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더 나은 국회<중>] 이번엔 숙제 풀까…'골든타임' 맞은 22대 국회
입력: 2024.05.29 00:00 / 수정: 2024.05.29 00:00

기후위기·저출생·연금개혁 논의 전망
21대, 특위 만들었지만 성과는 '글쎄'
대책 시급성에도 22대 '극한대치' 예고


30일 22대 국회가 개원한다. 극심한 정쟁 속에 마무리된 21대 국회는 22대 국회에 많은 과제를 떠넘겼다. 여야가 시급성에 공감하는 의제로 기후위기와 저출생, 연금개혁이 꼽을 수 있다. /더팩트 DB
30일 22대 국회가 개원한다. 극심한 정쟁 속에 마무리된 21대 국회는 22대 국회에 많은 과제를 떠넘겼다. 여야가 시급성에 공감하는 의제로 기후위기와 저출생, 연금개혁이 꼽을 수 있다. /더팩트 DB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21대 국회가 폐원을 앞두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여대야소,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도 여소야대 국면 속에 거대 양당의 지속적인 정쟁으로 얼룩졌다. 임기 끝까지 국민을 실망시켰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22대 국회는 타협과 양보의 정신에 입각하는 새로운 국회상을 보여줘야 할 때다. 새출발하는 국회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지난 국회의 부끄러운 현실을 되짚어 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조성은·조채원 기자] 22대 국회의 주요 의제는 '저출생', '기후위기', '연금개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가 4·10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공통 공약이자 21대 국회에서도 꾸준히 논의해 온 사안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공감대에 비해 입법부의 정책 실현은 더디기만 하다. 22대 국회는 21대가 남긴 숙제를 풀 수 있을까.

203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임기 2024~2028년인 22대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해 4.14 기후 정의파업 조직위원회 활동가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주변에서 집회를 열고 탄소중립 기본계획 폐기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더팩트 DB
203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임기 2024~2028년인 22대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해 4.14 기후 정의파업 조직위원회 활동가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주변에서 집회를 열고 탄소중립 기본계획 폐기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더팩트 DB

◆ 21대 국회의 '방 안의 코끼리', 기후위기·저출생·연금개혁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4·10 총선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저출생과 기후위기 대응이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다. 기후위기 공약으로 국민의힘은 대응 재원 확대와 생활 속 탄소감축 실천을, 더불어민주당은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 등을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부총리급 부처 '인구부' 신설을, 민주당은 결혼-출생-양육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구조 실현을 들었다.

저출생과 기후위기 대응은 21대 국회에서도 비중 있게 논의돼 온 사안이다. 21대 국회는 기후위기특별위원회(기후특위)를 신설해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다. 소정의 성과도 있었다.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해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했다. 그러나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추가 입법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15일 기후운동단체 플랜1.5가 발간한 보고서 <22대 국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입법과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된 기후위기 대응 관련 법안은 296개에 달했다. 이 중 용혜인(기본소득당)·기동민(더불어민주당)·장혜영(녹색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탄소세법의 경우 시행된다면 2026~2030년까지 약 3억3000만 이산화탄소톤(tCO2)을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저출생 문제도 마찬가지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0.72명.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했지만 21대 국회 움직임은 더뎠다. 지난 3월 1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임신·출산·육아·가족 돌봄과 관련한 '모부성보호제도 법안 처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저출생 관련 남녀고용평등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 개정안 220개 중 단 7건(3.2%)만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됐다. 대안 반영 폐기 21건을 합쳐도 28건(12.7%)에 불과하다. 특히 2023년에는 단 1건도 처리되지 않았다. 2022년 12월에야 만들어진 인구위기특위는 총 4차례 회의를 끝으로 활동을 마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발표했다. 국회에서는 정부조직법 개편 등 후속 조치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발표했다. 국회에서는 정부조직법 개편 등 후속 조치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대표적인 저출생 대응 법안으로 꼽히는 '모성보호3법' 역시 임기 만료로 폐기 수순이다. 육아휴직 기간과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대상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배우자 출산급여 지급 기간을 늘리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여성 근로자의 단축근무 기간을 늘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이다.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은 정부 예산까지 확보했지만 끝내 정쟁에 빠진 국회에 외면당했다.

