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명 투표' 등 변수…정치권 후폭풍 불가피
野, 특검법 부결·폐기돼도 22대 국회서 재발의 방침
추경호(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나와 회동 결과를 말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또 한차례 여야 간 격돌이 예상된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재표결에 부쳐지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특검법 처리를 두고 긴장 수위가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재의결을 결사반대하는 여당은 '이탈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은 반드시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라는 점에서 어떠한 표결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치권에 후폭풍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만났으나 해병대원 특검법·연금개혁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본회의 의사일정과 안건을 합의하지 못했다. 야당은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채상병 특검법'을 재표결할 전망이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 22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여야 합의가 안 되더라도 28일 본회의를 열어 채상병 특검법을 표결해 최종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 등에 관한 수사당국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속도감 있게 수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명명백백히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면서 "특검법은 그동안 여야 합의로 추진하고 상정해 왔던 것이 오랜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도 "공수처 등 수사 결과가 미흡하다면 먼저 특검하자고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특검법 부결을 위한 표 단속을 해온 국민의힘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내에서 김웅, 안철수, 유의동, 최재형 의원에 이어 김근태 의원도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특검법은 그 즉시 법률로서 확정되고 부결되면 폐기된다. 현재 기준 재적 의원 295명이 재의결에 참여했을 때 국민의힘에서 17표 이상 이탈표가 나온다면 특검법은 국회 문턱을 넘는다. 여당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이 28일 재표결에 부쳐진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어떤 표결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해병대원들이 '채 상방 특검법' 표결을 기다리는 모습. /배정한 기자 |
여당은 특검법이 재의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원내 관계자 <더팩트>와 통화에서 "(공개 찬성한) 일부 의원 외 이견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내일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 때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점과 국회를 떠나는 낙선·낙천자 58명 중 일부가 소신 투표할 수도 있다는 점이 최대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이 기대하는 부분이 이 대목이다. 이재명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을 향해 "헌법은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안보다 중요한 국익이 어디에 있겠나"라면서 "역사가 국민의힘 의원님들의 선택을 기억할 것이다. 용산이 아니라,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헌법과 양심에 따른 결단을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 통과를 위해 여당의 낙선·낙천 의원을 개별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설령 채상병 특검법이 마지막 본회의에서 부결된다더라도 무더기 이탈표가 나온다면 정부·여당의 고심이 깊어지는 유의미한 일로 여기고 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10석 이상 이탈이 있다면 22대 국회에서 정부·여당의 국정 동력이 상당 부분 정치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돼 폐기된다더라도 22대 국회에서 개원 1호 법안으로 재발의 할 계획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다음 국회에서 범야권의 의석수는 192석으로 늘어난다. 장외 투쟁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개혁신당도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고 있다. 108석에 불과한 여당에서 8표만 이탈하면 대통령의 거부권이 무력화된다. 22대 국회에서도 여야의 첨예한 대치 정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