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경제부총리 출신 추경호 선출…박찬대와 협상 과제
여소야대 원 구성에 당정 관계 재정립, "단일대오로 맞서야"
추경호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2024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총회에서 당선인사말을 하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당리당략에 치우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대해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에 친윤계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이 9일 선출됐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총선 참패 후 어수선한 당을 재정립하고, 192석의 범야권을 상대해야 하는 중책을 맡는다. '채상병 특검법'으로 시작될 특검 정국에서 범야권에 맞서 협상해야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험로가 예상된다. 대통령과 수직적 당정관계도 해결해야 할 난제 중 하나인데, 당내에서는 "당정 간 건강한 긴장관계"가 필요하다는 요구 목소리가 나온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선인 총회에서 투표에 참가한 의원 당선인 102명 가운데 70명의 표를 얻어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이종배(4선·충북 충주) 의원이 21표, 송석준(3선·경기 이천) 의원은 11표를 받았다. 원내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의원총회 및 원내대책회의 주재, 상임위원회 등 배정, 원내수석부대표 및 원내부대표 추천·임명 등의 권한을 갖게 된다. 원내대표 임기는 1년이다. 추 원내대표는 거대 야당을 상대로 원 구성 협상을 진행하고, 특검 정국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맡게 됐다.
이번 원내대표직은 여러 난제로 인해 구인난을 겪으면서 당내에서 '독배'라는 말도 나왔다. 거야에 맞서 협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가운데,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협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친명(친이재명)계 강경파들이 대거 포진한 신임 원내 지도부 구성을 마무리하면서 거센 대여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채상병 특검법은 물론,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등을 재추진하면서 더 강경한 공세 전선으로 넓히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느냐"는 아쉬운 소리도 나온다.
추경호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중요한 현안 등 결정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당론으로 모아야 한다"며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 시 이탈표 관리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시사했./이새롬 기자 |
이에 맞서 추 원내대표는 현역 의원들을 단일대오로 유지해 '원팀' 기조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추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우리가 함께 대의를 모아 108명이 똘똘 뭉쳐서 가면 192석 야당에 당당히 맞설 수 있다"고 했다.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 예상되는 가운데, 28일 열릴 본회의에서 이탈표를 단속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또 추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주 중요한 상황 당론으로 정할 필요가 있을 때는 사전에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며 "아주 중요한 현안 결정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모아야 한다"고도 했다.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원 구성 협상도 추 원내대표에게 주요 과제다. 민주당은 국회의장뿐 아니라, 국회 핵심인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까지 맡겠다는 입장이다. 여당으로서는 법사위원장을 뺏길 경우 법사위 단계부터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뺏기기 때문에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추 원내대표는 "당리당략에 치우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대해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며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에는 강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을 향한 '수직적 당정관계'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관계 재정립도 필요하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윤석열-한동훈' 갈등이 부각되면서 대통령실과 여당 간의 공조가 무너졌다는 지적도 있다. 추 원내대표는 "(당정은) 하나의 운명공동체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같이 망하는 거다. 당도 망하고 대통령실도 망하고 우리가 탄생시킨 정부도 정권재창출을 하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한 국민의힘 당선인은 "이번에 추 원내대표에게 표가 역시나 많이 몰렸다"며 "사실상 민주당과 협치가 요원해 보이는 상황인데, 특검 정국에선 당정 관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독배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재선에 성공한 한 국민의힘 당선인은 "이제부터는 당정 간 수직관계가 아니라 건강한 긴장관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