21대 국회 막바지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연금개혁은 22대 정기 국회 최우선 논의 대상으로 예고돼 있다. 연금개혁은 윤석열 정부 초창기부터 '3대 개혁(교육, 노동, 연금)'의 일환으로 중점 추진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이에 말맞춰 2022년 10월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의지를 드러냈다. 여야는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 인상' 모수개혁안에선 의견 격차를 좁혔지만 구조개혁 병행 여부에서 합의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연금개혁을 21대에서 '졸속' 처리하기보다는 22대 첫 정기국회에서 구조개혁(국민연금과 여러 직역 연금 조합으로 노후 소득 보장 구조 재설계 등)과 모수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을 함께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22대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체와 연금개혁 특위를 꾸려 차분히 논의를 이어가면 될 일"이란 것이다.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21대에서 어렵사리 합의를 이룬 모수개혁은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모수개혁 합의만으로도 재정계산부터 공론화까지 2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22대 국회에선 '원점 재논의'해야 하는 만큼 속도를 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21대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국민공론화위원회 등 숙의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22대 국회로 공을 넘겼다. 주호영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4월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21대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국민공론화위원회 등 숙의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22대 국회로 공을 넘겼다. 주호영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4월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22대 국회, 오래된 숙제 풀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까지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골든타임'이 될 2024년~2028년인 22대 국회에선 초당적 의제화 움직임도 보인다.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8개 정당 당선인들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에서 비상설기구였던 기후특위를 22대에서 상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새로운 국회의 가장 중요한 사명 중 하나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점에서 온전히 공감하고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만큼은 정쟁과 갈등이 아닌 소통과 협력으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입법부 정책 논의 과정에서 저출생에 대한 포괄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저출생은 일자리와 주거, 양육과 돌봄, 교육의 문제부터 노동환경, 성평등, 부의 대물림, 가족 다양성 등 여러 층위의 문제가 빚어낸 결과라는 점에서다.

<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의 저자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8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저출생 문제를 인구규모 관리 정책이 아닌 가족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가족정책이란 현금 등 물질적인 것도 포함되지만 주거, 성평등 등이 포함된 정책"이라며 "가족이라는 관계를 맺고 그 이후의 희망과 비전을 가질 수 있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회연구조정협의회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초저출산 장기 지속 시대의 인구위기 대응 방향' 보고서도 "사회 양극화가 결혼·출산 선택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고용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지 않은 저출산 대응의 한계는 분명하다"며 "고용안정성과 임금 모두의 빈익빈 부익부를 지양하기 위해 고용안정성 결여에 대해 임금 등 처우의 향상으로 보완하고, 사업규모별·학력별·성별 처우 격차를 줄이는 입법·정책을 마련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2대 국회에서도 극심한 정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제22대 국회 초선의원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장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 투표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배정한 기자
22대 국회에서도 극심한 정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제22대 국회 초선의원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장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 투표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배정한 기자

22대 국회는 연금개혁 및 개편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사회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시점이다.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2대 국회에서도 '특검 정국'등 여야의 극한 대립이 생산적 논의를 가로막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박상병 평론가는 통화에서 21대 국회 연금개혁 협상 불발 원인에 대해 "정부·여당이 연금개혁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합의가 정략적으로 비친 측면이 있다"며 "연금개혁 논의 주도권을 이 대표가 쥐려 하는 의도에 국민의힘이 장단을 맞춰줄 리 만무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모수개혁 합의도 완결짓지 못했는데 훨씬 더 복잡한 구조개혁 논의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여야가 협상 공간을 넓히고 연금개혁이 한 발짝씩이라도 나아가기 위한 여론 조성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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