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성과다"…기후특위, 성과 제로에 무용론도
입력: 2024.05.15 12:00 / 수정: 2024.05.15 12:00

기후특위 한계 드러내…활동은 여섯 차례 회의만
정치권 안팎서 "기후특위 상설화·권한 부여해야"


21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가시적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후특위 전체회의가 진행되는 모습. /뉴시스
21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가시적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후특위 전체회의가 진행되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기후특위) 상설화를 촉구한다."

지난 10일 국회 기자회견장. 더불어민주당 이소영·박지혜, 국민의힘 김용태·김소희, 조국혁신당 서왕진, 개혁신당 천하람, 진보당 윤종오, 기본소득당 용혜인, 사회민주당 한창민, 새로운미래 김종민 당선인이 "기후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22대 국회 임기 4년은 국민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엄중한 시간이라는 게 이들 생각이다.

기후특위 상설화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22대 총선 공약이기도 하다. 새 국회가 개원하면 교섭단체인 여야가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의제인데, 문제는 상설화한다고 해서 독자적인 권한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특위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들 역시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입법권과 예산심의권 등 실질적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조속히 협의해 개원 즉시 이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1대 국회 기후특위에서도 입법권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2월 첫 회의에서부터 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이 입법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두 의원은 지난해 8월 '기후특위 입법권 부여의 건' 결의안을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도 결의안에 서명했다. 하지만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심사조차 되지 않아 결의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을 비롯한 여야 당선인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상설화와 입법권·예산심의권 등 권한 부여를 촉구하고 있다. /국회=신진환 기자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을 비롯한 여야 당선인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상설화와 입법권·예산심의권 등 권한 부여를 촉구하고 있다. /국회=신진환 기자

이번 국회의 기후특위는 사실상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한다는 내용이 담긴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사후 심의한 것 외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공식 회의에서 나왔을 정도다. 한 야당 특위 위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탄소중립 실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대책과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2022년 12년 구성된 기후특위는 1년 동안 다섯 차례 회의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2월 첫 회의는 위원장과 간사 선임을 논의했고, 그해 4월과 5월 열렸던 2~3차 회의는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듣기 위한 회의였다. 4차 회의(5월)는 민간자문단 구성, 5차 회의(11월)는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심의가 이뤄진 회의였다. 기후에너지 신산업, 재생에너지 등 필요한 기반과 법률, 제도 정비에 관한 심층적인 논의는 부족했다.

여야는 지난해 11월 기후특위 활동 기간을 21대 국회 임기 만료일인 오는 29일까지로 한 차례 연장했지만, 그 이후 민간자문단 정책 제언을 보고받기 위한 회의가 딱 한 번 열렸다. 6차 회의를 끝으로 개점휴업 상태다. 온실가스 감축, 탄소 중립 실현 등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방안 논의가 계속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활동 기간을 연장한 게 무색해 보인다.

전 세계에서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더팩트 DB
전 세계에서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더팩트 DB

21대 국회의 기후특위에 대한 혹평이 이어진다. 심지어 무용론마저 나왔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이날 국회에서 <더팩트>와 만나 "기후특위가 만들어졌지만, 기능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보고를 받고 정보를 공유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기남 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 대표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실패한 게 결과적으로 성과라면 성과일 수 있겠다"고 꼬집었다. 다음 국회에서 21대 특위를 거울삼아 성과를 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유권자와 22대 기후국회, 연결과 확장' 심포지엄에 발제자로 참여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국회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특위에) 운영위원회급 선수(選數)와 원내대표단이 포함돼야 하며, 여기서 결정된 안건이 다른 상임위에 영향을 미치게 해야 한다. 쟁점조정권한, 독립적인 예산심의권한도 보장해야 한다. 국회 내 기후의제 전담 지원기구를 마련해 주기적으로 보고서를 내야 한다. 22대 국회가 권한과 책임을 갖고 실질적인 정책을 생산해낼 수 있어야 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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