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받는 韓 출마설에 친윤-친한 평행선
당권주자들 재빠른 기지개, 대권 도전시 당대표 사퇴 리스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등판설로 국민의힘 내부가 술렁이는 분위기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한동훈 당권 출마설'이 탄력을 받으면서, 한 전 위원장의 정치적 속내가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를 향한 친윤(친윤석열)계의 묘한 견제 속 친한(친한동훈)계 역시 출마설 힘을 싣고 있다. 한 전 위원장에게는 총선 패배 후유증으로 남은 친윤-비윤 갈등 수습과 당내 세력화 과제가 남았다. 다만 '당권·대권 분리 규정'은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등판에 고려할 변수로 꼽힌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등판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전 위원장 역시 이른바 '목격담 정치'에 더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서울 모처에서 만찬을 하는 등 외부 활동을 늘리는 모습이다. 친한계(친한동훈)계 역시 궤를 같이한다. 장동혁 의원은 16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 전 위원장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도, 잠시 멈추게 하는 것도, 또다시 나아가게 하는 것도 민심"이라며 "정치인은 민심이 부르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고, 민심이 부를 때 거부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비윤계 의원 역시 "출마하려고 시동거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대로면 출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전 위원장의 등판설에 따른 당내 묘한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그간 당내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출마를 두고 '총선 패배 책임자'로서 당권에 곧바로 나서선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였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오롯이 본인 선택에 달렸다"며 "왜 제3자가 나가지 말라고 압박하느냐"고 했다. 앞서 8일 한 위원장 출마설에 두고 "이번에 원내대표를 안 하겠다는 결심을 가진 근저에 선거 패배에 책임감이 있었다"라며 에둘러 압박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 흐름에 더해 한 전 위원장을 향한 지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040 모임인 첫목회의 이승환 당협위원장(서울 중랑을)은 지난 15일 무박으로 진행된 밤샘토론 이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선 지고 당 대표 됐다"며 "특정인을 두고 출마하라, 말라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는 본인의 결단과 의지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을 향한 당권주자들의 견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화환들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 앞 담벼락에 놓여있다./배정한 기자 |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 역시 활동 반경을 넓히며 세력화에 집중하고 있다. 나경원 당선인과 윤상현 의원은 지난 16일 나란히 세미나를 열고 각각 '저출산 정책'과 '당 쇄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전 위원장이 당권을 위한 시동을 걸자, 22대 국회 개원 전부터 재빠른 '몸풀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다른 당권주자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어느 정도 성찰의 시간을 가진 다음에 나오시는 게 맞다"며 "저라면 기다릴 것 같다"고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당권 도전을 디딤돌로 대권가도를 달릴 한 위원장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권·대권 분리 규정'이 한 전 위원장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당 대표가 대권에 도전하려면 대선(2027년 3월) 1년 6개월 전(2025년 9월)에 조기 사퇴해야 하는데, 임기를 또다시 채우지 못한다는 점이 그에게 정치적 리스크로 남을 수 있다. 당대표의 막강한 권한인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 역시 내려놔야 한다.
친윤계와 친한계를 동시에 포섭해야 할 과제도 남았다. 그의 복귀설로 친윤-비윤계의 평행선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친한계 국민의힘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어떤 결단을 하든 한 위원장이 감내해야 할 부분으로, 민심에 달린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으로서 정치적인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기간이 짧아서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당권도전은 친윤계와 친한계를 하나로 모아서 끌고 가는 정치적 능력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