롯해 윤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들을 다시 재추진한다지.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지난달 30일 당론 채택 1호 법안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했어. 전세사기특별법도 마찬가지. 엄태영 의원(수원 무) 등 전세 사기가 터진 지역구 의원들이 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지. 범야권은 22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8명만 이탈해도 가결되기 때문에 더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야. 전세사기특별법은 '구제 후 회수'를 골자로 해. 정부 측은 법이 통과되면 주택도시기금에서 1조 원가량이 투입돼서 엄청난 재정 손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통과되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야. 여야 간 입장차가 큰 가운데,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전세사기 피해자 수는 1만7000명이 넘었고 그중에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이 벌써 8명이나 돼. 참 안타깝고 속상한 현실이지.
지난달 28일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이수진 전 의원이 불참했다. 윤관석 전 무소속 의원이 구속 수감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유일한 불참자인 셈이다. /이덕인 기자 |
◆최악 국회 오명… 21대 국회 막바지 이모저모
-최악의 국회라고 평가받는 21대 국회가 지난달 29일 폐원했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 국회 마지막 풍경은 어땠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당시 공천 배제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했던 이수진 당시 무소속 의원(서울 동작을)이 불참했어.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일한 불참이었던 셈이지. 이 전 의원의 페이스북에 비판 댓글과 응원하는 댓글이 뒤섞여 있더라고. 궁금해서 다른 SNS도 찾아봤어. 이 전 의원의 블로그에 게시물들이 없어졌어. 다른 SNS에 올라온 최근 의정보고서는 지난 1월 이후 없더라.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제76주년 국회개원기념식에 참석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장 전 의원의 옷차림이 눈길을 끈다. /신진환 기자 |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제76주년 국회개원기념식에서도 눈길을 끄는 의원이 있었어. 바로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주인공이야. 김진표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 의정대상을 받는 여야 의원들은 정장 차림이었거든. 유일하게 장 전 의원만 정장으로 보이는 재킷과 청바지 차림이었어. 특히 노란색 운동화와 에코백이 시선을 끌더라고. 현장에서 봤을 때 편할 것 같아 좋아 보였어. 물론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시각도 있겠지만. 옷차림이 어떻든 이번 국회는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국회였으면 좋겠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