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FTA 2단계 협상 개시…시진핑 방한 논의 없어
中·日과 각각 전략적 협력 채널 구축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한·중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양국은 고위급 경제,외교안보 대화 채널을 신설 또는 재가동하고 한중FTA 2단계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다. /뉴시스 |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를 하루 앞둔 26일 중국·일본과 정상급회담을 연달아 열었다. 중국에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며 역할론을 강조했다. 일본과는 북한의 핵무력 강화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자고 중국을 압박했다. 27일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두고 합의를 도출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8개월 만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는 6개월 만에 회담을 각각 가졌다.
이날 한중 정상회담에선 북한 문제 논의가 핵심이었다. 윤 대통령도 리 총리에게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 당면한 게 북한의 핵 위협이고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며 "북한이 핵개발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안보리 결의 지속적으로 위반하는 상황, 러시아와 군사협력 지속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역할을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다만 발언 수위는 한층 낮아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악화될수록 한미일 공조가 그만큼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서 성실하게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 문제가 한중 관계의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직접적으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이 '가치 연대'로 뭉치고 북중러도 결속하면서 한국과 중국은 서로 거리를 두고 있다. 지난해 9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계기에 시진핑 국가주석 예방했을 뿐,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현재까지 양국 정상 간 방한 또는 방중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 정상급 교환 방문 문제는 계속 협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회담을 통해 외교부와 국방부 당국간 2+2협의체인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신설하고 2021년 12월 중단했던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재가동하기로 한 점은 성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2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수소 및 자원 대화채널을 출범하기로 했다. '라인 사태'에 대해선 "불필요한 현안이 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 데 그쳤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한 뒤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뉴시스 |
일본과는 이날 회담에서 한미일 공조 강화를 재확인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북한이 핵무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는 데 우려를 공유하고, 한일·한미일 간 공조를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다양한 지역·글로벌 현안에 대해서도 긴밀히 소통하면서, 안보리 등 국제무대에서의 양국 간 공조를 한층 긴밀히 하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한일의 '역할론' 압박에 중국이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외교가에 따르면 27일 한국과 일본은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 초안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공통 목표'라는 문구와 함께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의 중요성을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앞서 8차례 회의에서도 대부분 북한 핵 문제를 공동선언에 담아왔다. 이에 대해 중국은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문제(북한, 한반도)에 대해 어느 정도 강도로 기술할 수 있을지 아직은 장담을 못하겠다"며 "오늘 밤까지도 계속 협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중, 한일은 각각 공급망 대응 등 경제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과는 '한·중 수출통제 대화체'와 '한중 공급망 협력‧조정 협의체' 등 공급망 채널을 신설, 또는 재개할 예정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도 개시한다. 대중 무역수지가 2022년 10월 적자로 돌아선 이후 적자 랠리가 지속된 가운데, 관세의 형평성 등 한·중 FTA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리 총리도 지난해 9월 윤 대통령과 만나 "개방성을 높이는 FTA를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후 '한중 FTA 공동위원회'에 장관급이 참여하면서 한중 FTA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이어왔다. 대통령실은 내년 한중 FTA 발효 10년차를 맞아 상품 교역 분야를 넘어 문화와 관광, 법률 등 서비스 분야까지 양국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협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과는 양국 부처 간에 다음 달 '한일 수소협력대화', '한일 자원협력대화'를 각각 신설해 수소 에너지와 핵심광물 공급망 위기 대응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다.
특히 이날 '네이버 라인 사태'도 의제로 올랐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라인야후의 이용자 정부 유출 사건이 터지자 '자본 관계 재검토' 등 대책을 마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에 야권은 라인야후 최대 주주인 네이버에 대한 '경영권 강탈'이라며 반발해왔다.
윤 대통령은 먼저 이 문제를 거론하며 "우리 정부는 이 현안을 한일 외교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양국 간에 불필요한 현안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 해보라는 요구 사항"이라며 향후 긴밀한 소통을 강조했다.
야권은 윤 대통령을 향해 회담에서 강한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라인 강탈 야욕 철회를 촉구하기는커녕 '한일 관계랑 별개사안, 잘 관리해야'한다며 관전평이나 내리고 있다"며 '굴종외교'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