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황운하 '악연'에도 이웃…당선인들 각자 의미 담은 호실 받아
로열층은 중진, 전직 대통령 배출한 방도 '명당'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사무처는 30일 전까지 사무실 배정을 모두 마무리할 예정이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악연이 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서로 옆방에 배정됐다. /더팩트DB |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 "내가 피할 이유가 있나." 악연이 이웃됐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사무처가 의원 사무실 배정에 나선 가운데, 악연으로 꼽혔던 두 의원이 이웃이 되면서 화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하명수사’ 사건으로 얽힌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의 이야기다. 김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550호, 황 원내대표는 중진의 서병수 의원이 이용했던 552호로 배정받았다.
이와 관련해 황 원내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일부러 김 의원의 옆 방으로 간 것이 아니다. 국회사무처에서 당대표 원내대표용으로 방을 4~5층에 두 개 배정했는데 그중에 552호는 국회 중앙에 위치해 중진들이 쓰는 방"이라며 "그 방을 쓰기 싫다고 하고 다른 방으로 가도 됐지만, 그걸 피하고 싶었던 생각도 없었다"고 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황 의원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고, 2심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지 않느냐"라며 "당시 사건으로 의원님께서 피해를 입으셨는데,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도의상으로 옳지 않다"며 불편한 기색을 토로했다.
울산경철창장 출신인 황 원내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 전 대통령의 친구였던 송철호 전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김 의원에 대한 비리를 수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황 원내대표는 지난해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김 의원은 23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공작'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3년 형의 실형을 선고받은 범죄자가 부끄러움도 모르는 것 같다"고 분노했다.
#작을 수록 뭉쳐야 산다...4~5층에 밀집된 군소정당
22대 국회에서 군소정당은 모두 5층으로 배정받았다. 12석을 차지한 조국혁신당은 4~5층을 쓴다. 조 대표는 4층에서 가장 좋은 방으로 꼽히는 401호로 배정 받았다. 신장식 조국혁신당은 당선인은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방이었던 510호를 사용한다. 3석을 얻은 개혁신당 당선인들 역시 5층에 모였다. 이준석 당선인은 530호, 천하람 당선인은 533호, 이주영 당선인은 538호를 이용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새로운미래 김종민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모두 5층을 쓴다. 천 당선인은 통화에서 "5층은 국회의사당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라며 "적극적인 대화와 협력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제22대 국회 초선의원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장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뒤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잔디광장이 보이는 '로얄층'엔 중진 의원들이 포진돼 있다./배정한 기자 |
# 전직 대통령을 따라...권칠승-유영하 각각 325호 620호
3선 고지에 오른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이번 국회에서도 의원회관 325호에 머무를 예정이다. 노무현 정부 출신인 권 의원에게 각별한 장소라 그렇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썼던 방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인 5월 23일을 거꾸로 하면 325다. 이와 관련해 권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 방이 층수도 낮고, 전망도 별로라 다들 선호하는 방은 아니지만 제게 아주 의미가 깊은 곳"이라며 "이번 국회에서도 이 곳에 머무를 것"이라고 했다.
유영하 국민의힘 당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썼던 의원회관 620호를 배정 받았다. 19대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방으로, 21대 국회에서는 지성호 의원이 사용했다. 유 당선인은 국정농단 재판 변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도운 복심 중 복심이다. 유 당선인은 "22대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에 힘 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312호에는 한민수 민주당 당선인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328호에는 최은석 국민의힘 당선인이 머무를 예정이다.
# '선 수'가 올라갈 수록 방이 더 좋아진다?
의원회관에도 소위 말하는 '명당'이 있다. 중앙 잔디광장과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6~9층이다. 실제로 이곳에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501호), 정성호 민주당 의원 646호, 윤호중 의원 648호 등 뼈대 굵직한 중진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재선에 성공한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315호에서 637호로 이사한다. 21대 국회에서 이용했던 신관은 45평 남짓이지만, 이사하는 구관이 5평 정도 더 넓기 때문. 이와 관련해 강 의원은 통화에서 "구관이 더 넓기 때문에 조금 더 여유 있게 쓸 수 있고, 분위기도 바꿀 겸 방을 이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동이 다소 불편해 기피 방으로 꼽히는 10층에는 고동진(1014호), 박정훈(1017호), 모경종(1023호), 김동아(1021호) 등 초선 당선인이 배정됐다. 반면 당권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당선인과 안철수 의원은 나란히 706호, 707호를 배정 받아 이웃이 됐다. 두 의원실 모두 전망이 좋고, 엘리베이터가 바로 앞에 있어 이동이 편한 명당 의원실로 꼽힌다.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초선 방에 있을 당시에는 의원실에 햇볕도 잘 안 들었다. 중진 방은 확실히 전망도 좋고 햇볕도 잘 든다"고 했다. 재선에 성공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초선 의원들은 당 사무처에서 자동 배정을 하지만, 재선 이상부터는 선수, 지도부 등을 고려해 희망지를 최대한 배려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