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실장 5수석'->'3실장 8수석' 체제로
저출생 전담 관련 부처·수석실 신설 추진
정책실장 주도 물가관리·국가산업전략 TF 출범
3기 대통령실이 '3실장 8수석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출범 2년 만에 대통령실 직제가 대폭 확대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참모진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는 모습. /뉴시스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집권 3년 차를 기점으로 대통령실이 '3실장 8수석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현 정부가 '대통령실 슬림화와 '책임장관제'를 공약으로 내걸며 출범했지만 약속은 물 건너간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5년 단임제 대통령제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향후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선 대통령과 참모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조만간 '3실장 8수석' 체제로 확대 개편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최근 저출생수석실 설치 준비를 지시한 것이다. 지난 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에서 저출생·고령화에 대응하는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 신설 계획을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저출생 문제 극복을 국가적 과제로 설정한 만큼 대통령실 내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초대 저출생 수석으로 육아 경험이 있는 '워킹맘'을 우선해 찾아볼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생 수석 신설까지 예고되면서 대통령실 몸집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가적 문제 해결에 효과적인 기능 중심의 슬림한 청와대로 개편하겠다"며 "대통령만이 감당할 수 있는 범부처적·범국가적 사안들을 집중 기획·조정·추진할 수 있는 전략적 조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2실장(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정무·홍보·경제·사회·시민사회)' 체제로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운영했던 정책실과 민정수석, 일자리·인사수석은 없앴다. 집권 초에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20개 중 5, 6개만 남기고 모두 통폐합하는 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우선 과제 추진 필요성 등에 따라 대통령실 규모는 커졌다. 정부 출범 3개월 만에 부처 간 정책 조정을 담당하는 '정책기획수석(국정기획수석)'을 신설해 '2실장 6수석'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정책실장직을 부활해 당시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신임 정책실장으로 승진 기용하고, 과학기술수석을 신설하면서 '3실장 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22대 총선 패배 후에는 '국정 쇄신하겠다'며 정부 출범 2년 만에 민정수석실을 부활했다. 여기에 저출생 수석실까지 하면 '3실장 8수석 체제'가 된다.
대통령실에 국정운영 역할과 기능이 집중되면서 부처의 자율성이 떨어지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
대통령실 몸집이 부풀어질수록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내각의 역할과 기능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최근 연달아 발표한 저출생 관련 부처와 수석실 설치다. 윤 대통령이 '저출산대응기획부'를 신설해 저출생 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맡긴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대통령실 전담 조직과 기능 및 업무가 중첩될 우려가 있어 자칫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관 부재로 사실상 부처 기능이 멈춘 여성가족부의 '식물화'가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통령실의 기능 강화 움직임은 더 있다. 대통령실 내에 '민생물가', '국가전략산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정책실장이 주도하는 범부처 지원체계를 가동해 민생 물가를 안정시키고 핵심 주력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한다는 차원이다. TF 간사는 각각 경제금융비서관, 산업비서관이 맡고, 경제 부처뿐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교육부 등 사회부처, 과학기술부처, 지방자치단체도 참여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총선 참패 이후 공직사회 기강을 다잡고, 부처에 대한 대통령실 장악력을 키우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있다. 대통령실 비대화는 윤 대통령이 공약했던 '분권형 책임장관제'와도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각 부처 장관에게 전권을 부여하되 결과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지도록 하는 '분권형 책임장관제'를 도입하겠다"고 한 바 있다.
대통령실의 규모 및 기능 비대화는 역대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부처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수석비서관 자리를 신설하거나 비서실 인력을 늘렸다. 최고 결정권자가 유연하게 국정 현안을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청와대가 정부 부처 업무를 일일이 컨트롤하면서 부처 자율성이 떨어지고 업무만 무거워지면서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부분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부처에 업무를 일방적으로 하달하는 관행이 굳어져 국정농단 사태의 발단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제 하에서 책임장관제 안착은 제도 여건상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향후 조직 운영에서 대통령, 참모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대통령이 책임장관제를 하려면 부처에 여러 가지(기능)를 넘겨주면 좋겠지만 대통령이 단임제다. 공무원들이 (지시해도) 안 움직일 수 있으니 정책 아젠다를 5년 안에 하려다 보니 (대통령실 규모를) 축소하려고 했다가 늘려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비서들은 대통령이 정책 결정을 올바르게 하도록 보좌하는 역할이다. 대통령실 비서를 통해 (내각과 소통하면) 책임 소재도 조금 모호해진다"라고 지적하면서 "대통령 비서실이 비대해질 경우 대통령이 이걸 통제하는지, 비서진이 중간 역할을 잘하느냐의 문제가 된다. 운영의 묘"라고 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조직 비대화가 핵심은 아니다. 일하기에 적당한 구조냐 아니냐, 그리고 일을 하기 위한 방향이 올바르게 설정됐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제 하에서 책임장관의 역할은 굉장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자율권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한 박 교수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또는 정책 전환을 위해서 필요할 때는 조직이 클 필요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지율이 떨어진 이후 조직을 만들어도 공무원이 안 움직이고 정치권이 안 밀어준다. 이미 동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조직을 크게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